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 <개인적 체험>
오에 겐자부로 <인생의 친척>
니콜라이 고골 <오월의 밤>
기리노 나쓰오 <잔혹기>
위하 <인생>
도리스 레싱 <황금 노트북>

 

지난 보름 남짓, 읽은 소설들.
오에 겐자부로 책은 다시 읽으니 여전히 좋았지만, 여성 캐릭터를 너무 가학적으로 다룬다는 느낌에 읽을 때 좀 불편했다. 책도 만나는 시때가 있는 듯 하다. 지금 다시 읽기에는 매우 흡족하지는 않더라는. 고골의 책은 재밌었다. 기괴함과 찜찜함을 기대했는데, 귀여웠다. 설화를 차용해서 작가의 결혼, 여성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는 방식이 특히나. 그래도 고골의 백미는 <외투>. 음습하면서도 날카롭고, 무거운 그 느낌이 좋다. 기리노 나쓰오의 <잔혹기>는 <아웃>, <그로데스크>에 비해서는 다소 가벼운 느낌이었다. 소재도 매우 흥미로왔는데, 뭐랄까 이 작가의 매력은 여러 명의 여성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에서 터져나오는 거 같다. 그래도 '내 얘기 같아'라는 상황과 문장들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턱턱 발견되서 읽는 즐거움은 쏠쏠했다. 위하, 아. 정말 단순한 스토리인데, 헌신적인 아내와 순종적인 딸 등 참 전형적인 캐릭터에 예상 가능한 비극, 사회적 역사적 배경을 다루는 방식은 너무 느슨한. 그런데 심장이 쿵쿵 내려앉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읽고 나서도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운명, 비극, 이런 추상적인 이야기를 화자인 주인공의 '이야기'로,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무척 기뻐하며 이야기하며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 기억을 이야기로 풀어놓는 그 부분이 무거우면서도 뻐근했다. 이 책은 언젠가, 어쩌면 꽤 자주 다시 읽게 될 거 같다. <황금 노트북> 최고다. 도리스 레싱의 다른 책을 찾아봐야겠다. 최근 읽었던 소설 중 단연 최고다. 소설의 형식도, 소설 안의 소설로 화자가 인물을 묘사하는 방식도(너무나 내 취향), 기록과 소설이라는 방식으로 다층적으로 삶을 들여다보는 관점과 태도도 너무 훌륭했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앞으로의 나에 대해 익숙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환기되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아서 무척 좋았다. 딱 정리되는 건 없는데 이것도 좋다. 소설을 읽는 것의 즐거움을 뿌듯함을 오랫만에 다시 기억해냈다. 덕분에.

 

아, <높은 성의 사나이> 시즌1도 있었구나. 어여 시즌 2를. 여튼, 2월의 반쯤은 참 잘 놀았구나 싶다. 드라마에 소설에 치앙마이에서의 휴가까지. 좋았다, 무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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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1 19:27 2018/02/2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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