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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M에게서 연락이 왔다. 수요일에 뮤지컬을 보러 가잔다. 좋지, 뮤지컬. 그것도 공짜로. 오호!

 

정작 M은 갑자기 옛날 회사에 일거리가 생겨 오지 못하고, 일이 없는 P와 내가 만났다.

P도 뮤지컬이라고만 들었지, 어디서 공연을 하는지, 어떤 공연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애초에 뮤지컬 보러 가자고 했던 I에게 전화를 했다.

 

대림역에서 내려 마을 버스 타고 가면 되요.

뭐하는 거냐고요? 글쎄, 나도 잘 모르는데,,, 여러 나라 사람들 같이 오케스트라 하는 거래나봐.

 

빨리 오라는 I의 성화에 겨우 대림역에 도착하니 I와 그녀의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또 다른 친구가 온 뒤, 마을버스를 타고가 도착한 곳은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이었다. 플랭카드 위해 쓰여있는 공연은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특별공연" 이었고, 다문화 가정 사람들에게는 특별 초대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공연은 참 좋았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싱가폴 등 아시아 11개국 나라의 전통 음악을 한 자리에서 접하고, 진지하게 공연하는 뮤지션들과 그.녀들의 악기에서 나는 소리가 신비롭기도했다. 각국의 전통 음악을 '고급 스럽게' 접하는 느낌이었다. 문득, 거리의 공연과는 다른 울림을 주는 그 고급스러움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을 즐길 수 없는 현실의 팍팍함을 질높은 공연에 대한 비아냥으로 호소하고 싶지는 않은 그런 느낌.  

 

옆에 앉은 P는 아이들을 데리고 왔으면 좋았을 거라고, 이야기 한다. 라오스와 태국의 국경 지대에 있는 그녀의 고향 이야기를 간간히 해주기도 한다. 나도 태국 연주자들의 공연 순서에선, 그녀의 아이들이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무대 바로 앞 다문화 가족 특별석이 아닌, 그냥 어디든 자유롭게 앉아 엄마의 나라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하는.

 

태국 공연에 이어 마지막 공연이었다.

한국을 포함한 12개국 나라의 전통 음악 뮤지션들 60여명이 모두 함께 각국의 전통 악기로 공연을 하는 순서였다. 화려한 의상과 다양한 악기들 그리고 절묘한 하모니. 오~

 

그런데 문화관광부와 구로구의 다문화 다문화 그 날 입이 닳도록 이야기한 그 다문화는 거기서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 아, 대한민국! 11개국 공연의 마무리는 음, '우리'의 아리랑.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다양한 악기와 음색의 조화는 웅장한 음악을 만들었지만, 난 그 웅장함이 팍스 코리아의 야망으로 들렸다. 엄숙해 보였던 구청장 아저씨가 손으로 커다란 하트를 그리며 말했던 11개국 언어의 사랑합니다, 도 다문화 가족 특별석을 향해 몰려드는 카메라들도 그리고 주최측의 만족스러운 미소도 아, 대한민국, 아시아의 선두주자 대한민국을 꿈꾸는 몸짓들이었으니까.

 

공연이 끝나자 '외국인'임이 눈에 띄었던 나의 일행에게 인터뷰가 몰려들었고, 무담담하게 자리를 피해 지켜보는 난, 불 편 했 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리랑, 아라리요'를 흥얼대는 I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참, 다르구나. 이주노동자로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 아저씨들의 아리랑과 결혼이주민 I의 아리랑이 말이다. 덩실덩실 어께춤을 추고 함께 불렀던 일본에서의 아리랑을 이곳에서는 부르고 싶지 않다. 그리고 언젠가 I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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