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나쁘다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닌듯 싶습니다. 20대의 감수성이라는 것이 예전과 지금이 그닥 달라졌다고는 생각되지 않구요. 다만 예전의 20대와 지금의 20대가 겪는 환경의 변화라는 것이 그 감수성에 작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해야겠지만요. 그렇게 보면 지금의 20대가 겪는 환경이라는 것에 내 스스로도 일정정도 기여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하는 것이 상당히 미안하다는 게 제 심정이구요. 어느 길을 먼저 간 사람은 항상 뒷사람에게 죄인이라는 그런 말이 자꾸 생각나네요. 장강의 앞물은 여지없이 뒷물에 밀려나는 거구요. ㅎㅎ
다시 읽어보니, 마지막 문장이 오해의 소지가 있군요. 마지막 문장은 저의 심리상태, 즉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를 의미했는데요. 다시 보니, 20대에 대한 평로 읽히네요. ㅎㅎ. 여하튼 장강의 앞물이라 하기에는 뭣하지만, 뒷 사람에게 죄인이란 말은 동감합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감수성이 변하긴 변한 것 같은데, 사실 요새 20대와의 접촉이 공사적으로 없어서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진보적인 20대들에게 감지할 수 있는 한 가지 측면은, 20대 들이 386을 준거로 삼아 비판한다는 건데요. 386이 진보의 주도권을 쥐고 있고, 모든 진보를 '대변'하는 것처럼 행세한다는 건 알겠는데, 문제는 그럼 90년대에 20대를 시작했던 사람들은 뭐냐는 거죠. 속된 말로, '니넨 뭐니?'라고. 90년대 학번은 대략, 앞선 '세대(?)'에게 인정투쟁을 위주로 하거나, 아니면 포섭(?)되었다고 보이는데, 아니면 '짜부'가 되거나. 대략 운동경험이나 이론적으로나 '열등하다는' 컴플렉스에 시달리거나, 조직적이고 관료적인 운동방식에 소모되거나, 아니면 386보다 더한 정치꾼이 되거나. 뭐, 좀 부정적인 평가지만요, 저한테는 '발언권' 없는 90년대에 20대를 시작했던 사람들이 좀 흥미롭게 다가 오는 군요. 그냥 X세대나 신세대로 칭하기에는 빠져나가는 게 너무 많아 보이고요. 저는 그런 세대가 있다는 소리만 들어봤거든요. ㅎㅎ. 낀 세대인가? ㅎㅎ.
"누군가에게 뿌리 뽑혀 아예 잊혀져서 갑자기 제3자에게 도착한, 네잎 클로버 자체가 주변 관계로부터 뿌리 뽑힌 유동하는 공간, 혹은 아무런 의미를 상실한 공간인 비-장소와 같은 듯도 하다." 이 인문학 드립은 뭔가 신선한데요ㅎㅎ 그나저나 저번에 말씀드렸던 곤 사토시 영화 관련 모임은 제 개인 사정으로 방학이나 되어야 어떻게 가능할 듯ㅠ
대략 동감합니다. 농담이 아니라, 글을 쓰고 논리가 너무 튀어 저도 지랄 염병할 것 같군요. 쉽게 쓰지 못하는 게 깊이가 없다는 뜻이라면 충분히 동의합니다. 그런 재주가 부족해서 제가 온라인에 될 수 있으면 글을 안 쓰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2+2+2=6인 것과 2*3=6인게 같잖아요? 근데, 곱셈에 익숙하지 못한 초등학생에게 2*3=6이라고 한다고, 그래서 당신이 잘 못이라고 지적하시는 거라면 괜찮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2*3=6이 7이나 8인 건 아니겠죠. 밑도 끝도 없이, 계산이 틀려먹었다고 말하시면 곤란하다는 뜻입니다. 이런 식의 답도 님의 댓글에서 제가 추측한 겁니다만...어째튼, 님께서 욕을 하시는 건 얼마든지 상관없느나, 욕 들어먹을 만한데를 찍어주셔야죠. 그래야 저도 다음 번엔 욕을 좀 덜 들어먹지 않겠는지요? 그냥 속물이라고 하시면, 저야 그냥 속물 맞기 때문에 뭐라 욕 같지도 않고요. 여하튼, 이 포스팅이 님에게 스트레스를 줬다면, 저의 본의가 아니었기에, 너그럽게 욕설하신 걸로 풀어졌길 바랍니다.
제가 그 강연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두 가지 였는데요, 하나는 테리 이글턴을 소개한 어느 영어영문학 교수가 테리 이글턴의 쓰임새(?)를 무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근본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는 것에서 찾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게 탈정치화를 넘어 그릇된 방식으로 재정치화가 되고 있구나 싶어서 섬뜩했어요. 다른 하나는 청중의 질문이 모두 영어로 이루어졌다는 것. 그리고 이건 물론 제가 직접 본 첫번째 질문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겠지만 뭐라고 열심히 영어로 질문했지만 테리 이글턴은 그 질문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영어가 한국어만큼 유창하지 않은 이상 동시통역 있겠다 그냥 한국어로 해도 될 것을 굳이 영어로 질문한 것도 좀 웃겼지만 저는 그걸 테리 이글턴이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그 장면 전체가 탈맥락화에 대한 하나의 징후처럼 읽혀서 혼자 실실 쪼개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질문해 달라는 테리 이글턴의 요구에 질문자가 'What is knowledge?' 라고 간단하게 요약해 낸 것도 너무 재미있었구요. 그러니까 테리 이글턴 한숨 푹 쉬면서 '에혀~ 그래요 함 말해봅시다~' 이런 느낌으로 답변 시작ㅎㅎ
몇 일 동안 일이 있었고 블로그 스킨 가지고 장난을 좀 치느라 -- 시간만 날렸군요 -- 답이 늦었네요. 교수신문 인터뷰는 봤었는데 인터뷰가 아니라 단신 기사 정도더군요. 뭐, 역설적으로 테리 이글턴이 국내에서 가지는 위상을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제국의 시각에 젖은 한국의 식자(?)들이 근본주의를 '이슬람'으로 곧바로 인식하는 것, 또한 이런 주장이 보수 신문에서 구미가 당길만한 논의라는 건 징후적으로 보입니다. 모든 주의주장과 담론이 탈맥락과 재맥락을 거치지만, 한국에서 착지할 때 뻘밭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과도한 주관적 해석일 수 있으나, 영어로 질문 한 청중도 식민지적 '지식인'임을 과시하거나 그렇게 되려고 예비하는 학생처럼 보였거든요. 저도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예전에, 랑시에르가 한국에 왔을 때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건 좀 병인 듯 합니다. 좋게 보면,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고픈 욕구로 보이나, 나쁘게 보면 명망가와 사적관계를 맺어보겠다는 팬심이나, 무지몽매한 한국어 사용자들에게 자기 과시를 해보겠다는 건데, 학인의 팬덤화? 좀 과도한 해석이긴 하네요.
정보 감사합니다. 김홍중 선생 강연할 때 시간을 내보도록 해야겠네요. 강연을 듣고 싶기도 했고, 캐즘말로는 강연을 잘 하신다고도 하고(^-^). 그나저나 뽀삼님 잘 지내시죠? 지난여름에 전화 번호 교환하고 연락을 한 적이 없는데((^-^;)), 언제 EM님 구멍님 하고 같이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