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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나 대학 떨어졌어.

니네 그거 아냐? 시크릿. 요즘 베스트 셀러라던데. 생각하면 다 이루어진다며. 근데 난 왜이래? 요즘 서점 가보니까 참 그런거 많던데. 말하면 이루어진다. 성공은 눈 앞에 있다. 열심히 살아라. 나태한 너는 낙오자다. 아니. 왜 다들 이래라 저래라.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난리야? 내 인생인데. 내가 좀 마음대로 살면 안 돼? 

그래. 대학에 떨어졌어. 이제 고작 한 개야. 하지만 나는 붙을지 떨어질지도 모르는 나머지 것들을 생각하며 두려움에 떨어. 나를 두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실패 요인을 개인의 나태로만 치부하는 사회가 얼마나 냉정한지 알아? 정말 좋은 지배자의 논리지. 다루기 쉽잖아. 사회는 잘못한 것이 없다. 오직 잘못은 너. 너의 게으름. 너의 인생에 불운 따위는 없었다. 나태한 네가 불운을 자초한 것이다. 

그러기 전에 묻고 싶은 것이 있어. 나는 왜 하고 싶지도 않은 것들을 하며 살아야 하지? 단지 이 국가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말이야. 핀란드 애들 봐봐. 나는 걔네 나온 다큐멘터리 보면서 숨넘어가는 줄 알았어. 아 같은 하늘아래 너무도 다른 것들이 살아 숨쉬고 있구나. 열 받아 미치겠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사고란 고작 열받아 미치겠다, 이 뿐이었어. 그 순간, 눈물이 흘렀어. 나도 할 줄 아는 것 많아. 좋아하는 것도 많아. 글쓰는 것 좋아하고, 책 읽는 것도 너무너무 좋아해. 밤마다 잠들기 직전 그 순간에 인간의 존재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도 해. 나이만 먹은 인간들이 떵떵 거리면서 세상에 구정물 뭍히는 것에 대해서 분노도 할 줄 알고, 그걸 무조건 옳다고 따라가는 주니어들을 보면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굳은 결심을 하기도 해. 


근데 말야. 왜 이런것들은 나를 설명해주지 못하는 걸까. 왜 나는 온전히 이런 내 자신을 인정 할 수 없는 걸까.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자본으로 결부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왜 나는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걸까? 사실 이런 주절주절거림은 아무런 소용도 없어져 버리는 거야. 어디 대학교 다니는, 어디 회사 다니는, 결혼을 한, 결혼을 안한, 부모님이 계시는, 부모님이 안계시는, 연봉이 얼마인, 고향이 어디인, 몇살, 누구입니다. 이걸로 나는 끝나버리는거야. 사실, 나는 그렇게 간단하게 설명이 되는 존재인거야. 


지금 뭐하냐고? 무슨 한심한 소리를 하냐고?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고? 현실이 그런거라고? 니가 그래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고? 그래. 어쩌면 다들 그렇게 똑같은지. 세상 살이에 모범답안이라도 있는 것 처럼 말이야. 나는 이제 모르겠다. 이 모든 것들에 저항하고 싶으면서도 대학에 목매다는 내가 너무나 한심하고 싫다. 하고 있던 모든 것들을 때려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그런 뻔한 영화들도 나는 이제 싫다. 아무런 대안 없이 흔들리는 청춘의 아름다움만 담아낸 영화들도 이제 보기 지친다. 너무나 추상적으로 그저 인생은 아름답다! 그것을 즐겨라! 하는 대책없는 책들도 역겨워진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내 인생, 내 역사 한 줄 모르면서 모범답안 종용하는 인간들도 난 싫다. 사실 내가 어떻게 되든지 관심 1g도 없으면서 말이야. 



지금 아무도 없는 고요한 바닷가라고 생각하자. 나는 소리친다. 
뚱뚱해서 미안해! 공부 못해서 미안해! 개털이라서 미안해! 쓸 때 없이 생각만 많아서 미안해! 순종하는 개가 되지 못해 미안해! 여러가지 현실 중에 니들이 바라보는 현실에 살고있지 못해 미안해! 여우가 못 되서 미안해! 페미니스트라서 미안해! 반골 종자라 미안해! 감성적이랍시고 허세부려서 미안해! 할 줄 아는 건 쎈 척 밖에 없어서 미안해! 찌질해서 미안해! 그런주제에 떠벌떠벌 말이 많아서 미안해!






그래 누가 뭐라든 좆까, 
어쨌든 나 대학 떨어졌어. 

그리고 그 사실이 
이제까지 내가 해 온 모든 것을 의미 없이 느껴지게 하는 것 같아서, 
참 슬픈 오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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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복잡한 마음에 쓴 글.
화이팅.
화이팅.
힘내 자는 건지 싸우자는 건지
저 단어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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