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에서 휴식년을 갖기로 결정하고, 얼추 3주 정도 지났다. 일단 큰 사고는 안 나겠구나 싶어 안심이다라는 생각에 가슴을 쓸며, 시작한 휴식년. 사실 아직 휴식, 휴식년이 와 닿진 않는다.

지난 3주는 거의 먹고 자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간간히 해야 할 일들이 양과 정도의 차이일 뿐 여전히 '일'로 긴장과 부담을 주곤 한다. 이렇게 작은 일에도 마음이 쪼그라들다니, 내가 지치기는 정말 많이 지쳤구나 싶어 1년의 텀이 더 간절하게 고마워지는 순간 순간들이다.

여튼 휴식년이긴 하지만 완전히 일을 놓은 건 아니어서 일주일에 한 두 번 꼴로 타 지역 출장도 가고, 모임 발제도 하고, 아직 마감을 넘기지 못한 원고도 있다.

그래도 오늘은, 오늘 밤은 꽤 휴식년 비슷한 기분이 든다.

마감을 맞추지 못한 원고와 빨리 넘겨야 할 보고서가 쌓여 있지만, 그리고 맡고 있던 일들을 아직 깔끔하게 동료들에게 넘기지 못해 마음을 바쁘게 하지만,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르다. 

마감을 넘긴 시간에 딩굴거리면서 공포영화를 보고, 원고를 쓴다고 앉아서 장마철 비를 피해 빨래할 시때(정확히는 옥상에 빨래를 널 수 있을 시때)와 밑반찬 만들 궁리를 동시에 하고 있는 이 상황이 나쁘지가 않다. 원고를 넘기고, 보고서를 보내고, 넘길 일도 마무리하면 이런 기분을 더 느긋하게 즐길 수 있을 거란 기대에 살짝 설렘도 있다.

일단은 이렇게 시작이다.

 

사족 1) 밑반찬으로 만든 가지된장무침은 망했다. 가지를 너무 오래 쪄서 으깨져 버렸... 가지된장죽이 되어 버렸구나. 밥에 비벼 먹어야지.

사족 2) 빨래가 거의 다 되어가서 비 오기 전에 옥상에 널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 두통이... 내 상태가 기분과 상관없이 밤을 샐 수 없는 체력이라는 걸 깜빡했다. 원고 아직 못 썼는데...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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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1 05:52 2015/07/21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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