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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다

  • 등록일
    2006/10/10 03:40
  • 수정일
    2006/10/10 03:40

레이님의 [대학..꼭 보내야 하나..?] 에 관련된 글.

 

오늘은 조금 힘들었습니다.

과외를 무려 3군데나 가야했고,

(아마 11월말까지는 다시는 이런 날은 없을 겁니다.)

학교 숙제도 모처럼 해야 했습니다.

결국 아홉문제중에 다섯문제 풀어서 그냥 제출했습니다.

그래도, 집에서 점심 먹은 그릇을

차마 그때는 바빠서 설거지를 못하고 쳐박아 두었다가

같이 사는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에 내가 먼저 들어와서 설거지를 했습니다.

내가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그것만은 떠넘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설거지를 그렇게 피곤한 중에도 했던 것은, 나의 자존심 때문이었습니다.

(자존심이 나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교육 시장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보니,

그 모순되는 지점들이 눈에 보입니다.

과외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외롭습니다.

혼자라서 외롭기도 하겠지만, 꼭 그것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이 친구들에게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하루에도 몇번씩 생각합니다.

공부해야한다. 공부좀 해라. 숙제도 내주면 좀 하고...

이런 말 늘 하고 있지만, 정말 하기 싫습니다.

놀아라. 놀아도 된다. 중요한 건 너의 생각일 뿐이다. 너의 꿈은 무엇이냐...

등등 이런 말 좀 하면서 놀다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해도 학생의 성적이 유지된다면, 꿈만 같은 일이겠습니다.

차라리 내가 문제만 풀어주는 기계라면 좋겠습니다.

대학을 가니 마니, 수업을 듣네 마네...

이런 건 저한테 묻지 말고, 자기들이 알아서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 주위에 대학에 간 이후에, 수능을 다시봐서 다른 대학에 간 사람들이 좀 많아서

너의 꿈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은 그래도 항상 던지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꼴에는 가르친다고 해서 맡은 학생들이

적어도 대학가서 자신의 학과적성이 안맞아서 고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지금은 당장 돈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추석때 부모님에게서 "돈독이 올랐다"라는 구박을 들을 정도로

사교육에 올인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생활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돈은 많이 필요하면서 가급적 편한 길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느날 이런 것들을 다 멈추고, 진짜로 살아가기 위하여,

지금은 마음이 멍해져도 조금 참을 겁니다.

 

밤 11시. 마지막으로 돌아서는 그 길에

그래도 술한잔할 친구가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매일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날에는 그렇다는 겁니다.



이 타이밍의 불질이

누군가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쩌다가 들어오게 되었으니... 글이나 하나 올리렵니다.

(같이 사는 사람이 컴터 계속 쓰길래, 기다렸는데,

내가 이제 잘라고 하니까, "컴터 끌까?" 이렇게 물어보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끄지 말라고 해서, 지금 컴터 앞에 앉고 있습니다.)

제 괄호속의 구차하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는 한 변명을 이해하신 분은

이 포스트에 "OK"라고 덧글을 다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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