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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이 먼 IMF World Bank 개혁, 무엇을 할 것인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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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초고; 5월 30일수정
* 아래의 글은 최근 폴 울포위츠의 사임 발표를 계기로 불거지고 있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전통적인 위상과 고위직 인사 선발 방식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모색한 것입니다. 한국의 프레시안, 레디앙, 오마이뉴스 그리고 시민사회신문에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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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IMF, World Bank 개혁 무엇을 것인가
 
  
지난 5월 중순 폴 울포위츠가 세계은행 총재직에서 사퇴를 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이후 세계은행은 물론 국제통화기금과 같은 국제금융기관의 전통적인 역할과 특히 그 기관들의 고위직 인사 선출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즈가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은 물론 세계무역기구를 통틀어 거론하면서 각 기관들의 전통적인 역할이 도처에서 의문에 부쳐지고 있다고 공박하는 기사를 실은 데 이어(뉴욕 타임즈 5월 24일자 기사), 파이낸셜 타임즈도 “총재직 후보를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선출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거센 압력에도 불구하고, 현 부시 행정부가 로버트 죌릭(Robert Zoellick) 전 미 국무부 차관을 차기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 5월 28일자 기사).
원래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금융 시스템을 재건하고 안정된 통화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립되었다. 1944년 미국 뉴햄프셔의 브레튼우즈에서 열린 국제연합 주관 국제회의의 협정문을 기초로 각각 이듬해 4월과 12월 설립된 이후, 양 기관은 전후 유럽의 경제적 부흥과 원활한 국제금융시스템의 발전을 위한 차관 및 금융 지원 등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이들 브레튼우즈 기관들이, 설립 이후 지금까지 통용되어 오고 있는 고위직 인사 임명 관행을 무기로, 애초의 설립 목적에서 벗어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일부 강대국의 기관 투자가 집단과 금융 자본가들의 이익만을 배타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전개되고 있었다.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의 역할
잘못된 정책 처방, 과도한 희생
 
우선 탈냉전 이후 통화기금의 역할과 관련된 일련의 근본적인 비판이 전개되는 기폭제 역할을 했던 것은 다름 아닌 동아시아 외환위기였다. 미국재무부관료들과금융 투자자들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대변하는 금융관련 신문들의사후 비난과는 달리,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결코 아시아 특유의 정실주의(cronyism)’한도를 넘은 부패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그린스펀 연준의장과 국제통화기금의 정책관료들이한때했던이러한정실주의운운은 무엇보다도 부패나 정실주의를 측정하는국 제적으로 공인된 객관적인 지표가 없다는 점을도외시하고있다. 설사그러한 것이 있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주장은그것이 어떻게 외환위기를 야기한 결정적인 이유인가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제시하지않고 일방적으로 희생자를 비난하는 선전문구에 불과했다. 정말로 정실주의가 외환위기를 야기했다면, 아시아국가들보다 부패하고 투명성이 부족했던 수많은 다른 나라에서는 (로비활동이라는 제도화된 합법적부패까지 고려하면 선두주자는 바로 미국이다) 유사한 외환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투명성 가치의 본산이라고까지 불릴 있을 만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북유럽 국가들은 일찍이유사한 형태의 외환위기를 경험했는가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이보다더욱근본적인비판은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이 ‘구조조정’과 ‘안정화’라는 이름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에 강요했던 일련의 잘못된 정책처방에 놓여져 있다.
우선, 주기적인 외채위기로 인해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국제경제 내의 불안정성을 증폭시켰던 라틴 아메리카 주요 나라들과는 달리, 외환위기 직전 동아시아 각국의 거시경제적 상황은 양호한 편이었다. 중앙정부의 재정적자 수준도 평균 3~4%에 불과했고, 무역수지 적자 폭도 지역 평균 5~6% 정도에 머무르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는 라틴 아메리카 각국이 외채위기 이전 평균 20% 이상에 달하는 재정 및 무역적자를 경험하고 있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극심한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던 상황과 비교한다면 거의 무의미한 수치이다.
더불어 외환위기를 경험한 동아시아 나라들과 라틴 아메리카 외채위기 국가들을 구분 짓는 또 다른 차이는 동아시아의 경우 해외로부터 단기 금융자본을 빌렸던 당사자가 정부나 공적 기관이 아니라 한국의 재벌을 포함한 민간 경제 행위 주체였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차원의 금융시장 개방과정이 나라별로 약간 상이하고, 국내 은행들이 민간 산업자본의 단기 해외 자본 차입 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 중계 행위를 벌였는지, 그리고 이렇게 단기적으로 차입된 자금이 어떤 사업 영역에 어떻게 투자되었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외환위기를 경험했던 아시아 각국별로 약간의 상이한 양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생과 전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민간 경제 주체, 특히 산업 자본가들의 과도한 단기 차입이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동아시아 외환위기 국가들은, 방만한 정부 재정 적자와 한도를 넘은 무역 적자를 개선하고, 이와 동시에 초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라틴 아메리카 채무위기 국가들에서 부분적으로 적용될 수 있었던 정책들과는 전혀 다른 외환위기 대책을 강구했어야 했다. 그것은 국제통화기금이 강요했던 ‘안정화’ 정책, 즉 해외 금융 자본의 신뢰를 확보한다는 미명하게 국내 이자율을 높이고,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개별 비금융 기업뿐만 아니라 은행산업 영역에 급속하게 강요하며, 이와 동시에 정부 재정 지출 규모를 급격하게 축소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그와 반대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국내이자율을낮추어재무상태가상대적으로건전했던우량기업들까지전반적인대외신용도하락때문에불필요하게파산하는것을막고, 급격한구조조정과정에서발생했던막대한인적사회적피해와비용을정부의확대된재정정책편성을통해줄이는정책을취했어야했던것이다.
동아시아 각국의 특수한 정치경제적 상황에 대한 전적인 무지와 정책 집행 결과에 대한 무책임성을 무기로, 라틴 아메리카의 한두 나라에서 그것도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부분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까 말까 했던 ‘안정화’ 정책을 아시아 각국에 무매개적으로 강요했던 것, 그러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역내 정부 차원의 규제와 금융 및 비금융 산업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소유 한도를 폐지하여 해외 금융자본가들의 잠재적 이익을 극대화시켰던 것이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이 긴급 금융지원을 대가로 벌인 일이었다.
 
