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끼는 것/님이 느끼는 것
팔레스타인에 갔을 때,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진짜 제3세계 활동가구나 하고 느꼈다. 일단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 내가 갔을 때 주로 북유럽 활동가들과 미국 활동가들이 있었는데, 다들 영어를 아주 잘 했다 'ㅅ'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영어 잘 하는 사람 많았지만.
영어 때문에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기도 했다. 그러니까 누가 뭐라고 안 해도 그냥 스스로 주눅이 드는 거 말이다. 그래서 외쿡인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딱 두 명하고만 친구가 되고 싶었다. 한 명은 여행자 정체성을 가진 일본인 친구, 한 명은 스웨덴 친구.
이 스웨덴 친구가 알려준 메일 주소가 이상해서 메일을 주고받을 수 없었는데.
현지에서 씸이 다 닳아버려서 답문을 보낼 수가 없어서, 우리 메일 주소는 알려주지 못 하고 메일 주소를 받기만 했는데 그것도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문자는 지워버렸고 필기를 해놨었는데, 그 필기를 틀리게 해 놓은 모양. -_- 일단 메일 받는 주소, @ 뒤의 주소가 없는 주소였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나서 검색해보니까 스펠링이 한 개 틀린 거였어 -ㅅ-;;; 그래서 혹시나 하고 메일을 보냈더니 답장이 왔다!! 우와~~
그래서 하려는 얘기는.. 그 친구는 60대/남성/게이였는데 같은 북유럽 사람인 것에 비해서 영어를 상대적으로 잘 못 했다. 아... 근데 이 친구는 영어는 상관없구나; 왜냐면 정말 절대 다수가 북유럽 사람이었는데 스웨덴/노르웨이 사람끼리는 서로 말이 통한다대, 같은 말인데 사투리인 것처럼.. 암튼 그래서 언어에 따른 의사소통의 문제가 있었을 것 같진 않고.
근데 같은 하우스(집이라기보다 한국말로 뭐라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공간적으로는 집이긴 한데..;)에 머무는 동안, 젊은 사람들이 상황을 주도하고, 자신은 소외당한다고 우리에게 말하곤 했다. (우리라는 건 같이 간 냐옹과 나) 우리도 나름 영어를 못 해서 몇 마디만 의견을 말할 뿐 주로 그냥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_- 우리랑은 마음이 잘 맞았고.. 올리브 수확도 우리랑 하고 싶어하다가 딱 하루 우리랑 할 수 있었다(인원 수급이 좀 그렇다 남/녀 따로 원하거나 같이 원하거나 집집마다 사정이 달라서)
그래서 우리랑 해서 너무 좋다고 했었는데...; ㅁ; 영어를 서로 썩 잘 하지 않으니까 대화하는 것도 편안하고, 또 자기 개인적인 얘기도 막 해주는데(클럽에서 젊은 남자애가 대시한 얘기같은 정말 재밌는 얘기; ㅋ) 친해졌지만 만난 기간이 너무 짧아서 아쉽게 헤어졌... 이 얘기하려는 게 아니고;
그 때 나는 그가 소외당했다고, 젊은 사람들이 주도한다고 말하는 것을 가볍게 여겼다. 나도 영어 때문에 소외당했고, 그런데 그들이 의도한 게 아니고 내가 주눅든 거고... 그렇다고 그 친구가 자기가 나이들어서 소외당한다고 느끼는 게 혼자 자격지심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고, 그냥 내가 주눅든 것처럼, 그냥 뭐. 그러니까 그냥 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근데 이 친구가공식적으로 문제제기했고, 나이 관련된 교육 내용이 앞으로 추가될 거라는 얘기를 해주었다. 우와...!! 그럴 거라곤 생각을 못 했는데. 나는 상황을 차별로 구성하지 않았는데 이 친구는 차별로 규정하고 문제제기했고 상황을 바꾸었다. 참 놀랍고 멋있어~~
근데 내가 쪼인한 그룹은 원래 영어를 잘 하는 게 기본 요건이다. 위험한 상황에서의 활동을 대비해야 하니까.. 위험한 상황에서 의사소통이 안 되면 안 되긔. 그래서 차별이라고 생각 안 한 건데. 하지만 예를 들어 그룹으로 가면, 그룹이 전부 영어를 잘 할 필요는 없거든. 그럴 경우 평상시에는 영어를 잘 못 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통역되는 긴 시간을 거치더라도 반드시 골고루 의견을 들어야 할 거구 그렇게 생각하면 차별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참여한 건 아니구..;;;;;;; 뭐지;;;;
다른 얘기도 쓸 게 많지만 퇴근해야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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