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기에 또 잠을 설쳤다. 거기에다가 새소리인지 쥐소리인지 천장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힘을 합쳤다. 오늘은 방을 옮겨야겠다. 체크아웃을 하고 세탁비 1달러를 지불했다. 이번에는 오토바이를 타야겠다. 슈퍼들러 조그만 땅콩하나 사고 거스름돈을 만들었다. 오토바이 운전수에게 가서 지도의 위치를 짚으니 처음엔 2달러 부르다 결국 내가 요구한 2000리알(0.5달러)에 합의하고 오토바이 뒷 자석에 올랐다. 운전사들 내가 가자는 게스트하우스 너무 안좋다고 하루 10달러에 좋은 곳이 있단다. 누가 그걸 모르나? 

 

2.

내가 찾는 3달러짜리 게스트하우스를 찾지 못했다. 그냥 내려서 내가 찾겠다고 하고 오토바이 탄 값을 치뤘다. 안쪽 골목에 chi cha hotel 간판이 보인다. 들어가서 방 보여달라고 하니 3불이라며 창문 없는 방을 보여준다. 나에게 창문은 중요하다. 창문 있는 방 없냐고 하니 맨끝 베란다와 붙은 방을 보여준다. 허름하지만 안에 화장실도 있고 창문도 크다. 같은 가격이다. 샤워를 하고 당장 쓸 것들을 작은 책상위에 펼쳐놓았다. 나는 생각이 산만한 스타일이라 정리정돈이 중요하다.

 

3.

세탁을 맡기고 1층 레스토랑에서 아침식사를 주문했다. 보통 모든 게스트하우스 1층에는 레스토랑이 있다. 이집은 인디안식사 전문인가 보다. 1.5불짜리 인디안 아침식사를 시키니  밀가루 부침 세장과 카레소스가 나온다. 부침을 띁어 카레에 찍어먹은 방식인가 보다. 일하는 친구가 아주 차분해 보이는 스타일이다. 여기 숙소에서 강변 인터넷 룸은 5분거리다. 밀크음료를 마시고 인터넷을 하고 오늘의 목표인 로열팰리스, 왕의 궁전을 향해 걸었다. 더위에 몸이 달아오를 무렵 시원해 보이는 편의점이 있다. 들어가 보니 550원짜리 농심 육계장 사발면이 있다. 면발이 가늘어서 부수어 과자로 먹기도 좋고 양도 적당해 내가 가장 선호하던 사발면이다. 가격은 두배가 넘는 1.25달러다. 여행에서는 보일때 먹어야 된다.

 

4.

더위도 식힐겸 해서 안에서 사발면을 먹으면서 캄보디아 점원과 영어로 몇마디 나누고 나와걸어 로열팰리스 앞에 도착했다. 입장료가 3불이고 사진을 찍으면 3불추가 비디오를 찍으면 5불을 더 내야 한다.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촬영비를 내나? 나는 사진 비디오 안에서 검사 안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서양인들은 다 촬영비를 내는 거 같다. 합리화의 수준이 높기는 높다.

 

5.

역시나 로열팰리스는 금으로 떡칠한 왕의 의자부터 실내장식을 보는 거 말고는 없었다. 바닥을 은덩어리로 깐 실버 파고다도 카펫으로 덮어나 일부의 은을 밟아보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거보다는 작은 사원안에서 카드점 보는 캄보디아 여성들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얇은 나무판에 점괘를 적어 한 100개쯤 실로 꿰어 보지않고 원하는 부분에 손을 대면 한 아저씨가 그 부분을 열어 읽어준다. 뭐가 자기와는 엉뚱한 점괘가 나왔다보다. 웃는다. 아저씨가 다시 보란다.

 

6.

로열팰리스를 나와 다른쪽 방향으로 걸어갔다. 중고서점이 보인다. 영어책들만 진열해 놓고 있다. 모기에 물리면서 둘러보는데 무라카미 하루끼의 노르웨이의 숲이 있다. 함부르크 공항에 막 내려야 하는 37살먹은 주인공 남자의 얘기다. 그는 18년전 과거로 돌아간다. 여행과 회상이라? 나의 처지와 비슷하다. 1200여앤에 팔렸나보다. 라벨이 붙어있다. 책값 5불을 지불하고 나와 걸으니 비슷한 영어 헌책방이 또 있다. 그리고 4거리 맞은편에는 에어콘 확실한 새책방이 있다. 새 책방에서 비싼 책들을 뒤적이다가 영어권사람이 한국여행시 회화 핸드북을 찾았다. 내가 찾던 책이다.

 

7.

걸어서 돌아오는 길에 큰 마트에 들려 음료수와 군것질 거리를 좀 사고 숙소근처에서 바게트빵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과일주스 한 잔 마시고 인터넷 좀 하다 숙소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여긴 모기가 아직 없다.

 

 

* 050211 (금) 여행78일차

 

(잠) chi cha hotel 욕실있는 싱글 3150원 (3불)

(식사) 아침 인디안식 아침식사 1600원 (1.5불)

          저녁 바게트햄버거 과일주스 1250원 (5000리알)

(이동) 오토바이 500원 (2000리알)

(입장) 로열팰리스 3150원 (3불)

(간식) 땅콩 250원 (1000리알)

          우유음료 750원 (3000리알)

          농심 육계장사발면 1300원 (1.25달러)

          콜라 500원 (2000리알)

          물 500원 (2000리알)

          파인에플주스, 새우깡 통, 오징어채 2900원 (2.7달러)

(기타) 인터넷 1500원 (6000리알)

          노르웨이의 숲 책 5250원 (5달러)

          영어 회화책 6300원 (6달러)

 

................................................. 총 28,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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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6 14:54 2005/02/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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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양이
    2005/02/27 22:51 Delete Reply Permalink

    나도 아주 큰 창문을 좋아하죠. 물론 환기는 필수!!! 강렬한 햇볕에 나를 노출하면 뭔가 멸균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들죠. 캄보디아군요. 어서 어서 서쪽으로 쉬엄 쉬엄 구경하며 좋은 경험 많이 만드소. 나의 상태는 조증과 울증을 넘나들고 있소이다. 병인듯.. 건강하소.

  2. aibi
    2005/02/28 01:15 Delete Reply Permalink

    고양이)어서 어서~~ 쉬엄 쉬엄이라. 음 아주 절묘한 경지를 말하고 있군요. 이 원리를 그대의 증상에 대입하면 조증일때는 쉬엄 쉬엄, 울증일때는 어서 어서. 처방전이 그냥 나와버렸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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