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새벽 배 갑판에서 본 내가 살아왔던 곳

 

(11월 28일 새벽)

1

28일 새벽 갑판에 나왔다.

이 배는 정확히 서쪽으로 향해가고 있다.

20시간 가까이 지나온 길

주변에 육지는 보이지 않는다.

배의 프로팰러가 남긴 하얀 자욱을 보며

내가 36여년동안 살아온 자욱을 떠올려 본다. 

그 순간들

그 기억들

나는 내가 살아왔던 그 곳으로 돌아간다.

돌아가기 위해 길을 떠난다.

 

2

갑판에는 중국 아줌마 다섯과 중국 남자 하나가 나와 아침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바지런한 운동 습관을 엿볼수 있었다.

 

3

핸드폰을 바다에 버렸다.

핸드폰은 출발하기 직전에 정지 신청을 했다.

019의 경우 한달에 4400원을 내야 한단다.

좀 씁쓸하지만 핸드폰 번호도 인연이다 싶어 두기로 했다.

무엇을 버려야 할까? 저 바다 깊숙이...


그동안 정들었던 내 핸드폰. 수장시키기 직전이다.

방 친구가 중국가서 팔라했지만 그냥 빠뜨리기로 했다.

사실 액정이 나가버려 문자메세지를 보질 못한다.

 

 

(041226 여행 1일차)

4

눈이 내린다

어머니와 일산 마두역에서 헤어졌다.

버스를 타고 부평역으로 여기서 동인천역으로 택시로 국제여객터미널로 간다.

부평역에서 디카 싼거 하나 살까 말까 망설이다.

200만 화소 니콘 쿨 픽스 2000 중고를 메모리 32M합쳐 6만원에 샀다.

사진찍는데 욕심버리고 그냥 상황상황만 툭툭 담자.

가장 낮은 사이즈 640 480으로 설정하니 300장 가까이 찍을 수 있다.

 


인천 제2국제여객터미널 청사안 액정광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5

7시 출발 3시간전인 오후 4시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항운측에서는 파도때문이라고 5시까지 기다려 보란다.

건전지를 사며 매점 아저씨에게 이런 일이 간혹 있느냐고 물었는데

자기가 2년 매점하면서 이런일이 없었단다.

5시에 방송이 나왔다. 내일 10시까지 다시 오라고

무거운 짐을 매고 다시 일산까지 갈 수도 없고

비행사에선 이런 경우에 호텔잠자리를 제공한다는데

항운사 직원은 잠자리가 없단다.

택시를 타고 가까운 여관골목에 데려다 달라하고

인터넷이 되는 여관을 무려 3만원 주고 묵었다.

이 돈이면 중국에선 며칠동안은 잘 수 있다. 

덕분에 짐정리한번 제대로 하지하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배낭이 한 짐으로도 모자라 보조가방도 가득찬다

 

6

 041126일 쓴 돈

(잠)

여관 30000원

(식사)

있는 것으로 해결

(간식)

음료수 700원

(이동)

택시 2번 4000원

버스 일산-부평역 2000원

지하철 800원

(기타)

다이얼 열쇠 3000원

건전지 4개 1200원

............................ 총 41700원

 

 

(041127 여행 2일차)

내가 탈 진천항운 배다. 2만 5천톤급으로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 컸다.

 

7

우여곡절끝에 배에 올라탔다.

이코노미 4인실 201호

30살 무역업 준비하는 친구

27살 중국유학오려는 친구

이렇게 3명이서 24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방 배정때 한국인과 중국인을 분리하는거 같았다.

어쨌든 방 친구들과 이런저런 수다를 나누면서

저녁에는 중국식 만두도 사먹도 칭다오 맥주도 사먹고 그랬다.

 

8

중국돈 100원(한화 13000원)은 여기서는 큰 돈이다. 그래서 배안 슈퍼에서 머 하나 사먹고 잔돈으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매점 점원은 이를 눈치채고 잘 안바꿔줄려고 했다. 어쨌든 나는 성공했다.

밤에 식당에서 별식 만두 먹으면서 서빙하는 여성에게 물었다. 이게 중국식이냐고 못알아 들어 다시 물었다. 차이나 스타일, 코리아 스타일. 영어 못한다는 대답이다. 먹어보니 양고기가 들어있는 중국만두였다. 말보다 입이 바로 대답해준다.  

 

9

041127일 쓴 돈

(잠)

(식사)

점심 된장찌게 4000원

저녁 육게장 4000원

(간식)

전지현 광고 음료수 700원

칭따오 맥주 2000원

(이동 수속)

여관-터미널 택시 2000원

터미널 이용료 2100원

선상비자(20달러) 21000원

(기타)

 건전지 4개(10위안) 1300원

............................ 총 37100원

 

10

사진들

나의 배낭들 큰 배낭은 여관에 두고 주로 작은 가방메고 움직였다


여관에서 셀프카메라


이코노미 4인실 테이블이다. 여기서 마작 카드 고스톱등을 할 수 있다. 이 테이블에서 두 친구에게 내가 가져온 러시안 집시카드를 가지고 카드점을 보여주었다.

 

 




코카콜라 사먹을까 이거 사먹을까하다 물병대용으로 쓸려고 이걸 샀는데 옛날 주스가루 탄 맛이다.

 


두터운 입술 어색한 포즈

 


나는 너의 등불이 되리~


심연 미지의 저너머의... 길들여진 나를 부르는 소리

 

 


배는 3 40노트의 속도로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옆의 객실은 식당이다


201호 친구들과 한 컷. 얼굴이 작게 나왔네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4/12/02 12:25 2004/12/02 12:25

Trackback URL : https://blog.jinbo.net/aibi/trackback/5

  1. rivermi
    2004/12/02 12:39 Delete Reply Permalink

    정일님 미경입니다.
    중국여행중이라는 사실을 어제 진보네 기념회에서 노힘분들에게 들었어요
    우와~~진짜 부럽슴돠~~
    여행기 기대할께요! 건강~

  2. NoMad
    2005/01/09 16:29 Delete Reply Permalink

    떠나는 자의 설레임이 묻어나네요.근데..아무리 봐도 절대 초보로 보이지 않으니...표정도 여유만만...10년을 쏘다닌 제자신을 다시 돌아보게되네요. 디카 중고는 정말 싸게 잘샀어요! 참 부러워라, 사진도 잘나오고...나도 제작년 연말 인도 떠날때 면세점에서 비싸게 장만하느라 허리휘었었는데...

« Previous : 1 : ... 698 : 699 : 700 : 701 : 702 : 703 : 704 : 705 : 706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