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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무기대신 평화를!

 

 

무기 대신 평화를!


10월 1일 국군의 날은 한국전쟁 당시 동부전선에서 육군 제3사단이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국방부는 5년에 한 번씩 대대적인 군사퍼레이드를 진행하며 '국군의 날'의 위상을 강화하려 노력한다. 심지어 올해 국군의 날은 건군 60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군대’의 위상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이번 군사퍼레이드에서 첫 선을 보이는 한국의 자랑이라는 ‘흑표전차’는 한 대당 가격이 83억 원에 육박한다. 국방부는 이 ‘흑표전차’를 총 680대 도입할 예정으로, 개발비 2000억 원을 포함하여 무려 5조 6440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또한 삼성 테크원에서 생산하는 K-9자주포는 지난 2001년 터키에 10억 달러의 규모를 수출하였다며 국익에 엄청나게 기여한 것 마냥 국방부에서 자랑하던 것이다. 하지만 터키는 나라 없이 떠도는 쿠르드 인들에 대한 심각한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 K-9 자주포는 쿠르드족의 주거지를 겨냥하기에 적절한 설계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자랑’ K-9자주포는 터키의 어딘가에서 쿠르드 인을 겨냥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K-9자주포 사격장의 무리한 확대 계획은 무건리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다. 소수민족의 생명을 담보로, 국민들의 주거권을 담보로 개발되는 무기는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강한 무기에 대한 국가적인 열망은 그 사회를 좀먹을 뿐이다. 무기의 확충이란 국민들의 세금을 가지고 가장 쓸모없는 곳에 돈 낭비를 하는 엉터리 평화일 뿐이다. 또한 무기들은 눈  앞에 존재하지 않는 적에 대한 공포를 유발하여 보이지 않는 평화를 위해서 현실을 희생시켜 전쟁의 도구로 복무한다. 때로는 누군가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기도 한다.


매해 정부예산의 15%정도에 해당하는 국방비, 그중에서도 무기획득에 관련한 예산은 대략 37%정도 된다고 한다. 만약 이 예산이 교육이나 의료, 문화, 복지 등의 영역에 사용된다면 훨씬 적은 투자로도 오히려 막대한 긍정적인 변화들을 이끌어낼 수 있다. 육중한 무기들은 현실 속에서 전쟁을 대변하고 평화를 미래의 영역으로 넘겨버리지만, 평화를 위한 다양한 상상력은 현실에서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에 다양한 층위로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흑표전차가 아니라 안전한 먹거리이다. K-9 자주포가 아니라 아프면 돈이 없어도 누구나 가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다. 아름다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과 그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평화는 길거리에서 무기를 보는 세상이 아니라 어디서도 책을 볼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다.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인 권리이다.


건군60주년 맞이 국군의 날, 살인과 파괴를 본래의 목적으로 가지는 무기들이 테헤란로를 질주하는 것은 백번을 양보해도 나와 당신의 삶을 평화롭지 못하게 한다. 가을의 한복판, 무기들의 질주에 파괴되는 것은 테헤란로 아스팔트만이 아니다. 누구를 위하여 무기들은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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