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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더 필요한 게 없다. 그리고 그것이 좋다.

탄자니아 마냐라 호수 근처 초원 지대에서 사는 핫자족 사냥꾼 마로바의 아내, 열여덞 살 가량 된 마로(Maro)는 오늘날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여기서 아주 편안하다. 전에도 그랬고, 또 그전에도 그랬다. 그리고 그 전에도. 하지만 우리는 숫자가 아주 적어졌다. 하나, 둘, 셋, 넷.... 그렇게 적다. 그렇게 적지만 아직도 이리저리 떠돌아다닌다. 우리는 자유롭다. 우리에겐 모든 것이 있다. 떠돌아다니려면 많은 것들을 쌓아두면 좋지 않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 커다란 호수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초원 지대로 나간다. 거기서 다시 호수로, 다시 초원지대로, 이렇게 움직이고 이것이 좋다. 사람이 아니라 동물들이 우리를 돕는다.

 

 예를 들면 저기 꿀새가 있다. 한번 봐라. 새가 바오밥나무의 마른 가지로 날아가서 소리치고 날갯짓을 한다. 우리를 부르는 것이다. 남편이 나무로 올라가서 껍질을 뜯어낸다. 야생 꿀이 거기 있다. 꿀은 아주 좋고 아주 달다. 우리가 일을 마치면 꿀새가 날아와서 벌들의 애벌레를 잡아먹는다. 꿀새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다. 새는 혼자서는 나무 껍질을 뜯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돕는다.

 

 우리에겐 모든 것이 다 있다. 우린 더 필요한 게 없다. 그리고 그것이 좋다.

 

 어째서 다른 사람들은 계속 우리에게 와서 우리를 변화시키려고 하는가? 몇몇 사람들은 그런 말에 넘어가서 지금은 거주지에 산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없다. 개보다도 더 나쁘게 살고 있다. 개들은 진(gin)을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작은 플라스틱 봉지에 든 싸그려 진을 한꺼번에 다 들이켠다. 그러고 나면 머릿속이 완전히 멍청해져서 아주 피곤한데도 쉬지 못하고, 아주 사나운데도 사냥을 못하며, 아주 외롭다. 그것은 가장 고약한 일이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라고 말하지 않고 나라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라고 말한다. 하나, 둘, 셋, 넷..... 우리가 아주 조금이라 해도 그래도 여전히 우리다."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p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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