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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노무현 정부의 경제 실정을 여권의 참패를 불러온 으뜸 요인이라고 꼽지만, 2007년 한국 경제는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지표상 경기는 그렇다. 한국의 주요 경제전망 기관인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이 예측한 2007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8~4.9% 수준이다. 2000~2003년 성장률이 각각 8.5%, 3.8%, 7.0%, 3.1%로 해를 번갈아가며 드라마틱하게 부침해온 것과 비교하면 2004~2007년 한국 경제는 차분했다고 평할 수 있다. 성장률이 4~5%로 호황도 아니고, 침체도 아닌 안정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성장률 4~5%는 한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고 적정 성장하는, 이른바 ‘잠재성장률’ 수준이다. 그러니 적어도 경제지표상으로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 성적을 혹평하는 것은 지나치다. 현재의 경기 국면(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별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2001년 7월부터 시작한 제8순환기의 확장 국면이 지속 중이다.

2008년 한국 경제는 어디로 향할까. 2007년과 엇비슷한 수준을 보이리라는 것이 경제전망 기관들의 공통된 예측이다. 2008년은 성장률이 시간이 갈수록 소폭 낮아지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지난 10월 전망치를 내놓은 한국개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이 5.0%를, 가장 최근인 12월5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전망치가 4.7%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높아지고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위협 요인을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한 결과다.

특히 한국은행은 다른 연구소에 비해 유가 변수를 크게 의식한 듯하다. 12월5일 한국은행의 경제 전망 기자회견에서 ‘한국은행이 내년도 경제를 보수적으로 전망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재천 조사국장은 이렇게 답했다. “10월에 비해 유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그때만 해도 주요 예측 기관이 브렌트 유 기준으로 배럴당 65~70달러로 봤는데, 지금은 내년에 70달러대 후반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고의로 (성장률 전망을) 낮춰 잡는 일은 없다.”

유가와 서브프라임이 세계 경제의 복병

유가 흐름과 현재 미국 경제를 옥죄는 서브프라임 사태 및 그로 인한 파장은 내년도 경제 전망을 내놓아야 하는 경제학자들을 가장 괴롭힌 요인이었다. 미국과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그 파장이 어떻게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2007년 1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50달러 초반에 머물던 브렌트 유와 서부텍사스 중질유는 11월 말 현재 90달러대를 훌쩍 넘어섰다. 한국이 주로 사들이는 두바이 유 가격도 87달러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와 한국개발연구원은 2008년 연평균 두바이 유가 수준을 각각 배럴당 74달러, 75달러로 보고 있다.

유가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실질 가격과 석유의존도를 감안하면 2008년 두바이 유 평균 명목 가격이 배럴당 각각 85달러, 152달러가 되어야 1, 2차 석유파동이 일어났던 1974년 1980년과 수준과 같아진다. 원화가치가 높아진 것도 유가상승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요인이다. 원유의 실질 가격과 원화 절상이라는 두 요인이 전망 기관들로 하여금 유가 상승이 위협 요인임은 분명하지만 경기 흐름을 반전시킬 정도로는 맹위를 떨치지 않으리라고 보는 근거가 된다.

	ⓒ시사IN 한향란 외끌이로 성장을 견인하던 수출 증가율이 다소 줄어들고 민간 소비가 살아나 내수 경기가 좋아질 전망이다. 사진은 세모의 남대문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