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족의 탄생

2006/11/29 21:22

※ 사진은 역시 네이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른 바 '콩가루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다. '관계의 가벼움', 또한 '가벼움의 무거움'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 아닐까.

 

흔히 가족사라고 하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그토록 말하기 힘든 주제가 된 건, 아마 공중파 드라마에 나오는 표준적인 가족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인자한 할아버지, 힘들지만 내색 않는 아버지, 집단의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느라 바쁜 어머니, 말 안듣지만 언젠간 부모님을 닮아갈 것이 예정된 아들과 딸, 이런 것이 갖춰진 가족을 현실에서 찾기 힘들다는 것은 굳이 표준과 현실에 관한 미셸 푸코의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상식적인 사실일 것 같다. 예를 들어, 현실에서 어머니라는 분들은 남편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나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으로부터 나온 컴플렉스를 자식에게 마구 퍼부어 대는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족사인 것이다.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떡볶이집을 하며 살아가는 여성(문소리), 군대 갔다가 제대를 했는데도 집에 돌아오지 않는 남동생(엄태웅), 그 동생이 5년만에 들어올때 '달고 온' 20살 연상의 여성(고두심), 그 여성의 전 남편이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나은 딸(이름 미확인), 가정이 있는 남성을 애인으로 둔 시한부 인생인 어머니(미확인), 그런 어머니를 거부하고 혼자 사는 딸(공효진)...(이게 다가 아니다.) 이런 캐릭터들이 비정상인 것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런 캐릭터가 가진 그런 자리에서, 영화는 시작하고 전개된다.

 

뜨개질한 털옷처럼, 잠시 그럴싸한 옷이되었다가, 다시 풀려 실이 되었다가, 하는 것이 인간의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하고 많은 실의 인생에서, 옷이라는 형태만을 우리가 의미 있게 생각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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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모든 것들의 혼합에서

  한 영국인(Englishman)이라는 이질적인 것이 시작되었다.

  갈망하는 강간들에서, 격렬한 욕정에서,

  허식적인 브리튼인(Briton)과 스코트인(Scot)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들이 낳은 자손은 곧 고개 숙이고 그들의 암염소 새끼를

  로마의 쟁기에 끌어매는 것을 배웠다.

  거기에서부터 이름도, 민족도, 언어도, 명성도 없는,

  잡다한 혼혈인종이 나왔다.

  색슨인(Saxon)과 덴마크인(Dane) 사이에 주입된

  그들의 뜨거운 정맥에서는 새로 섞인 피가 흘렀다.

  그들의 음탕한 딸들은 부모들처럼

  모든 민족을 무차별한 욕정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구역질나는 종족은

  영국인이라는 추출된 혈통을 직접 담고 있었다.

                

              - 다니엘 데포우(Daniel Defoe), <진짜 영국인>(The True-Born Englishman)

(윤형숙이 번역한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2002, 나남출판) 첫머리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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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감독 / 문소리, 고두심 등 출연 / 2006년 5월 18일 개봉 / 113분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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