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NGO신문] 인권침해 우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기고] 인권침해 우려있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것은 헌법 제1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국가가 수사상 필요에 의해 국민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할 때는 그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된 것이 지난 1993년이다.

이 법률은 실생활에서 일반 국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자인 국민에 대하여 통신사업자의 협조 하에 통화내용을 감청하도록 허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은 통화 내용 뿐 아니라 통화내역, 즉 통신사실확인자료 역시 통신사업자들로부터 제공받고 있는데, 최근 유선전화 뿐 아니라 인터넷 로그기록에 대한 요청도 늘고 있다. 2006년 감청 건수는 505건이고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건수는 150,743건 정도이다.

그간 통신비밀보호법은 국민의 통신 비밀을 지켜주기 보다는 수사기관의 수사 편의를 더욱 배려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감청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고, ‘긴급한 사유’에는 36시간 동안 법원의 허가 없이 감청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한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휴대폰 통화에 대한 합법적인 감청을 개시하면서 전화 사업자가 휴대폰 감청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고, 인터넷 사업자가 모든 인터넷 이용자들의 IP주소, 로그기록 등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해 최대 1년간 보관하도록 강제적 의무를 부과하였다.

무엇보다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휴대폰의 감청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도록 한 것은 국민에 대한 상시적 감청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일상적으로 감청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어느 누가 자유롭게 통신을 사용할 수 있겠는가?

또한 이 법안은 모든 전기통신사업자가 모든 인터넷 이용자에 대한 이용기록을 보관하도록 의무화하였다. 그런데 인터넷 로그기록은 인터넷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 어떤 컴퓨터로, 어느 게시판에 몇 번 글을 썼고 어떤 이름의 파일을 다운받았는지를 다 기록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개인정보이다.

이 모든 조치는 수사상 필요하다는 명분 하에 제시되고 있지만, 단지 수사기관에 ‘협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10억 이하의 과징금 혹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면서까지 전기통신사업자를 강제하는 것은 대체 무슨 경우일까?

더욱 큰 문제는, 법안이 논의되는 과정이다. 형식적으로는 지난 2005년부터 상정된 7개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통합하여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대안이 만들어진 것인데, 이 법안이 국회에서 공개되고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 불과 한달여 전이다. 3월 5일 제출된 이 법안은 대다수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우리당 이상민, 문병호 의원 단 두 명이 심사하였다. 그리고 논의 과정에서 법무부,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이 강력한 개입을 해 왔음이 당시 회의록에 잘 드러나 있다.

결국 이번 개정안은 “통신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함”을 목적으로 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에 역행할뿐더러, 통신의 자유 및 프라이버시, 개인정보에 대한 침해 가능성을 크게 내포하고 있다. 국회는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와 개정안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를 수렴하여 법안을 다시 논의하고 독소조항을 삭제해야 할 것이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시간 : 2007.04.20 / 17:59:10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