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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인터넷 산개투쟁은 앞으로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인터넷 산개투쟁은 앞으로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기고]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통신비밀보관법으로 재탄생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 참세상 2007년04월04일 13시05분 어제 갑자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논의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개정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무슨 개정?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이번 개정안은 우선, 전기통신사업자가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장비가 없어 휴대전화를 감청할 수 없다는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건 참으로 기가 막힌 노릇이다. 수사기관이 감청장비가 없는 이유는, 불법적으로 휴대전화를 도청하다가 폐기당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도청 의혹에 대하여 당시 김대중 정부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며 신문에 광고까지 냈지만, 실상은 2002년 3월까지 국가정보원 등에서 자체적인 장비를 이용해 몰래 도청해 왔다는 것이 들통났더랬다.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와 진상규명도 없는 상태에서 휴대전화 감청의 재개는 국민에 대한 감시의 확대일 뿐이다. 그러나 이번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의 진정한 핵심은 인터넷 로그기록 등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전기통신사업자가 보관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보관하지 않으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떨어진다. 어마어마한 벌금이다. 통신사실확인자료란 무엇인가? 이용자의 통신 일시와 장소, 상대방 등에 관한 추적 자료를 말한다. 인터넷의 경우 이용자마다 123.456.789.012 처럼 숫자로 된 IP주소를 갖고 있는데, 이것이 통신사실확인자료에 해당한다. 이 IP주소(로그기록이라고도 한다)는 이용자가 인터넷에 접속하고, 메일을 보내고, 게시판에 글을 쓸 때마다 자동으로 남는다. 그리고 이 정보를 알면 그 사람이 어디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어느 동네, 어느 PC방을 사용하고 있건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조합 홈페이지를 많이 호스팅하고 있는 진보네트워크의 경우, 인터넷 로그기록을 달라는 수사기관의 요구를 자주 받고 있다.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거나 특히 산개투쟁 중이면 경찰은 인터넷으로 활동하는 지도부의 IP주소를 얻기 위해 혈안이 된다. 그러나 인터넷 로그기록은 개인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통신을 했는지 알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개인정보이다. 헌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국민의 프라이버시이자 통신 비밀에 해당하는 것이다. 국가라 하더라도 통신 비밀은 함부로 침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현행 통신비밀보호법도 수사기관이 IP주소를 요구할 때는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정보인권 보호를 주장하는 진보네트워크는 인터넷 로그기록을 삭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왔다. 불필요하게 인터넷 로그기록을 보관하는 것은 유출이나 남용 가능성을 높이고 이용자의 통신비밀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1년이나 인터넷 로그기록을 보관하도록 하였다. 그것도 아무런 혐의없는 전국민의 IP주소를 말이다! 모든 인터넷 사업자가 말이다.그야말로 수사기관이 원할 경우에는 아무때나 꺼내가겠다는 편의적 발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국민에 대한 초헌법적 감시가 시작되는 것이다. 더욱이 올 7월부터 실시될 포털의 실명제(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실시될 선거시기 실명제(공직선거법)가 인터넷 로그기록 추적과 결합할 경우, 대한민국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는 실종될 것이다. 범죄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전화를 쓸 때마다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할 것을 강요받지 않는다. 위치를 밝히도록 요구받지도 않는다. 그것이 기본적 인권이다. 통신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통신비밀보호법이, 오히려 국민을 감시하기 위해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하다니 개탄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이 중요한 법률의 개정이 여론 수렴 과정을 일체 거치지 않고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처리되고 있다는 점이 무척 경악스럽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장여경 님은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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