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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절규에 귀 기울이지 않고 외면한다면 민주노조운동의 미래는 없다

 

- 김00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에 대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의 입장

2008년12월6일 성폭력 사건의 발생부터 2009년9월11일 47차 민주노총 임시대대, 대의원들의 연서명을 통해 현장 발의된 ['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제46차 임시대대 결정사항 후속 사업 채택의 건]을 필사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전교조 부위원장 박00 대의원의 행위까지 김00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은 민주노조운동이 얼마나 부패하고 타락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불안과 초조, 고립과 절망, 치떨리는 분노로 불면의 밤을 보냈던 피해자 동지의 고통을 민주노총 지도부를 이뤘던 가해자들은 이해나 할까? 입만 열면 “조직”, 입만 열면 “조직적 명예”를 부르짖는 자들이 피해자 동지가 자신의 참혹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숙고의 시간을 보냈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할까? 치유기금을 조직을 위해 써 달라고 되돌려 보냈던 피해자 동지의 눈물나도록 따뜻한 마음을 헤아릴 수나 있을까? 아니다. 가해자들은 정파적 조직 라인을 가동하고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집행기구와 의결기관을 동원해 김00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을 정파적 대립구도로 몰아가고 조직적 비판과 토론을 억압하면서 침묵을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사건 발생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진행 중이다. 사건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조직적 성찰은 가해자들의 조직적 캠페인에 의해 규약과 규정 절차의 문제로 희화화되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 김00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이 왜 반동적이었는지, 나아가 민주노총의 관료주의와 가부장주의 대한 진지한 성찰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김00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은 이석행 위원장 체포 이후 수사대응 논의를 위한 대책회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대책회의는 조직을 보위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동의 절차 없이 허위사실을 구성하고 피해자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했다. 이것은 위계질서의 꼭대기에서 어떠한 동의 절차도 없이 결정한 조직적 지침을 강요하는 권력관계의 표현이자 피해자에게 가해진 조직적 폭력이었다. 또한 비판과 토론을 억압하는 체제가 바로 민주노총이라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허위진술 강요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민주노총 노동조합 관료들은 현장조합원들처럼 어렵고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고 경제위기 속에서 해고나 임금 삭감의 위협으로부터도 안전하다. 환경이 의식을 지배한다. 이들은 투쟁을 조직하는 역할이 아니라 자신들의 본업이 “협상 타협 노자간의 화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민주노총 노동조합 관료들에게 필요한 것은 현장조합원들의 단결과 투쟁이 아니라 자본 정부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조합원 연명부와 지침에 의해 언제든지 동원할 수 있는 수동화 된 쪽수이다. 허위진술 강요는 이러한 관료주의적 의식의 연장이었다. 그러나 피해자 동지는 활동하는 민주노총 조합원이었고 허위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가진 존엄한 인간이었으며 마땅히 관료적이고 폭력적인 허위진술 강요를 완강하게 거부한다. 그러자 대책회의에 참여했던 김00은 피해자에게 조직적 지침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또 다른 폭력을 동원한다. 그것이 바로 성폭력이었다. 대책회의에 참여했던 노동조합 관료들에게 피해자는 자신들이 마음되로 조종할 수 있는 존재, 심지어 김00은 피해자의 몸도 자신의 마음되로 통제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대책위에 참여했던 민주노총 노동조합 관료들은 사건을 인지하고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건이 알려지면 민주노총 및 피해자 소속 연맹에 대한 음해와 부당한 공격이 가해질 것이며 악의적인 언론보도로 피해자도 힘들어 질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그들에게는 피해자의 고통 보다 조직을 보위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대책회의에 참여했던 민주노총 노동조합 관료들은 조직보위를 위한 수단으로 조직적 폭력(허위진술 강요와 성폭력, 조직적 사건은폐)을 피해자에게 체계적으로 사용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사건의 본질을 관료주의 조합주의라고 몇 줄로 요약할 수 없는, 즉 김00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은 노동조합 관료주의가 자본주의적 가부장제를 기초로 성장해왔고 자본주의적 가부장제를 수단으로 더욱 강화되어 왔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민주노조운동의 부패와 타락은 ― 성폭력, 노래방 도우미, 술과 성접대 성매매 문화 등 ― 가부장제 문화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여성억압을 제도화 한 가부장제는 인간이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반동적인 이데올로기이다. 가부장제는 ‘여성이 있을 곳은 집이다’, 즉 남성과 여성의 성별 분업을 고정시켰고 남성과 여성의 차이와 역할을 제도화하고 위계화함으로써 불변의 성별권력 관계로 고정시켰다. 그래서 여성노동자들의 우선 해고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했으며 여성활동가들을 조직의 핵심적인 활동영역에서 배제하여 허드렛일이나 조직 내 돌봄 노동에 배치하도록 했다. 그리고 성별 위계와 권력관계는 성폭력 사건을 통해서 집약적으로 드러났다. 모든 조직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성폭력 사건들은 조직보위를 이유로 침묵을 강요당해야 했고 그토록 뛰어났던 여성활동가들을 운동으로부터 추방당했다. 이것이 민주노조운동의 은폐된 단면이다. 김00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 동지의 절박하고 사활을 건 투쟁을 통해 은폐된 민주노조운동의 단면이 대중적으로 폭로한 한 사례일 뿐이다.

