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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집회 후기(?)

최근들어 이명박 정부의 공안 탄압이 날로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집회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어요. 시민들이 못 모이게 청계광장을  닭장차로 채우고, (세상에, 그 작은 수표교에 닭장차가 들어가도 안 무너지고 버티더군요.) 전경들은 바리케이트를 쳐 광장안에  우리를 가두었습니다. 시작부터 선공(?)이 들어온거죠.

 

때마침 화장실 용무가 급했던 저는 시민들이 출입을 못 하게 막아놓은 청계광장 인근 빌딩에 차마 들어가지 못 하고(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 사람들도 우리 때문에 수도요금이 많이 나와서 골치아플 것 같애서요) 청계천으로 빠져나와 오랫동안 걸은 뒤 통로로 올라와서 그 인근 상가의 화장실을 이용해야했어요.

 

화장실 가는길에 보았던,  청계광장이 봉쇄됐다는 소식을 듣고 구호를 외치며 우회해서  합류하는 유모차 부대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얼마나 멋있었는지요. ^^

 

경찰의 바리케이트를 뚫었는지,아니면 다들 저같이 청계천을 오랫동안 걸어 빠져나왔는지 암튼 화장실 다녀온 사이 모두가 다 모였습니다.  그리고 행진이 시작됐죠.

 

요즘은 문화제를 오래하지 않습니다. 참가자들이 오랫동안 한 자리에 앉아있는걸 원치 않거든요. 왜냐면 너무 열받으니까, 화가나서 몸에서 에너지가 마구마구 생깁니다. 그래서  행진이라도 하면서, 정말 뭐라도 하면서 에너지를 해소하길 원해요. 저도 그렇구요.

 

어쨋든 그렇게 행진은 시작됐고, 전경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우린 정말 행진도 아니고, 뭣도 아닌 정말 우스꽝스러운 걸했어요. 직선으로 이쪽저쪽으로 왔다갔다만 한 겁니다. 앞으로 전진했다, 막히면 후진하고, 좀 지나서 괜찮다 싶으면 전진했다, 아니다 싶으면 후진하고, 저도 집회참가 3년차인데,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어요. 우리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듯한,  경찰에 의해서 집회가 조종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죠.

 

10시쯤 어느 방향에선가(제가 서울 안 살아서 거기가 어딘지 잘 몰라요) 전경이랑 붙었다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그쪽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전 너무 무서웠어요. 집회 시작부터 정말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거든요.

 

게다가 저랑 같이 다니던 진보 강남 당원들이 어느샌가 깃발을 내렸고 저만 낙오돼 혼자 있었어요. 전 정말 당황했답니다. 족히 만오천은 되보이는 사람들 중에서 열명정도 되는 진보강남 당원들은 찾을수도 없었습니다. 당원들 전화번호도 몰랐구요.

 

이 살벌한 분위기의 집회에서 저는 달랑 혼자 남겨졌습니다.  

그래서. . . .           천안행 마지막 전철을 타고 집에 내려왔습니다.

 

으~ 저에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저도 집회 무지하게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서울 촛불 참석하는 날은 늦게까지 남아있다 외박도 많이 했어요. 근데 그때는 항상 제옆에 의지할 누군가가 있어줬어요. 그래서 무서워도 참고 버틸 수 있었구요. 근데 그 날은 정말 아무도 없었답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는데 다음날 뉴스를 보니 많은 사람들이 연행되어 가고, 다치고, 심지어 어떤 술취한 놈이 차로 들이박고 그랬더군요. 지난 밤에 만났던 사람들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치진 않았는지, 혹 짐 집이 아니라 서에 있는 건 아닌지,  이제 막 입당한 27살의 정치 초보 그 아가씨는 너무 놀라 울지나 않았는지. . . . .

 

그렇지 않아도  전 요즘 나름대로 갈등이 많답니다. 제가 겁이 너무 많거든요. 저는요. 정말. 공포나 스릴러 영화는 물론이고 액션 영화도 19세 이상 등급은 못 본답니다. 너무 잔인하고 폭력적이라서요. 무섭단 말이에요. 영화를 보다가 그런 장면이 나오면  전 정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답니다.

 

그런데 또 무섭다고 집회에 참여 안 하거나, 진압들어오기 전에 빠지는 건 어청수의 강경 진압 목표에 부합하는 행위잖아요. 그러니 참여 안 할 수도 없고, 가자니 무섭고, 정말 고민이에요. 이럴때 든든한 남친이라도 있으면 훨씬 나을텐데. . . 손 꼭 붙잡고 도망다니고, 혹시나 맞게 되면 같이 맞고.. . .  ㅋㅋ  

 

생각해보니 저도 집회 참가 3년차인데 요즘처럼 무서웠던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FTA 반대 , 비정규직 철폐, 노동절, 민주노총 총파업 등 각종 집회에 참석해봤지만 이렇게 무자비하게 살수하고 진압들어온 적은 없었어요.

 

개인적으로 8월1일부터 5일까지 휴가입니다. 저는 이번 휴가를 서울 촛불에서 보낼 계획이랍니다. 촛불때마다 막차시간되면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 할 것 없이 그냥 밤이 하얗게 새도록 눌러있을 겁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무서워요. ㅡㅜ

 

저의 이 무서움증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오늘도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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