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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교육과학기술부의 초중등교육법 개악 시도를 강력 규탄한다

 

[ 성 명 서 ]
학생인권유린 비호 법안! 학교장 절대권력 강화 법안!
학생인권조례 무력화 법안!
교육과학기술부의 초중등교육법 개악 시도를 강력 규탄한다

 


최 근 교육과학기술부(아래 교과부)는 「학교 교육력 강화와 학생 권리 신장 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인권 침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침묵해오던 교과부가, 학교 자율성이라는 미명 하에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던 교과부가, 이제라도 학생인권 신장을 위해 나선 것이라면 환영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실상을 살펴보면 ‘앞에서는 학생인권을!’, 뒤에서는 ‘학생인권의 삭제를!’ 노린 심각한 수준의 개악을 추진하는 것이어서 격분을 자아낸다. 게다가 학생인권 신장을 위한 민선 교육감의 조치나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상위법령을 개악하려는 불순한 의도는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교 과부는 지난달 한국교육개발원이 제시한 초중등교육법령 개정시안을 바탕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을 뿐 교과부 차원의 공식안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발뺌한다. 그러면서도 이미 음으로 양으로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을 뿐 아니라 올 하반기 내 개정을 완료하겠다고 하니 개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과부 추진안은 학생인권 유린을 법으로 비호하고, 학교장의 절대권력을 강화함으로써 학생인권 보장에 대한 시대적 요청과 국민의 바람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반민주, 반인권 법안이다. 그 판단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 째, 교과부 추진안은 학교가 모호하기 그지없는 이유로 학생인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길을 아예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추진안은 ‘학생의 권리 행사는 교육목적과 배치되어서는 안 되며, 학교의 장이 교육활동을 보장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타인의 권리를 보호위해 학칙을 통해 학생의 권리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라는 조항(18조의5)을 신설하고 있다. 이 조항의 의미가 무엇인가. 국제인권기준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불가침의 인권을 제한할 막대한 권력을 학교에 쥐어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학교의 교육목적이 선교라면, 학생은 종교의 자유를 행사할 수 없다는 초헌법적, 반인권적 조항을 버젓이 신설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교육활동 보장’과 ‘질서 유지’는 또 어떠한가. 그동안 학교가 학생인권을 자의적으로 침해하면서 숱하게 내세웠던 근거가 바로 교육활동 보장, 질서 유지였다. 학교의 자의(恣意), 아니 학교의 독재를 끝내야 할 시점에 오히려 법으로 학교의 독재를 보장하겠다니 너무도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닌가.

 

둘째, 교과부 안은 학교장에게 학생의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학칙 제정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학교장의 통제권력을 절대화하고 있다. 추진안대로라면, 학생인권에 부정적인 학교장들이 교육청의 지침에 반기를 들거나 집단적 거부 행동을 펼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된다. 학교규칙의 최종 제정 권한을 학교장에 부여하고, 교육감의 인가권은 삭제한 또 다른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마저 국회에 계류 중이라니 더더욱 충격적이다. 두 법안이 나란히 통과되고 나면, 학칙의 이름으로 학생의 인권이 자의적으로 침해되어도 외부의 규제 장치가 전혀 가동될 수 없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도래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 평택에서 일어난 학교장의 교사 체벌 사건에서처럼, 인권과 민주주의와는 담을 쌓은 채 학교장만을 위한 왕국을 건설할 수 있는 길이 법으로 보장될 것이다.

 

셋째, 체벌 관련 내용도 몇몇 교육청이 추진해 온 체벌 금지 조치나 학생인권조례제정 시도를 물거품으로 만들 우려가 매우 높다. 교과부의 의도대로 신체 또는 도구를 이용한 체벌만 금지될 경우, 체벌을 전면 금지한 교육청 지침이나 학생인권조례는 상위법 위반 결정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체벌 금지를 향한 사회적 열망과 합의를 부정하고, 교육현장을 다시금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넷째, 교과부 추진안은 학생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새로운 학생징계 제도를 신설하고 있다. 출석정지(정학)가 부활했고 징계전학과 학업점수 감점까지도 가능해졌다. 이 같은 징계 제도는 그 실효성이 의심될 뿐 아니라 ‘학생의 회복과 복귀’가 아닌 ‘교육적 방임과 배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업점수 감점의 경우, 문제가 되고 있는 그린마일리지제도(상벌점제, 생활평점제)와 함께 학생의 모든 행동을 ‘점수’라는 칼날로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살벌한 교육현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섯째, 교과부 추진안은 학칙 제정에 있어 학생의 실질적인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 개정안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학칙을 정할 때 미리 학생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모호한 규정으로는 학교현장에서 결코 학생의 참여가 보장될 리 없다. 17일 제정된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참여권’을 다양한 방식으로 세밀하고 규정하고 있는 이유이다.

 

우리는 교과부의 초중등교육법령 개악 시도가 학생인권 신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학생인권의 삭제’를 노리는 행위라 단언한다. 학생인권과 학생인권조례는 경기도를 넘어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교과부는 학생인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야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 지금 교과부가 해야 할 일은 경기도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을 진중히 검토하고 국제인권기준과 헌법에 어긋나는 초중등교육법령의 내용을 삭제, 손질하는 일이어야 마땅하다. 교과부는 학교장의 절대 권력을 강화하고 학생인권유린을 법으로 비호함으로써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키려는 초중등교육법 개악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외친다. 학생인권을 법으로 유린하고 학생인권조례를 물거품으로 만들 초증등교육법 개악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학생인권유린 비호 법안! 학교장 절대권력 강화 법안!
학생인권조례 무력화 법안!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 개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2010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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