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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뭔가를 꿰어놓은 줄이 끊어지면 그 중에 달려 있던 것들이 한순간 후드득 바닥에 쏟아져버리듯 입을 열어 한마디라도 하게 되면 시효가 지난 말들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질 것 같았다.  _프롤로그, p.10

 

 

고양이는 사람을 따르는 게 아니라 공간을 따르는 성질이라 그래, 했었다. 빈집에 고양이가 많은 것도 그래서야, 라고.  _3.우.리.는.숨.을.쉰.다. p.124

 

 

여러분은 각기 크리스토프인 동시에 그의 등에 업힌 아이이기도 하다. 여러분은 험난한 세상에서 온갖 고난을 헤쳐나가며 강 저편으로 건너가는 와중에 있네. 내가 이 이야기를 한 것은 종교 얘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야. 우리 모두는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는 여행자일세. 그러나 물살이 거세기 때문에 그냥 건너갈 수는 없어. 우리는 무엇엔가에 의지해서 이 강물을 건너야 해. 그 무엇이 바로 여러분이 하고자 하는 문학이니 예술이니 하는 것들이기도 할 테지. 지금 여러분은 당장 그것이 여러분은 태워서 저쪽 언덕으로 건너가게 해주는 배나 뗏목이 되어 줄 것으로 생각할 거야.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이 여러분을 태워 실어나르는게 아니라 반대로 여러분이 그것을 등에 업고 강을 건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이 역설을 잘 음미하는 학생만이 무사히 저쪽 언덕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네. 여러분에게 문학이나 예술은 여러분을 태워 강 저편으로 건네주는 것만이 아니네. 여러분이 신명을 바쳐 짊어지고 나가야 할 필생의 일이기도 한 것이네. _2.물을 건너는 사람, p.63

 

 

서로가 서로에게 크리스토프가 되어주는 것이네. 함께 아이를 강 저편으로 실어나르게. 뿐인가. 강을 건너는 사람과 강을 건너게 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네. 여러분은 불어난 강물을 삿대로 짚고 강은 건네주는 크리스토프이기만 한 게 아니라 한사람 한 사람이 세상 전체이며 창조자들이기도 해. 때로는 크리스토프`였다가 때로는 아이이기도 하며 서로가 서로를 간 이편에서 저편으로 실어나르는 존재들이네. 그러니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히 여기게. _p.64

 

 

폭력에 이로운 문장은 단 한 문장도 써서는 안 된다.  _3.우.리.는.숨.을.쉰.다. p.89

 

 

우리는 지금 깊고 어두운 강을 건너는 중입니다. 엄청난 무게가 나를 짓누르고 강물이 목 위로 차올라 가라앉아버리고 싶을 때마다 생각하길 바랍니다. 우리가 짊어진 무게만큼 그만한 무게의 세계를 우리가 발로 딛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산다는 것은 무無의 허공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무게와 부피와 질감을 지닌 실존하는 것들의 관계망을 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살아있으라._ 9. 모르는 사람 백명을 껴안고 나면. p.291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절망할 줄 모르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다만...... 그 절망에 자네들 영혼이 훼손되지 않기만을 바라네. _10.우리가 불속에서. 갈색노트10. p.341

 

 

눈을 털어주게. 여기서 겨울을 지내보니 이상태에서 내일 또 눈이 내리면 이 나뭇가지들이 견디지 못하고 뚝뚝 부러질 거야.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자네들과 내가 눈을 털어주세. _p.342

 

 

오늘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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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0 10:11 2011/01/1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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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2011/01/14 21:35 URL EDIT REPLY
뭔가.. 위안이 글일세..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당신의 밑줄긋기.^.^
무주 | 2011/01/14 22:34 URL EDIT
소설이 읽고 싶어지는 계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