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여, 베이루트여
황지우
조간에는 피맺힌 절규...... 통한의 유랑길이라 하고
석간에는,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는다고 씌어 있다.
제목도 아침 저녁 형형 색색으로 뽑아 놓았다.
'나의 조국' 합창하며 투쟁다짐.
PLO 떠나던 날 '우리는 조국 땅에 다시 온다.'
꺼지지 않은 채 흩어진 '불씨',
모든 길은 '예루살렘으로',
총구마다 아라파트 초상화,
'전세계서 지하 투쟁' 선언.
(아, 이 말이 모두 외신이라는 안도감!)
그리고 [베이루트 21일 AP 전송-연합]으로 받은 사진들.
i) 털이 덥수룩한 중년 사내가 군복 차림으로 이린 딸과 작별한다.
ii) 미제 M16과 소련제 AK47 소총을 든 앳된 소년 전사와 백발의
전사가 레바논군 트럭에 실려 베이루트 항으로 향하고 있다.
iii) 한 팔레스타인 여인이 아라파트 머리를 움켜 안고 이마에 키
스를 하고 있다.
그는 어머니에게 하듯 고개를 숙이고 안겨 있다.
그 밑에 아라파트여 안녕......이라고 씌어 있고
그리고
v) 이건 진짜 작품인데, 특종인데,
한 전사의 부인이 두 손으로
소총을 하늘 높이 쳐들고 일그러진 얼굴로 입을 벌리고 있다.
(출산한 때의 표정 같기도 하고 욕을 볼 때의 표정 같기도 하다.)
그것을
조간은, 비통의 몸부림이라고 했고
석간은 몸부림치는 '이별'이라고 써 놓았다.
이 무지막지한 이스라엘 군인 놈들아
내 자식 내 남편 내놓아라.
이 갈갈이 찢어 죽일 아브람, 모세, 다윗, 솔로몬의 새끼들아
통곡의 벽 안쪽은 그 벽 밖의
통곡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이 외신은 울음의 전도체인가, 아닌가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에 이런 시가 있었다니 깜짝 놀랐다.
난 위악적인 자태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이 시도 대략 좋진 않다.
시를 믿지 않는다는 데뷔 초기에 쓴 이 시가 점점 마음에 안 든다.
왜 3다음에 5가 나오는지 생각할수록 시인이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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