 
외환위기이후 10동안의동아시아경제그리고스티글리츠의조언
 
우리가 직접 체험했던 것처럼, 이와 같은 잘못된 경제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대가는 매우 컸고 고통스러웠다. 국제통화기금의 정책들은 (1) 공식 실업률은 말할 것도 없고 절대 빈곤률을 급격하게 상승시키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2) 생존을 위해 도시 거주민들이 퇴행적으로 농촌 지역으로 이주하게 만들었으며 (인도네시아, 태국 및 부분적으로 한국), (3) 미약하게나마 잔존하던 중소 규모의 산업적 경제기반을 와해시키면서 급격한 국내총생산의 후퇴를 야기하고 (자본 통제를 단행한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전체 동아시아 외환위기 국가들), 최악의 경우 (4) 인도네시아의 경우처럼 끊임없는 정치적 불안정성과 내전의 상황으로까지 인종갈등이 비화되도록 국민경제의 상태를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그리고 국제통화기금의 모범생이라는 칭찬 아닌 조롱을 들으며 외환위기 국면에서 조기에 벗어났다고 말해지는 한국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에 의해 강요된 정책들의 부정적 영향들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1)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설비 투자율도 외환위기 이전의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재현하지 못하고 있고, (2) 허깨비 같은 경제성장률조차도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3) 국내 노동시장은 전체 임금 노동자 가운데 56% 이상이 비정규직이거나 일용직 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 대신 한국 경제 전반을 휘감고 있는 것은, 가까운 장래에는 도저히 정책 방향을 되돌릴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4) 금융 및 자본시장의 대외 종속과 수직적 통합, 그리고 이것이 야기하는 수많은 거시경제적 불안정성의 징후들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같은 비판의 선두에 섰던 사람은 동아시아 외환위기 전후 직접 세계은행 수석연구원 직을 역임하기도 했던 조셉 스티글리츠 현 컬럼비아 대학 경제학과 교수라는 점이다.
그는 외환위기의 원인이 궁극적으로는 ‘비대칭정보(asymmetric information)’ 문제를 내재하고 있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자체에 놓여 있고, 동아시아의 경우는 세계화와 개방에 대한 정책 결정자들의 맹목적인 신앙과 추종에 입각한 급속한 국내외적 금융 및 자본시장 개방 과정에 놓여 있다고 비판해왔다.
스티글리츠는 자본 및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와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것, 그리고 정책 과정과 회계 감독 등의 영역에서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그 자체로는 바람직하지만, 그와 같은 제도의 부분적인 개선이 단기 이자율과 환율 변동에 따른 시세 차액을 노리고 역내에 투자되는 금융자본과 이들이 야기하는 금융 불안정성을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스티글리츠는 해외 자본의 단기화를 줄이고 이렇게 투자된 자본이 생산적인 장기 투자에 기여할 수 있도록 (칠레의 경우에서처럼) (1) 금융 투자 자본을 각국 중앙은행에 일정 기간 동안 예치해 두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고, (2) 해외에서 단기 자금을 차입하는 국내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 수준을 조정하여 단기성 해외 차입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일 것을 제안하며, 더 나아가서는 (3)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말레이시아가 그랬던 것처럼) 금융 자본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개별 국가들에게 부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더불어 (4) 기업 파산법을 대폭 수정하여 역내 정부가 채무 상환 재조정과 부채 탕감 등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여 국내 우량 기업들의 불필요한 연쇄파산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비판들은 탈냉전 이후 국제통화기금이 전형적으로 취해왔던 안정화 정책과 정확하게 반대되는 것들이며, 따라서 국제통화기금의 전통적인 역할과 위상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 및 회의를 바탕으로 삼고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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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1 13:01 2007/06/0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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