김00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은 87년 대중파업을 통해 등장했던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적 전통이 파괴되었다는 것을, 민주노총이 상층 노동조합 관료들의 전리품으로 전락하여 부르주아 질서를 떠받치는 기구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그만큼 이 사건은 심각하고 참혹하다. 그러나 신랄한 비판의식과 조직적 성찰을 통해 문제해결의 수단을 찾아야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30일, 전교조 성폭력 징계재심위원회는 민주노총 진상규명특별위원회의 결정사안을 뒤집고 전교조 전 위원장을 비롯한 가해자들에게 “조직적 은폐 행위에 대해 혐의 없음”을 결정하고 “정권의 총체적 탄압과 관련한 조직의 상황과 청구인의 조합활동 공적 등을 참작하여 징계 양정을 감경”하여 경고조치 한다. 나아가 지난 8월29일 개최된 전교조 대대에서는 “재심위원회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즉 재심위원회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피해자의 간절하고 절박한 요구('‘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에 대한 피해자의 요구사항 이행 승인과 위원장 및 재심위원장의 징계조치, 그리고 그 후속조치와 특별결의문 채택을 촉구하는 대의원안')를 부결시켰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전교조 전 위원장과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전교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대의명분을 앞세우고 민주노총 진상규명 특별위원회의 결정을 “여론재판”으로 몰아가면서 조직적인 캠페인을 진행한다. 전교조 성폭력 징계재심위원회의 결정과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의 부결은 이러한 조직적 캠페인의 결과이며 피해자 동지에게 연속적으로 자행된 “조직적 폭력”이다.

 
지난 9월11일 개최된 47차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 [김oo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피해자지지 모임] 동지들이 현장대의원들의 연서명을 받아 ['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제46차 임시대대 결정사항 후속 사업 채택의 건]을 발의했다. 그런데 현 전교조 부위원장인 박00 대의원은 전교조의 규약과 규정 전교조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이유로 이 안건을 필사적으로 저지하려 하였다. 규약과 규정, 의결기관의 결정사항을 이유로 피해자의 요구를 묵살할 뿐만 아니라 조직적 비판과 토론을 억압하고 침묵을 강요하려는 박00 대의원의 반동적 행위 앞에 피해자 동지가 느껴야 했을 분노와 절망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 가해자들의 눈에는 피해자 동지의 절망과 고통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직의 명분을 앞세우고 집행기구와 의결기구를 동원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행위가 얼마나 잔인한 폭력인지를 이해조차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해자들의 반동적 행위는 사건의 본질을 명료하게 이해하도록 돕고 있고 투쟁의 수단과 방법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김00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은 하나의 결의문을 채택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의 관료주의와 조합주의를 비판한다고 해서, 그래서 지침과 규율을 강제한다고 해서 문제가 하루 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는 미래 어느 날, 어떤 곳에서 있을 수도 있는 거대 담론에 의지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우선적으로 피해자의 절규에 귀 기울이고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으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바로 우리부터, 지금 이 곳에서 우리 사이의 위계와 성별 권력관계를 철폐하기 위해 소통을 확장할 뿐 아니라 차이 속에서 협력을 생산하는 힘을 키울 것이다. 좀더 인간적이고 보다 민주적인 동지적 관계를 만드는 것으로부터, 비판과 토론을 성장시키고 함께 결정하고 함께 집행하는 노동자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으로부터 가해자들의 반동적 행위에 맞서 싸울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우리가 진지하게 성찰해 보야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김00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해결에 무관심하고 공황기 노동자 투쟁을 이유로 사건 해결을 부차화 하는 가부장적 인식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가해자들의 반동적인 행위에 침묵으로 동조하는 행위일 수 있고 민주노총 노동조합 관료주의가 기생하는 이데올로기적 토대라는 점이다. 따라서 성평등한 동지적 관계, 좀더 인간적이고 보다 민주적인 동지적 관계를 먼 미래로 유보하지 말고 바로 지금, 이곳에서 실현하기 위한 모두의 지혜를 모아줄 것을 호소한다. 더 이상 피해자의 절규를 조직적 결정으로 외면한다면 민주노조운동의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요구

1. 전교조는 성폭력 징계 재심위원회의 결정을 폐기하고 피해자 동지의 치유 지원과 활동복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
2 민주노총은 9월11일 47차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 현장 발의되어 제출한 ['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제46차 임시대대 결정사항 후속 사업 채택의 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기 위한 모든 조직적 책임을 다하라


2009년9월1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울산지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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