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여왕....

from 분류없음 2010/11/23 23:31

요즘 보는 드라마가 있다.

 

역전의 여왕이라는...간단히 말하면 상사에게 미움받아 쫒겨나고 능력없어 회사에서 퇴출당한 부부의 이야기이다.

 

제목에서 엿보이 듯이 이들 부부가 이러한 역경을 딛고 결국 인생 역전한다는 결과가 뻔히 보이는 그런 드라마다.

 

뻔한 드라마라고 해도 이 드라마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주인공 주변의 각 등장인물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은근히 세상을 꼬집는 맛이 있었다.

 

재벌2세가 시비가 붙은 사람에게 경찰 검찰 아는 사람 많다 돈 많은 내가 우기면 안될 것도 된다고 하며 멋지게 그 상대방을 물리친다. 그러나 작가, 피디가 이 재벌2세를 멋지게 보이려고만 그 장면을 넣은 것 같지는 않다. 정말 맞는 말 아닌가? 대한민국에서 돈 많은 사람이 제대로 법의 심판을 받는 경우가 드문 더러운 세상이 아니던가.

 

이 드라마는 타방송사의 대물이 대놓고 정치 이야기하다가 작가고 피디고 다 짤려 이상한 드라마로 전환되는데 반해 이렇게 세상이 다 알지만 공중파에서 건드리기 좀 거시기한 뜨끔한 이야기들을 찔끔 찔끔 찔러대다가 너무 심각하지 않게 코믹 버전으로 얼버무리면서 은근히 세상을 풍자한다.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 차별받는 비정규직들 이야기, 세상에 뒤쳐지고 자식 뒷바라지에 숨이 턱턱 막히는 40대 이야기, 아무 능력검증도 없고 성과도 없이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르는 재벌2세,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상사의 눈에서 벗어난 죄로 쫒겨나 재취업도 안되는 여성 등등

 

드라마 초반 그 부부의 남편은 군대 시절 후임병이 직장 상사로 오게 되며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다가 결국은 퇴출되고 만다. (오호 정준호가 이렇게 연기를 잘할줄이야.)

 

그후 그는 대박 떡복이 집에서 일하며 대박집 노하우를 배우고 자존심이고 머고 다 버리며 돈을 만든다. 아내의 반대라는 난관이 있지만 잘해낼 것처럼 보였다. 그러기를 나는 바랬다.

 

여기까지 아주 좋았다. 이 상황에서 내가 기대한 것은 그렇게 떡복이 집을 차리고 그 가게가 대박나서 자기 힘으로 아주 행복하게 잘 살아 간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런데 뻔한 드라마의 뻔한 공식이 되풀이 된다. 어찌 어찌하여 둘은 회사에 복직이 되고 드라마는 회사 안에서 두 사람의 역전을 그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게 쉽겠는가? 회사 실세에게 콕 찍히고 능력 부족으로 퇴출당했던 두 사람이 그 거대 조직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해서 역전을 한다는 것이 말이다. 영화에서나 가능하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그래서 결국 등장한다는 것이 키다리 아저씨, 즉 재벌2세다...집안의 천덕꾸러기 막내 아들이 퇴출자 출신들로 구성된 팀을 맡아 정예 기획팀과 능력 대결을 펼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회사의 실세도 아무리 천덕꾸러기라지만 회장의 아들을 함부로 할 수 없다. 회사 실세의 방해 공작은 키다리 아저씨의 적절한 등장으로 해결이 되고 이런 과정에서 퇴출자들과 재벌2세간에 인간적 유대까지 쌓아 간다. 요즘은 이런 드라마도 완전히 말도 안되게 이야기를 풀어 가지는 않으니까(아..막장들은 막 풀어가는구나...) 결론이 영 납득이 가지 않도록 만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별 수 없이 이렇게 재벌2세가 등장해서 풀어 갈 수 밖에 없나 하는 생각에 씁쓸하다.

 

하긴... 이 대한민국은 자영업으로 성공하는 것이 마음 착한 재벌2세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하는 것보다 더 비현실적이고 확률이 적은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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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3 23:31 2010/11/23 2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