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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4
    그리운 것들을 오래도록 품으면 빛나는 전망이 된다
    초봄

그리운 것들을 오래도록 품으면 빛나는 전망이 된다

 

 

용산 철거민 희생자 추모 6차 범국민대회, 가두투쟁이 한 창 진행되고 있었다

민주노총은 본 대오를 명동성당 쪽으로 빼고 있었고 소수의 대오만이 대치국면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 맨 앞 줄에 사노련 운영위원장인 60대의 노 혁명가 오세철 동지가 보이고 그 옆에는 편집위원장인 50대의 양효식 동지가 보였다

; 우리 운동은 너무 늙은 것 아니냐?

난 구력 있는 혁명가들에 대한 존경보다는 너무 늙은 우리 운동의 ‘세대’가 더 걱정되고 위험해보였다

  

 내 20대의 젊은 노트에는 ‘변절하지 말고 40대까지 살아남아 새로운 전통이 되자’고 기록되어 있다.

; 1990년대 중반, 내가 속한 비합 사회주의 써클은 정말 젊고 새파랬다 지도부가 갓 서른이었다

; 그 무렵 민중주의자에서 합법 개량주의자로 옷을 갈아입은 자들은 많았으나 난 40대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를 본 적은 없었다

; 2000년 겨울, 40대의 양효식 동지를 처음 만났다. 견해 차이로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난 그 날의 설래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나의 세대는 현대중공업 해고자 조돈희 동지처럼 대중파업의 정점에 서 보지도 못하고

‘하층민’, 비정규직 노동자의 외롭고 고립된 절규로 한 시기를 다 채워야 했다

어쩌면 불행한 세대인지 모르나

내 경험의 대부분이 밑바닥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빠져들 절망도 없다

 

빨리 늙고 싶었다 40대는 전통의 어떤 경계처럼 느껴졌다

어느새 40대가 된 지금, 난 더 절박하게 싸우고 싶고 더 잘 싸우고 싶다

나이들수록 더욱 무모해지는 것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난 나의 노트에 그리운 모든 것들을 끌어당겨 여전히 고전적인 방식으로 기록해둔다

‘혁명에 뒤처지지 않고 거리에서 싸우다 죽으면 족하고 행복하다’

 

투쟁은 언제나 세상의 첫번째 질문이었고

혁명은 모든 것들을 새롭게 했다 

 

용산 철거민 희생자 추모 6차 범국민 대회 가두투쟁의 맨 앞 자리에

'젊은 혁명가' 오세철 동지가 단아한 모습으로 서 있다

난 혁명가의 모습이 저렇게 단아할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비판에 어울리는 모습을 한 그에게

난 인터내셔널가를 불러주고 싶었다

지금 거리엔 새잎이, 새로운 감성이 자라고

난 좀 어색하긴 하지만 이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

거리에서, 그 즐거운 토론 속에서

그리운 것들을 오래도록 품으면 빛나는 전망이 된다

2009년3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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