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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이 먼 IMF World Bank 개혁, 무엇을 할 것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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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의이념적 편향성과 잘못된 대출행태
 
한편, 세계은행의 역할과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세계은행의 대출이 설립 당시의 목표였던 빈곤 퇴치와 경제부흥이라는 임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세계은행이 개발도상국가들의 빈곤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차관의 압도적인 다수는 당연히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무상 지원금으로 할당되어야 한다.
그런데 세계은행 차관의 압도적인 금액이 이들 극빈국가들이 아니라 소위 ‘중간 소득 국가들’(middle-income countries)에게 지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해 기준으로 전체 차관 공여액 가운데 2/3 이상에 상당하는 $ 14 billion 이상의 세계은행 차관이 중국과 인도 그리고 브라질 등에 지급되었다. 이것은 세계은행이 차관으로 지급된 대출금을 회수할 목적으로 극빈국가들의 빈곤 퇴치를 위해 필요한 차관 지급을 꺼리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이와 더불어 전후 세계은행이 공식적인 목표로 내걸었던 조직의 목표와는 달리 차관 지급에 앞서 대외무역개방과 무조건적인 시장 개방을 대외 원조의 중요한 요구조건(conditionality)으로 내걸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해 말 세계은행이 그동안 자체 내의 연구진과 대외 용역을 통해 발주한 연구 논문들의 주제와 연구 방향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글이 한때 경제학자들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과 하버드 그리고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들의 자문과 직간적접인 참여 하에 작성된 [세계은행 연구 평가 보고서 1998-2005](World Bank Research Evaluation Report 1998-2005)는 1998년부터 2005년 사이에 자체 내의 연구보고서와 단행본으로 출간된 총 4000여 편의 글이 어떤 주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를 분석한 최초의 평가서였다.
이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 성과의 질을 잠시 차치해 둔다면) 같은 기간 동안 세계은행은 세계화와 원조 및 빈곤의 상관관계, 사회간접자본, 금융과 경제성장의 상관관계라는 세계은행의 국제적 역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사안들을 다루고 있지만, 지극히 편향된 분석 시각과 이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대부분의 보고서들이 (1) 세계화의 진전에 따른 수많은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관세감축, 국내 산업 정책의 축소 등을 골자로 한)이 경제성장을 가져다 준다고 근거 없이 주장하고 있거나, (2) 아프리카와 아시아 빈곤국가들에 대한 국제적 차원의 대외 원조가 지니는 상이한 경제적 성과를 아무런 경험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계량화된 수혜국 내의 ‘좋은 제도’(good institutions)가 존재하는가 여부를 가지고 평가하는 편향성을 지니고 있으며, (3) 경제성장률의 증가가 그에 따른 환경상의 외부효과나 국내적 차원의 분배구조에 대한 아무런 고려도 없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조건 이롭다고 주장하는 것은 물론, (4) 금융시장의 개방과 대외적 통합이 경제발전 단계와 상관없이 무조건 빈곤국가들의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강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비록 세계은행이 국제경제의다양한사안들에 대해서 발언하고 대처하는 방식이 역사적으로 국제통화기금의그것과 달랐고, 세계은행이공식적으로는 자신의 주된 임무로 삼고 있다고 말하는 3세계의 빈곤문제가 외환위기와는 달리 긴급하게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외부의 비판을 받은것은사실이다.
그러나 때문에 세계은행이 국제통화기금의 그것과는다른 이념적 정체성을 가지고 근본적으로 상이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착각을 해서는안될것이다. 오히려앞으로도 만약 세계은행이 이와 같은 이념적 편향성을 고수하면서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국제통화기금보다 먼저 철저한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세계 도처에서 국제통화기금과 함께 세계은행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세계은행과국제통화기금고위직인사선발방식의개혁을촉구하는서명운동
 
이와 관련하여, 최근 호주, 남아프리카 그리고 브라질의 재무장관들이 각각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고위직 인사 선발 방식의 개혁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한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더불어 영미 학계와 연구소 그리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미국에서 이 서명운동을 주관하고 있는 단체는 “국제금융의 새로운 질서”(New Rules for Global Finance)이다. 이 단체는 발전경제학자, 인권 운동가, 환경 및 노동운동가들은 물론 종교단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경제의안정성을도모하고, 빈곤과경제적불평등을완화하는것을목표로 1998설립된단체는  (1) 세계은행과국제통화기금의주요의사결정과정에서발전도상국가들의목소리와의결권을확대하는, (2) UN 산하경제발전을위한정책금융회의와긴밀히협조하여국제금융과관련된핵심적인사안에대해발언권을높이는, (3) 국제통화기금이대출조건으로내걸어왔던거시경제적안정화정책국내적차원의빈곤과소득불평등에어떠한악영향을미쳐왔는가를분석하고감시하는, (4) 국제금융거래와관련된규범과규칙에관한토론을공론화시키고, 현재국제통화기금에의해서강요되고있는국가채무와파산절차를개발도상국가들의이익을반영하는방식으로개선하며, (5) 외환위기발생시경우에따라서는단기금융자본을통제할있는권한을개별정부들에게부여하도록하자는캠페인을벌이는것을주요의제로삼고있다.
이들은 최근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고위직 관료 선출 방식을 개선하자는 취지의 서명운동문을 발표하면서, “폴 볼포위츠로 대변되는 세계은행의 문제는 그가 국제적 차원의 합의를 요구하는 세계은행의 과제를 대변하기보다는 미국의 특수 이익을 배타적으로 대변하려고 한 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이들은 미국 행정부가 세계은행 총재를 지명해왔던 낡은 관례는 (1) “선발 절차의 투명성”과 (2) “국적에 상관없이 능력 있는 인사를 충원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새로운 고위직 인사 선출 방법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이와같은원칙이받아들여지지않는다면, 설사볼포위츠같은무능력하고타락한인물이세계은행총재직에서사퇴한다고하더라도근본적인문제는여전히남아있을것이라는이들의주장이다.
5월 30일 현재 총 558명이 이 서명운동에 참가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이 서명운동에 참가할 수 있다. 이 서명운동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하거나 (http://www.new-rules.org/index.htm) 다음의 이메일로 영문 이름과 소속기관을 보내면 된다: jbaker@new-rules.org (, Moo-Hyun Roh, President, Republic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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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1 12:54 2007/06/0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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