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들 늦게 일어났다. 일본인 청년은 알람이 울리는 것도 모르고 자다가 일어난다. 다들 시장앞 노점에서 밑반찬 부폐식 식사를 했다. 시간은 12시가 넘어간다. 어제 가기로 리강 배유람보다는 자전거 타기가 훨씬 재미있다. 서로 입구에서 일행들과 헤어졌다. 매일도 적고 서로행운을 빌어주었다. 마스란 애칭의 피어씽 여성은 고쓰족이란다. 검은색 옷에 피어씽이 고쓰족의 트레이드 마크란다.

 

2.

나도 10대때 매틀음악에 열광했었다. 그 주된 두 그룹이 아이론 메이든(철의 단두대)와 주다스 프리스트(예수를 팔아넘긴 유다와 사제의 교묘한 병치)이었다. 고등학교 때 본 주다스 프리스트의 라이브 공연은 모든 청중이 리드 보컬인 랍 헬포드의 트레이드인 검은 가죽모자 가죽자켓 가죽 바지 가죽 신발, 가죽 자켓 옆 선으로 박혀있던 철심들을 똑같이 입고 열광하던 장면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컨베어벨트 시스템에 묶여있던 청년노동자들이 공연에서의 집단상징의식으로 그들의 일상적 억압을 풀어내는 기재였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은 공연장안에 머물러있었다. 그때 미국 노동자의 감성을 자극했던 부르스 스프링스틴의 팬들이 자연스러운 복장이라면 매틀족은 좀 더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것을 요구했었다. 난 그때 해적판과 해비메틀 잡지를 사모으는 데 열중했었다. 지금 그 매틀문화는 럭셔리한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의 세트옷으로 소멸되어버렸다. 

 

3.

어제 매틀족의 언저리였던 나와 고쓰족 마쓰가 이런 저런 음악을 얘기하다 어떤 한 음악에서 어떤 공통의 지반을 확인했다. 완전한 소멸과 단절은 있을 수 없다. 나도 삶속에서 면면히 이어지는 그 맥을 찾아나가고 있고 마쓰도 그러하다. 통제되고 있다는 말은 동시에 찾아나가는 무언가가 있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마쓰가 앞으로도 고스족으로 살아나가기를 기대해본다. 나도 꼬뮨족으로 살아나가리라. 내 가슴 한쪽에는 10대때 열광했던 매틀의 감성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4.

오늘은 중국에서 보기 드문 화창한 날씨다. 혼자라도 리강 유람선을 타야겠다. 숙소 카운터에서 예약을 하고 방으로 돌아오니 장쯔가 이틀만에 돌아와 자고 있다. 장쯔 너 괜찮아. 어디갔었어. 이런 느낌으로 말과 손짓을 했다. 류더취가 없으니 병든 닭처럼 힘이 없다. 코가 막혀서 아팠단다. 나 리장 가는데 같이 갈래. 그냥 자겠단다.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5.

2시가 되어 카운터로 내려가니 한 남자가 나와있다. 버스 터미널로 가서 싱핑가는 버스를 타란다. 싱핑내릴때 누가 나온단다. 싱핑터미널 내리니 한 아줌마가 영수증 보여달란다. 아줌마를 따라갔다. 한 카페에서 기다리다 출발했다. 어제 내가 걸었던 그 길로 간다. 호주인 넷, 일본 여자 둘, 나 총 7명이 10명 정원인 아담한 배에 탔다. 리강은 주변풍광이 부드럽고 아기자기하다. 6명은 한 호텔에서 왔나보다. 갑판에서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한 40분 가더니 방향을 돌린다. 돌아간단다. 햇빛이 어떻게 비치는 가에 따라 산이 바뀐다. 갑판에서 호주 아저씨와 잠깐 대화를 했다. 자기도 20년 일하고 나서 1년 여동안 세계를 돌았단다. 배에서 내려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걸었다.

 

6.

