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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차이

  • 등록일
    2010/05/19 04:45
  • 수정일
    2010/05/19 04:45

스승의 날이라고, 차마 내가 토요일에는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하니까,

그럼 일요일 저녁에 보자면서

작년에 가르치던 애들 3명이 찾아온다고 해서 미리미리 약속을 잡았는데,

마치 이 녀석들이 자기들이 나를 모시고 어디 근사한 곳에서 밥을 사줄 것만 같은 태도로

나더러 어디로 오라고 해놓고, 결국 밥값은 내가 냈다. ㅋㅋ

이 녀석들 마치 하루 왠종일 수다떨면서 놀 것처럼 말하면서

(그래서 저녁부터 일정 다 비워뒀는데.ㅋㅋ)

찾아오겠다고 해놓고는 고작 밥만 먹고, (물론 밥을 두시간 넘게 먹었다는 것)

자기들이 이제 대학교 1학년이 되었다는 것을 티를 팍팍 내면서

숙제를 해야하네, 조별발표가 있다네 하면서 휙휙 가버렸다. ㅋㅋ

 

뭐 그런 건 아무렴 어떠냐.

 

그리고 월요일 밤에는 또 다른 녀석이 찾아와서

밤 10시에 내 수업 끝나는 거 기다려서 같이 술마시러 갔다.

제자와 술을 먹는 건 참 재밌는 일인 것 같다.ㅋㅋㅋ

이 녀석은 벌써 나와 술먹는 일이 두번째인데,

전에는 일단 소주를 입안에 들이 붓기 바쁘더니,

이제는 한결 여유가 생겼더라.

 

스승의 날에 내게 주는 가장 근사한 선물은 이런 녀석들이었을 게다.

스승의 날이라고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다. ㅋㅋ

이 녀석들이랑 이야기를 해보면, 나랑 11살 차이가 나는데,

뭐 고민하는 것은 별 차이 없는 듯. 나이랑은 상관없는 듯.

(물론 건강에 대한 고민은 내가 훨씬 많이 있긴 하더라.ㅋㅋ)

앞으로 어떻게 살까? 이번 방학 때는 뭐하지?

연세대를 간 녀석은 자기네 학교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고 하소연했다.

그래서 대학들이 등록금을 그렇게 많이 받으면 그거 어따쓰냐고 물어보길래,

펀드하겠지... 라고 대답해줬다.

어쨌든 여기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서

신랄하게 이야기했다.

 

걔들이 고2일때부터 내가 가르쳐서 대학을 보낸 아이들인데,

이 아이들하고 이제는 수학문제가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거 보니,

참 신기하구나. 그리고 다들 전에 봤을때보다 많이 성장했구나.ㅋㅋ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나자. 가끔씩 말벗이 되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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