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함께하는시민행동, 영업 자유 및 인권 침해 낳을 통신비밀보호법

 

최근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중인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각종 인권 침해 요소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시민행동도 이 법안의 문제점을 분석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시민행동은 이 법안이 ① 개인의 위치정보를 수사기관이 마음대로 추적할 수 있게 한다는 점 ② 사업자에 감청 설비 설치나 로그기록 보관을 강요한다는 점 ③ 감청설비 비용을 산출해보지도 않고 국가가 부담하게 한다는 점 ④ 공청회도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림 출처 : 안이한 블로그)


영업 자유 및 인권 침해 낳을 독소조항들에다
비용 계산도 공청회도 하지 않은 졸속 법안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이 개정안이 몇 가지 측면에서 국민의 기본권과 재정(財政) 민주주의를 심각히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에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출합니다.

1.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위치정보를 포함시켜서는 안 됩니다.

개정안 제2조 제11호 아목은, 위치정보를 통신사실확인자료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위치정보 또한 다른 통신사실확인자료와 마찬가지로 3개월 내지 최장 1년까지 위치정보사업자나 위치기반서비스사업자에 의해 보관될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족적을 장기간 보관하는 것으로 개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심각한 위협입니다.

실제로 위치정보의보호및이용에관한법률 제23조(개인위치정보의 파기 등)는 “위치정보사업자등은 개인위치정보의 수집, 이용 또는 제공목적을 달성한 때에는 제16조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기록·보존하여야 하는 위치정보 수집·이용·제공사실 확인자료 외의 개인위치정보는 즉시 파기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당시 정보통신부는 공청회 등을 통해 이 조항이 “위치정보가 필요이상으로 장기간 수집․저장되어 서비스에 필요한 위치정보가 아니라 족적(足炙)으로써 오․남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의미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2002년 10월 28일, 정보통신부 주최 <위치정보보호및이용등에관한법률(안) 공청회> 자료집 중)

제2조 제11호 아목은 이같은 위치정보법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규정이므로 결코 포함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2. 감청 장비 설치 의무화 규정은 기업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입니다.

개정안 제15조의2 제2항은 감청 장비의 설치를 강제하고 있으며, 제15조의3은 장비를 설치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감청 협조 요청을 넘어 통신비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행위입니다. 이는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업의 영업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며, 더 좋은 서비스를 선택하려는 개인의 선택권도 박탈하는 행위입니다.

정부에서는 기존 법에서도 있었던 내용을 구체화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존 법에서는 시행령 상의 규정에 불과했으며, 처벌 조항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이야말로 실제로 감청장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첫 번째 시도입니다.

미국에서는 암호화된 컴퓨터 장비에 대한 정보기관의 감청을 보장하기 위해 제출된 소위 클리퍼칩 법안이 영업 자유 침해, 기술 발전 저해,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점을 지적받으면서 폐기된 바 있었습니다. 이번 개정안의 감청 장비 설치 의무화 조항은 이 클리퍼칩 법안에 비견할 만한 조항입니다. 정보통신법제사에 악법의 대표적 사례로 남을 규정이 이번 국회에서 입법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3. 통신자료 보관 의무화 규정 역시 기업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입니다.

개정안 제15조의2 제5항은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일정 기간 이상의 보관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제20조는 이 의무를 위반하는 기업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기업의 영업 자유와 개인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행위입니다. 물론 이 조항들도 기존 법에서는 시행령 상의 규정에 불과했으며 처벌 조항도 없던 조항으로, 만일 통과된다면 이번 국회가 통과시킨 또 하나의 대표적 악법의 사례가 될 것입니다.

특히 제2조 제11호 아목에서 위치정보를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포함시킨데 더해 이 조항들까지 통과된다면,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은 법원의 통제도 없이 개인의 온․오프라인 상의 행적을 자유롭게 추적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위치정보사업자나 위치기반서비스제공자는 위치정보의 보관에 상당한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입니다.

4. 이번 개정안은 재정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국고에 통제 불가능한 부담을 지우는 법안입니다.

국회법 제79조의2는 “예산 또는 기금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의안을 발의 또는 제안하는 경우에는 그 의안의 시행에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에 대한 추계서를 아울러 제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개정안 제15조의2 제4항은 감청 장비 설치에 따른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모든 전기통신사업자를 장비 설치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가 상당한 재정을 자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근거가 됩니다. 때문에 이 비용이 어느 정도의 규모일지, 비용 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비용추계서가 함께 제출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법사위가 마련한 이번 개정안에는 비용추계서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당초 정형근 의원 등 26인이 제출한 원안(이하 정형근 의원안)에도 “① 전기통신사업자의 영업비밀인 장비, 시설, 기술, 기능에 대한 실태파악을 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고 ② 사업자와 정부간 사전 협의도 없어 비용을 추산할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이유만을 담은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만 첨부했을 뿐입니다.

의안의 비용추계 등에 관한 규칙(국회규칙 제135호) 제3조는 비용추계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를 ① 예상되는 비용이 연평균 10억원 미만이거나 한시적인 경비로서 총 30억원 미만인 경우 ② 비용추계의 대상이 국가안정보장․군사기밀에 관한 사항인 경우 ③ 의안의 내용이 선언적․권고적인 형식으로 규정되는 등 기술적으로 추계가 어려운 경우로만 한정하고 있습니다. 정형근 의원안에서 밝힌 사유는 위 셋 중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또한 대상이 되는 전기통신사업자들에게 예상 비용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하기만 하면, 영업비밀에 대한 침해 없이도 충분히 비용추계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비용추계를 하지 않은 것은 비용추계 제도를 근본적으로 무시한 것이며 재정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입니다. 법사위는 반드시 이 법안에 대한 비용추계를 실시하여야 할 것입니다.

5.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가 실시되어야 합니다.

이번 개정안은 신설 조항 24개, 수정 조항 14개, 삭제 조항이 1개에 달하는, 사실상 전면개정안에 진배없는 개정안입니다. 게다가 인권 침해의 우려가 높은 여러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어, 많은 시민사회․인권단체들, 언론매체 등으로부터 반대 의견이 거듭 제출되고 있습니다. 국회법은 “제정법률안 및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하여는 공청회 또는 청문회를 개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을 공청회도 없이 처리한다면 이는 국회법의 정신에 위배되는 일입니다. 반드시 이번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가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끝>

2007.04.13

공동대표 지현, 윤영진, 박헌권
정보인권위원장 민경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