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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 등록일
    2007/09/02 23:36
  • 수정일
    2007/09/02 23:36
집에 틀어박혀서, 야구중계만 두 경기를 봤다. 물론 중간중간에 나머지 한 경기도 봤기 때문에, 사실상 세 경기를 본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어쨌든 두 경기를 본 것으로 치자. 오랫만에 야구중계를 1회부터 9회까지 다 보니까 재밌군. 두산 3 vs 4 롯데 선발투수인 랜들과 손민한 둘다 잘 던졌다. 둘다 홈런을 한방씩 맞았다. 손민한은 고영민에게 1점홈런을 맞았고, 랜들은 페레즈에게 2점홈런을 맞았다는... 7회까지 그렇게 2:1로 롯데가 앞서가던 경기가 양팀의 선발투수가 교체된 8회에 두번의 반전이 일어났다. 롯데의 투수는 배장호. 8회초에 두산의 이종욱이 선두타자로 나왔는데, 투수앞의 빗맞은 타구로 내야안타로 출루한다. 1사 이후에 고영민이 빗맞은 안타를 치면서, 13루 찬스를 만들었는데, 4번타자 김동주가 나와서, 역시 빗맞은 바가지 안타를 쳤고, 여기에 롯데 우익수가 잠시 공을 떨어뜨리는 실책을 범했다. 이 때, 3루주자 이종욱이 홈을 밟고, 1루주자인 고영민까지 재빠르게 홈을 밟았다. 이렇게 해서 3:2 역전. 경기가 이대로 끝났다면, 아마도 오늘의 MVP는 고영민이 되었겠지. 거기서 홈까지 간다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두산의 팀 색깔이 드러난 부분. 그런데, 8회말 롯데의 공격에서 1사 23루에서 이대호가 고의사구로 출루해서 만루. 그리고 다시 페레즈가 2타점 2루타를 터뜨려서 다시 4:3으로 역전해버렸다. 결국 롯데가 두산에게 4:3으로 이겼고, 페레즈는 혼자 4타점을 다 올렸네. 8회를 보면서, 정말 박진감 넘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두팀모두 불펜이 불안하다는 생각이... 야구에서 마무리 투수체제가 갖춰진 이후로는 가장 불안한 이닝이 7,8회라고 본다. 선발투수와 마무리투수 사이의 이닝. 두 팀 모두 팽팽하던 투수전에 초를 치고 말았지. 그렇게 잘 던졌던 랜들과 손민한은 승패없는 상태.ㅋ 승리투수는 8회에 2점을 내준 배장호가 되었더군. 물론 배장호는 구위가 나쁘지 않았는데, 계속 빗맞은 안타를 허용하면서 꼬였지만. 운이 없었다고 해야겠지. 한화 7 vs 2 LG 사사구에서의 차이가 승패를 결정지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1회에 LG가 먼저 1점을 뽑았는데, 바로 뒤 2회초에서 LG 선발투수 옥스프링이 볼넷 두개로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하더니, 연경흠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맞더라. 안타 1개에 2점을 내줬으니... 그것을 시작으로 하여, 한화 타자들은 중요한 순간마다 볼넷으로 출루하였고, 그것이 이후의 안타에서 바로 득점으로 연결되었다. 그에 비해 한화의 선발투수 정민철은 무사사구의 경기를 펼쳤다. 9회까지 끝났을 때, 안타수는 11:10으로 한화가 1개 많았지만, 사사구를 한화는 8개 얻었고, LG는 1개 얻었다. (9회 2사 후에 문동환이 볼넷을 허용했는데, 그것만 아니었으면, 무사사구 경기) 좀 맥락없는 볼넷이 많았다. 고의사구로 거르는 것도 아니고, 굳이 승부를 피할 이유도 없는 때에 볼넷으로 화를 자초했다. LG의 팬들 입장에서도 맥이 빠질만한 게임이었다. 특이사항은 오늘 한화는 정민철 - 송진우 - 문동환 - 구대성 이렇게 4명이 이어서 던졌는데, 나이가 전부다 35세 이상이다. 그래도 다들 잘 던지더라. 구대성은 공 1개 던지고 세이브 올렸음. 삼성 3 vs 0 SK 삼성의 선발투수는 매존, SK의 선발투수는 레이번. 두 투수 모두 잘 던졌는데, 아무래도 레이번이 좀더 위태롭게 게임을 이어갔다. 거의 회마다 위기를 맞이하면서, 긴장하게 해놓고도 또 실점을 전혀 하지 않았다.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고나 할까... 그러나, 레이번은 7회에 김재걸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양준혁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무사 13루의 위기를 맞이했고, 이때 조웅천으로 교체되었으나, 조웅천이 심정수에게 안타를 맞고 말았다. 이것이 0:0의 균형을 깨뜨리는 삼성의 첫 득점이었고, 곧 결승점이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무사 12루에서 박진만의 희생번트와 진갑용의 희생플라이로 한점을 더 추가하니, 그 2점이 너무너무 커 보이더라. 그리고 9회에 심정수가 솔로홈런을 날려서 3:0 이 경기에서 내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선수는 삼성의 채태인. 2회초 1사 1루에서 2스트라이크 노볼의 카운트에서 11구까지 끌고가서 결국 볼넷을 얻어서 출루했다. 나는 이런 플레이 잘하는 타자들이 좋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공이 들어오면 계속 파울을 쳐내면서,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는 것. 그러다가 설령 삼진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그날의 경기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특히 잘 던지는 선발투수일수록, 이런 플레이 몇 번으로 투구수를 확 늘려놓기만 해도 기회가 더 많이 오는 법이다.


