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법학을 전공했다. 대학원까지...학위는 없지만 어쨌든...그리고 몇 년간은 법으로 밥을 먹고 살았다.
 
그런데 대학 4년간 학부 과정 중 어느 수업에서도 법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받은 적도 없고 그에 관한 수업을 들어 본적이 없다. (아...있었다고 해도 기억에 남는 건 없다) 물론 몇몇 교수가 추천한 고전들을 읽었고 그것과 관련된 레포트를 제출했던 기억은 있다. 밀의 자유론, 소크라테스의 변명, 예링, 헤겔, 마키아벨리 등등...기억나는 건 이 정도.... 학부가 끝난 후에도 별로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어쨌든 법철학, 법사회학, 법사상사 등 법학의 기본이 되는 분야는 대학원에서 인기없는, 아니면 관심이 있어 전공을 하려해도 아예 관련 전공교수조차 없는 대학도 있는 것이 현실인 마당이니 내가 특별히 대학 생활을 엄하게 보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궁색한 자위를 해보긴 하는데 역시 궁색하다.
 
하지만 살다보면 세상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다보면 말이지. 일반 사람은 이거 이거 한글은 맞는데 아무리 읽어봐도 우리나라 말인지 조차 의심스러운 법조문을 남들 보다 조금 더 알고 해석할 줄 아는 인간보다 그 법은 왜 있는데? 왜 내가 그걸 지켜야 하는데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더욱 필요한 것 아닐까 하는 아니 확실히 그런 사람이 더욱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할 수 있고 어느 정도 답을 할 수 있기 위해 이 책 저 책 읽다가 만나게 된 책이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라는 책이다. 선물로 받았다. (아내 생일 선물로 책을 선물했더니 아내 역시 내 생일에 책을 선물했다. 으..인과응보랄까) 현재 이런 책을 읽을 상황은 아니지만..짬짬이 읽고 있다.
 
이 책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저자가 다르다...더군다나 옮긴이도 네명 정도 된다. 으...이런 책 읽기 어렵다. 내용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저자의 문체와 논리 구성에 익숙해질 때쯤이면 전혀 생소한 스타일의 새로운 저자의 글이 시작된다. 그러면 다시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이다. 익숙해지고 나면 또 다른 저자가...땅을 파다 바위하나 치우고 한뼘 정도의 흙을 치우니 다시 바위가 나타나는 분위기....
 
아 그렇다고 이 책이 나쁜 책이라는 건 아니다. 현재의 석학들이 읽어주는 고전 이야기, 이런 책 무척 좋아한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로부터 시작해서 몽테뉴로 끝을 맺는다. 순서가 뒤바뀐 것 같지만 고전에 대한 해제를 통해 현실 상황을 풀어 이야기해주는 책(각 장이 모두 그런 스타일은 아니지만)을 읽고 나서 주연 출연자들의 대표작을 다시 찾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고전 해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책은 아니다. 단지 고전을 많이 이용한다는 것이다. 아 그리고 한국어판 서문의 최장집 교수의 글도 짧지만 좋다.
 
“법의 지배” 또는 “법치주의”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개념 정의, 그리고 민주주의와의 관계에 대한 명쾌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제 각국(주로 남미)의 정치 현상을 이용하여 설명하는 나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1장에서 시작해서 전장을 관통하며 법에 대한 정의와 법의 지배가 가능한 이유에 대하 분석을 마키아벨리의 관점을 차용해 내리는 것은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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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7 23:58 2010/07/07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