시드니에서 왔다는 호주 할머니와 얘기하면서 걸었다. 한 70전후로 보인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보낸단다. 손주들이 모두 일곱명이란다. 아주 건강한 얼굴이다. 같이 한 식당 앞에 진열해온 음식재료들을 보았다. 이건 살아있는 데 고슴도치 새끼같다. 이건 들쥐다. 큰 술병에 새가 통째로 들어가있고 뱀은 기본이다. 이곳 계림 양숴 동네가 특수 요리들로 유명한 동네로 알려져 있다. 이 할머니 혀를 내두르며 나에게 묻는다. 한국에도 이러니? 난 노우했다. 뒷 말은 생략했다. 한국은 숨어서 먹지 이렇게 내놓지는 않아요. 이 할머니 호주에는 동물 보호로 캥거루가 너무 많아져서 차와 부딛치고 문제란다. 그런데 중국은 미개하다는 식으로 혀를 찬다. 그럼 이나라에 왜 오셨나. 우리 앞으로 거의 90도로 허리가 굽혀져서 지팡이에 의지해 걷고 있는 중국 할아버지가 걸어 온다. 이 할머니 일할때 허리를 펴고 해야하는데 한 자세로 계속 일하니 저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할머니의 말속에 산업안전의 기본쟁점이 튀어나온다. 부주의인가 노동강도강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인가. 난 저 할아버지의 개인사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고단한 중국 농민의 삶의 모습이자 결과라는 부분이 있음은 분명하다.

 

7.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왔다. 장쯔와 약속했던 6시가 넘어간다. 잉글랜드 제약회사에서 일한다는 프란세스가 있다. 서로 뭘 했는지 대화를 좀 했다. 중국의학에 관심이 많고 어제 부터 태극권과 안마를 배운단다. 나에게 저녁을 같이 먹잖다. 난 장쯔와 약속이 되어 있는데 갈이 갈래하고 물으니 좋단다. 장쯔도 좋다고 하고 셋이너 숙소를 나와 전망이 좋아보이는 구름나인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여기서는 내가 어중간하게 통역을 했다. 장쯔와 어렵게 대화를 해서 영어로 프란세스에게 말해주었다. 프란세스는 8시가 좀 넘어 안마교육 받으러 갔다. 프란세스가 얼마내야 하냐고 물으니 장쯔가 내가 낸단다. 장쯔 이 친구 좀 기분파다. 오늘은 내가 낼 차례다. 둘이서 맥주를 더 마시다 장쯔가 비어빠에 가잔다. 너 아파서 괜찮겠어 하니 노 프라브럼이란다. 여긴 내가 낼께 하니 좋다고 하고 자기가 맥주를 산단다.

 

8.

좀 걸어가다 라이브 맥주집에 들어갔다. 여기 서로는 많은 집들이 라이브 공연을 한다. 장쯔에게 물었다. 너 류더취와 결혼할거니? 결혼할거란다. 그래고 내일 난닝에서 만난단다. 뭔가 싸웠는데 화해한 느낌이다. 어린 친구들이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데 머리를 기르고 폼에 더 열중한 실력이다. 내가 상중하 중 어떤 수준이냐고 장쯔에게 물으니 중이란다. 중국맥주는 11도다. 한병씩 다먹고 장쯔가 더 시키려고 한다. 내가 다른 데 가보자고 했다. 2차 맥주집을 나왔다.

 

9.

3차 맥주집은 메이요우 카페였다. 여행자들이 중국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메이요우(없어요)이다. 이집은 없어요 카페다. 불친절과 맛이간 맥주는 없다는 의미란다. 2층 무대에서 3명이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머리도 짧고 동네 복장인데 사운드가 아까 무대와는 확실이 다르게 꽉 차있다. 장쯔에게 물었더니 상이란다. 아까부터 장쯔에게 이노래는 무슨 노래냐 계속 물었다. 아직 중국노래는 실연 이별 삼각관계 같은 건 거의 없다. 홍콩을 위한 노래, 중국을 위한 노래, 이런 식이다. 난 원래 노래를 맬로디로 듣는 편이라 별 문제가 없다.

 

10.

뒷 테이블에 아까 숙소에서 보았던 중국계여성이 혼자 있다. 합석을 하자 하니 좋다고 한다.

캐나다 벤쿠버에서 중국문학을 공부한단다. 음악때문에 시끄러워 중국현대문학의 경향은 물어보지도 못했다. 그냥 나 청두에서 두보초당에 갔었다. 그러냐... . 

 

 

* 050106 (목) 여행 42일차

 

(잠) 3250원 (25원)

(식사) 아침 520원 (4원)

          저녁 식사겸술  10400원 (80원)

(이동) 싱핑 왕복 1430원 (11원)

          리강 유람선 6500원 (50원)

 

............................... 총 22,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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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4 19:04 2005/01/1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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