나는 야구를 좋아한다. (동네야구라도) 하는 것도 좋아하고, 보는 것도 좋아한다. (물론 아직까지 야구장에 가서 경기를 본 적은 한번도 없다.) 내가 야구에 눈을 뜬 건 초등학교 3학년때다. 그때쯤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선수는 태평양 돌핀스의 최창호선수였다. 그의 투구폼이 너무너무 멋있었지롱. 그러나, 최창호 선수는 좌완이었고, 나는 오른손잡이였기 때문에, 그는 이미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빙그레 이글스의 송진우. 송진우를 한창 좋아라할 때인 91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퍼펙트게임에 아웃카운트 4개 남겨놓고 실패했던 것도 떠오르네. 타자중에는 빙그레 이글스의 이정훈, 이중화, 이강돈 1,2,3번 좌타자들. 하여튼 야구는 내게 왼손잡이에 대한 무한한 동경심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명확하게도 오른손잡이인데, 왼손잡이가 되고 싶었으니까... 동네야구할 때도 괜히 왼손으로 던져보고, 왼손으로 쳐보고... 그랬다. (지금도 칠 때는 왼손으로 친다.) 야구는 분명히 오른손잡이 중심으로 설계된 스포츠인데, (베이스를 도는 방향이 고스톱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인하여 왼손잡이들은 수비 포지션에 제약을 받지만, (2루수, 유격수, 3루수는 왼손잡이가 할 수 없는 포지션이다. 포수의 경우는 못 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태까지 왼손잡이 포수를 본 적은 없다.) 타석에서만큼은 오른손잡이보다 우대받을 수 있는 기이한 게임이다. 나는 야구는 정말정말 계산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점승부에서 무사1루 기회에 강공하다가 병살타치는 꼴을 보면,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번트대서 1사2루를 만들어야지. 아니면 도루나 치고달리기를 하거나 뭔가 작전을 걸어야 할 타이밍에 타자에게만 모든 것을 맡기는 꼴은 정말 싫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야구는 한점가지고 승부를 낼 때, 팽팽한 투수전 속에서 어쩌다가 주자 한번 나가면, 번트대서 2루 보내고, 그 다음에 안타 1개로 1점 내는 거. 그게 야구의 참맛이라고 생각한다.ㅋㅋ 꼭 번트가 아니라도 좋아. 작전을 걸라는 거다. 나는 작전을 보고 싶어서 야구를 보는 거니까. 그리고 작전에서 그만큼 중요한 것이 희생타, 또는 팀배팅이다. 1사만루에서 내야땅볼 하나쳐서, 자신은 아웃되더라도 주자들을 모두 진루시킬 수 있는 타자들은 정말 대단한 타자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희생플라이 하나를 쳐낼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오늘 본 경기들 중에서는 진갑용의 희생플라이에 그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이고 1사 23루일때 희생플라이로 2:0을 만드는 것. 이런 때의 희생플라이는 주자 없을 때 치는 홈런하고 같은 가치라는 거지. 그거보고 나는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삼성은 3점으로도 이길 수 있는 팀인 셈이다. 물론 그만큼 투수력이 받쳐주는 거지만... 어쨌든 나는 서로간에 투수력이 뛰어난 팀들이 대결하는 게 좋고, 1점홈런이라도 그런 경기에서 나오는 걸 좋아한다. 오늘 두산 vs 롯데의 경기는 그런 게임으로 가다가 8회에 이상하게 되어서 좀 실망스러웠고... (투수전에서 타격전으로 급격한 변화...) 한화 vs LG의 경기는 LG투수들이 너무 힘빠지는 투구를 해서 별로였고, 그나마 삼성 vs SK의 경기가 제일 재밌었다. 물론 SK는 오늘 한점도 내지 못했지만... 시즌이 끝나가니까 그런지, 그래도 번트가 많이 나와서 좋았다. 인제 야구 자주 봐야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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