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업자득, 바닥, 진솔함
1.
행사를 준비 중이다.
우리의 필요에서 기획했고, 다소 우려의 분위기는 있었지만 일단 그 기획이 받아들여졌고, 판이 깔렸다.
그런데 '중요'하다고 생각한 만큼 일을 잘 풀어내지는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무난하게' 로 머리와 손발을 내려 놓으면서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가 됐다고나 할까.
막바지 행사 홍보를 준비하면서 행사의 주요 내용들을 정리하다 보니
그 구멍이 더 크게 보인다.
추석 연휴 보내고 나면 실제 일이 진행될 시간은 5일 남았다.
결국 행사의 최종 목표도 '무난하게'로 될 듯.
자업자득이다.
2.
요즘 일을 하면서 '바닥'을 느낀다.
체력도 인성도 무엇보다 내용의 바닥.
급하니까 일단 처리~라고 훅훅 넘겼지만, 한 숨 돌리고 그 결과물을 보면 말 그대로 '바닥'.
일의 세련됨이나 완성도와 달리
한 줌이라도 의미 있는 질문이나 고민, 또는 표현과 전달에 대한 노력 또는 내가 모르는 게 이거구나 하는 발견
등등이 없다는 것.
일단, 바닥을 보았으니 이제 채워야지. 내용을 채우든 내용을 담을 그릇을 새로 빚든.
3.
10대~20대 소위, 청소년/청년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미디어제작지원 심사를 몇 년 하면서
그냥, 진솔하기만 하면 되는데... 왜 진솔함이 가진 힘을 모를까. 그게 그렇게 힘든가? 그랬었다.
왠걸... 남 얘기라고 쉽게 했다. 반성이다 진심.
'바닥'이라는 느낌 중의 일부는 내가 가진 게 혹은 드러낸 게 미천하다는 부끄러움 보다,
'00인 척' 했다는 것이다.
아... 진짜 부끄럽다. '진솔함'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이것도 공력이 필요하다.
애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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