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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가 청소년활동가들에게

 

작년, 이렇게 유서를 남기고 발전적 해소(?)를 맞이한ㅡ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의 그간의 활동을 정리하는 백서 작업을 하고 있는 요즘ㅡ

괜스레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이 글은, 네트워크의 마지막 이야기, 유서!!!!! 

 

 

 

 

 

<본격 유서>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가 청소년활동가들에게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2012.03.29.)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의 탄생과 성장

 

오늘 이렇게 모여주신 여러분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저의 유언을 짧게 전하고자 합니다. 저는 2006년 3월 19일에 <청소년인권운동, 어디까지 왔나>라는 워크샵의 성과로 청소년인권운동에 뜻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연대체였어요. 인권운동사랑방,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발전하는학생회 ‘가자’,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 청소년다함께, 전북청소년인권모임 ‘나르샤’ 등의 단체가 힘을 모아 함께 저를 만들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청소년이 중심이 되어 활동을 하고, 많은 사건이 일어났지만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운동을 끈질기게 밀고 나가는 단체도, 활동가도 부족했지요. 그러다 보니 한 걸음 떼었다 다시 돌아오고, 저마다 뿔뿔이 흩어져 한 해 살이 운동을 한다거나 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러한 반성에서 제가 탄생했고, 청소년운동의 새로운 ‘진영’을 열게 되었어요! (으쓱) 학생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파란만장 전국행진(2006), 청소년인권-인문학 캠프 인권서리(2007), 학생인권법제정운동(2006~2007), 스쿨어택, 각종 학생인권 관련 집회&캠페인, 청소년인권캠프, 한 달에 한 번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청소년인권 놀이터 ‘빨강물고기’도, 그 당시 저와 제 친구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만들어졌지요. 태어나자마자 으쌰으쌰 힘차게 참 바지런히도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그 활동이 저의 알찬 양분이 되어주었어요.

그리고 2006년 한 해 동안, 청소년 저항의 곁에 버팀목이 되려고 노력했던 스스로를 돌아보며 <“청소년, ‘미래’를 넘어 ‘현재’로 - 2006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백서>를 펴냈습니다. 1년 간의 활동을 정리한 백서가 무려 665페이지 정도였으니, 2006년 그 해, 활동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나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청소년운동의 열매가 주렁주렁

 

그렇게 저는 무럭무럭 성장했고, 어느덧 2008년이 되었습니다. 2008년도 어찌 보면 제 인생에서 참 뜻 깊은 해였지요. 우선 저랑 자주 부대끼던 몇몇 친구들이 저를 떠나가기도 했고,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습니다. 2008년은 2005-6년에 ‘두발자유’, ‘내신등급제 폐지’ 등을 외치며 청소년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던 것처럼, 많은 청소년들이 저항의 불씨를 지피면서 ‘촛불집회’를 시작한 해이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은 ‘미친교육, 미친소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요. 그 당시 ‘전국청소년학생연합(전청련)’, ‘10대연합’ 등의 이른 바 ‘촛불청소년단체’들이 잠깐 등장했고 입시경쟁과 교육 문제를 고민하며 “일제고사 say NO"를 함께 외치기도 했습니다.

또한 5.17 청소년 집회를 계기로 청소년직접행동에 불을 붙이기 위한 목표를 갖고 ‘청소년직접행동(청직행)’이란 새로운 네트워크가 2008년에 형성됩니다. 청직행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6월, 마침 서울시교육감 선거시기와 맞물려 “기호0번청소년 후보” 운동을 펼쳤지요. 이 때 참, 거리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녔었답니다. 청직행은 기호0번청소년 운동 이후에도 촛불집회 곳곳에서 청소년의 목소리를 알리고 외치기 위해 뛰어다녔어요. 알록달록 기똥찬 피켓을 만들기도, 거리에 낙서를 하기도 했습니다. 2008년 하반기에는 청소년활동가들의 내부 역량 강화와 성장을 위한 내부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2008년이 청소년직접행동으로 시끌시끌했던 시기였다면, 2009년과 2010년은 비교적 조용한(?) 시기였어요. 그리고 학생인권이나 교육 의제가 아닌 청소년인권 의제를 새로운 친구들로 맞이하게 되었어요. 사실 이전부터 만나고 싶었는데 닿지 않아 만나지 못했던 것 뿐이죠! 얼마나 기쁘고 반가웠는지. 이 시기가 바로 청소년인권에 대한 연구와 담론 성장이 활발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청소년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일까? ‘청소년 보호주의’, 여성청소년의 목소리 좀 높여보자! ‘걸페미니즘-10대 여성주의’, 청소년도 노동자야! ‘청소년노동인권-알리바바 운동’ 등이 기운차게 판을 벌여나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셀 수 없을 만큼의 시간 동안의 회의, 공부모임, 세미나. 더 나아가 청소년활동가들과 함께 하는 워크숍, 교육, 캠페인 등의 활동까지도! 여러 청소년 운동의 의제와 다양한 청소년활동가들을 풍성하게 만날 수 있었던 날들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성장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청소년인권선언’도 제가 만들었다는 사실! 2008년,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 여러 운동진영에서 발표한 ‘2008인권선언’에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도 참여했습니다. “나이가 어리다고 누리지 못할 권리는 없다! 2008 청소년인권선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의미는 아직까지도 유효합니다.

 

2011년 이후, 청소년운동의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자

 

2010년 말부터 2011년 들어 저는 조금 침체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청소년활동가들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청소년활동의 활동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고민해왔던 저와 제 친구들은 다시 또 다른 네트워크를 만듭니다. 청소년활동가 활동기반 마련모임 ‘활기’가 바로 그 모임이지요! 이 시기에 청소년운동 영역을 보다 넓히고, 활동 기반 다지기를 위해 기초를 만드는 작업이 뚝딱뚝딱 이루어집니다. 눈부신 활동을 거듭했던 초창기에 비해서는 그리 눈에 띄지도 않고 조금은 느릿했지만, 청소년운동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끊임없는 의지를 가지고 여전히 또렷또렷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만남을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호랑이가 죽으면 가죽을 남기듯, 저 네트워크 또한 죽으며 무언가를 남기고자 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여러분들을 초대한 겁니다! 저와 같은 청소년운동에 대한 의지로 꽉 찬 청소년활동가 여러분들을 모시고, 이제 저는 마지막 유언을 남기려 합니다. 짧게 남기려 했지만 6년의 세월을 종이 몇 장에 정리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고, 이제 저의 마지막 물음표를 받아 안고 제대로 품어주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새로운 운동을 향해 걸어가는 밑거름으로, 오늘 이 시간이 채워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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