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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스]"우리 라디오나 해볼까"

 

“우리 라디오나 해볼까”
[미디어운동場] 문화연대
 
2009년 07월 23일 (목) 17:20:33 정소연/문화연대 활동가 mediaus@mediaus.co.kr
 
청소년들의 재기발랄 활력 프로젝트 모난라디오, 들어보셨나요?

#1 비오는 여의도의 어느 하루 :  과장된 선그라스와 촌스러운 스카프로 치장(?)한 그녀들 과거로 돌아간 국회의사당 앞에서 태권브이를 불러내는 의식을 하고 있다. 이름하여 ‘보여주고 싶어 환장한 라디오’ 의 포스터 촬영이다.

#2 표현의 자유를 위해 대한문 앞 : 굿나인앤굳럭을 경계하고 대한문을 봉쇄한 전경들 앞에서 머리에 꽃을 달고 가슴팍에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부직포 입술을 붙인 그녀들의 소프라노 웃음 소리는 무거운 공기를 가른다.

#3 어떤 공간의 창문을 넘어서 지붕 위 : 2008년, 그러니까 공식적으로 2008년 처음 만난 그녀들- 나이도, 외모도, 성격도, 심지어 취향도 제각각인 그녀들이 나란히 별을 보고 누워 첫 방송의 자축연을 벌이다. 모난라디오 시작이다.

지난 해 겨울, 꽤나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우리는 몹시 지쳐있었더랬다. 평소 청소년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우리에게 2008년은 계속되는 일제고사와 교사징계, 끊이지 않는 청소년에 대한 탄압으로 거리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해였다. 청소년으로서의 삶과 활동가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찼던 우리의 고민은 결국 한가지로 귀결되었다.

“보다,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서로의 고민들을 펼쳐 놓으니 가장 사적인 이야기일 것 같던 고민들은 사실 우리 모두의 고민이었다. 적극적으로 즐겁게,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어느날 누군가의 “우리 라디오나 해볼까” 라는 한마디로 우리는 라디오를 시작했다. 

청소년 활력 프로젝트 모난라디오는 “보다, 즐겁게, 평등하게, 자유롭게” 의 모토로 시작한 인터넷 라디오다. DJ 엠건, 공기, 쩡열, 난다, 또연이 만들어가는 방송은 인터넷 홈페이지 www.monanradio.net 를 통해 매주 월, 수, 금 방송되며 어느새 20회를 넘기며 달려가고 있다.  

사실 청소년들에게 세상은 꽤나 제약이 많은 공간이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려 해도 “부모님 인증(성인 인증을 포함하여)” 을 받아야 하며. 소통을 위한 광장에서조차 ‘기특하지만 보호받아야할 여린 존재’라 여기는 ‘친절한 어른들의 배려’에 10시이전에 귀가하여야 하며, 이마저도 집회에 참가하면 정학 또는 퇴학이라는 말도 안되는 교칙으로 인해 참가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광장은 존재하지만 청소년에게(요즘엔 누구에게도)는 열려있지 않은 세상에 적극적으로 반항하는, 말 잘 듣고 착한 청소년의 탈을 벗어 던져버린 발칙한 청소년들의 라디오. 세상을 둥글게 살아가지 않고 직접 부딛혀 깨져 모나지더라도 뾰족뾰족한 촉을 세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되바라진 라디오. 모난라디오의 등장은 그래서 완.소 다.

   
  ▲ 모난라디오 웹자보 중ⓒ모난라디오  
 
발달한 인터넷은 지구촌 방방곡곡의 이야기들(어쩌면 단 한번 가보지 않은, 않을 그곳)까지 실시간으로 알려주지만 정작 우리 옆의 일들에 관심이 없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었다. 수많은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언론의 정형화된 프레임은 사실을 왜곡한 전달로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청소년들에게 끊임없이 주입되는 지식들은 정답이 정해져있는 완결된 이야기로 변주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저 외우고 있기만 하면 될 뿐, 아무도 그것을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모난라디오는 끊임없이 생산되는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변주의 가능성을 찾는다.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사라지는 정보가 아닌 우리의 시선으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이 우리만의 화법으로 변주하고 그에 대하여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길 원한다. 삶의 가치란 특정개인이나 집단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각자들의 삶에서 다양하게 변주하는 그 이야기들의 생산을 위해 모난라디오의 월, 수, 금은 꽤나 시끄럽고 바쁘다. 

모난라디오의 월요일엔 골방소녀 엠건이 함께하는 ‘당신 마음속 한줄’을 통해 문화적 감수성을 나누며 M채널을 통해 TV를 비롯한 미디어비평이 이뤄진다. 그리고 발칙한 DJ공기가 들려주는 학교 안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달된다. 수요일은 까칠한 쩡열이 친절한 보호주의에 날리는 어퍼컷과 열정스피커를 통해 다양한 음악이 방송된다. 금요일엔 세상에 안테나를 꽂고 교신중인 난다의 뉴스와 리플 뒤집기와 미심쩍은 언니 또연과 함께하는 위험한 상담소가 운영된다. 격주 수요일엔 DJ들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진행하는 ‘참여라디오’와 한 달에 한번 거리로 나가 세상과 교신하는 ‘보여주고싶어환장한’ 라디오까지 진행되니 모난라디오 무척 바쁘다.

녹록치 않은 재정과 열악한 녹음환경, 바쁜일정속에서도 그들의 재기발랄함은 여전히 반짝반짝하다. 어쩌면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라디오일지도 모르고 꽤나 산만한 라디오기도 하지만 내 맘이 원하는 일을 삶과 분리되지 않는 활동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 그리고 어리니까 몰라도 된다, 학생은 공부부터 해라라는 편견과 싸우며 청소년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모난라디오. 그저 단순한 ‘나’의 이야기나 ‘너’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며 보다 자유롭게 평등하게 역동적인 소통을 지향하는 모난라디오는 함께하는 청소년들의 삶의 촉매재가 되기 위해 오늘도 ON Air.     

문화연대는 문화권리 앞에서 예민하고 당당한, 당신의 불온한 상상력과 진보적 감수성을 위한 동반자이자 놀이터입니다. 국민 모두가 문화권리를 실현하고 문화민주주의가 확대되는 문화사회를, 문화연대는 고민하고 실천합니다. ‘억압이 아닌 자유’, ‘차별이 아닌 평등’, ‘경쟁이 아닌 평화’가 우리 삶에 보장되고, 문화를 둘러싼 사회적 공공성과 다양성이 확대되고 시민과 민중의 일상적 삶의 권리가 마침내 실현되는 그 순간을 위해 문화연대는 문화사회를 향한 무모한 도전과 발칙한 행동을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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