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크리

2010/02/11 12:22

내 친구 중에 나를 위해(?) 잘 울던 애가 있었다. 매일 자기가 예쁘지 않냐고 물었지만 솔직히 그렇게 예쁘진 않았어; 하지만 몸매는 끝내줬어 내가 항상 너는 키만 더 컸어도 모델인데 너무 아까워...라고 하면 기뻐하면서 얼굴도 예쁘지 않냐고...;; (뭐 그래도 165인가 그랬따)

 

자기도 제일 친한 친구 따로 있으면서 나한테는 자기가 제일 친한 친구이길 바랬다-_- 자기 패거리가 따로 있었는데 그 패거리 중에도 순위가 있다. 순위는 다이어리 친구 연락처에 적힌 순서로 알 수 있다. 거기에는 그애를 가장 챙겨주고 위로해주던 친구가 첫번째로 적혀있었고 두번째는 어릴 때부터 가장 친했던 친구, 나는 세번째였다. 세 번째로 적었지만 위에 세 명은 똑같이 좋아한다고, 사실은 나를 제일 좋아한다고...;;

 

끌어안으면 가슴의 높이가 달라서 내 가슴이 그애의 가슴 아래에 닿았는데 꼭 밀착한다며 좋아했었다. 그외에 강제로 입을 맞추고 뭐야 거의 성추행이었어 힘센 그애의 친구가 나를 붙들어서 꼼짝없이 당하기도 하고... 손잡는 거도 피부가 맞닿는 거고 입술도 피부인데 입술이 닿는 게 뭐가 특별하냐고... 그 말에 교묘하게 설득을 당해서 나중엔 그냥 했는데; 냄새 난다고 싫다고 하면 양치 하고 와서 강행했다

 

내가 힘들 때 다른 애가 머머야힘내라고 다섯장의 스티커 사진을 찍어서 내 스티커책에 붙여놨었는데(스티커북 아직도 있다 십년도 더 된 거) 다음에 자기도 똑같은 짓을 해놨다 머머야사랑해로 한 글자 더 해서; 근데 입모양이 다 똑같았다...;

 

중간에 한 번 싸워서 오랫동안 쌩깠는데 글쎄.. 그냥 지나치기만 해도 되게 힘들어 보였다. 그 때는 내가 자존심같은 걸 되게 챙겨서 정말 못되게 굴었는데 어느날 와서 사과하길래 받아줬더니 울었다. 다른 반 애가 우리반에 와서 울고 있어 -ㅁ- 이거 말고도 뭔가 좋아해, 그러면서 눈물을 글썽이곤 했는데 나는 그애의 애정이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남자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야 -ㅁ- 근데 날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

 

대학 가서도 몇 번 만났는데 내가 살도 많이 쪘었고 나자신만의 운동에 빠져가지고;; 만나서 미친듯이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얘기했는데 굉장히 힘들어했었다, 전혀 관심없는 종류의 얘기를 내가 일방적으로 한 거지. 헤어질 때 끌어안았더니 너는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역시 너구나, 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그뒤로도 만났는지 어쨌는지 암튼 오래 연락 안 해서 전화번호를 지웠는데 어느날 연락이 왔다 결혼한다고. 남편 따라서 미국 간다고. 오랫동안 연락 안 하다가 결혼한다고 연락하는 거 같아서 싫었지만 가기 전에 꼭 보고 싶다고.. 그러면서 전화로 막 우는 거야. 나도 너무 반가웠는데 결혼식 전에 만나기로 얘기하다가 여차저차 안 됐다. 걔가 너무 바빴던 거 같고. 그리고 결혼식에는 안 갔다. 왜 안 갔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나는 잊는 거 같다. 예전에 써놓은 걸 보면 깜짝 놀란다 이런 일이 있었구나, 몇 년 전까진 내가 이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하고. 적어놓고, 잊는다.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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