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을 나와 서쪽으로 걸었다

 

1

이 여관에서 하루를 더 묵기로 했다.

이 곳은 북경의 북쪽으로 북경대 청화대와 황제의 휴양지 원명원 이화원을 도보로 왕복할 수 있다. 7시에 눈을 떳다. 우풍때문에 기침은 좀 나지만 속도 괜찮고 한 20키로 걷는 것은 도보 여행준비 한 답시고 일산에서 서울역까지 한 7시간 걸어본적도 있으니 문제없을 것 같다.

회화 책을 들고 카운터로 가서 단어 짚어주며 하루 더 연장하겠다고 했다. 알아듣고 숙박비를 치루었다.

 

2

여관을 나와 이화원쪽인 서쪽방향으로 쭉 걸으니 철길이 나오고 갈레길이 나왔다. 왼쪽은 큰 건물 길 오른쪽은 옛 길 이다. 오른쪽을 선택했다. 좀 가다보면 철길넘어가는 길이 나오겠지. 결국 안나왔다. 왼쪽 편으로 죽 늘어선 중국 식당이 보였다. 어디서 아침을 먹을까? 몇 군데 망설이다

한 군데 들어갔다. 입구에 김이 모락모락나는 만두가 먹음직했다. 들어가며 만두를 손으로 가리키자 한 통 가져다준다.

아 맛있다.

어제 먹었던 만두와 비교할 수 없이 포근한 입의 감촉이 좋다. 한 열두개쯤 될까

다 먹고 소액 뭉치돈을 꺼내 아줌마를 처다보니 얼 콰이 ~ 라 한다. 아 2위안

1위안짜리 2개를 내미니 아니란다. 5마오를 더 달라는 거였다.

나 한국사람 (워 한 꿔 랜) 이라 말하고 5마오 더 주고 짜이지앤(다시 또 올게요)라 말하니

밝게 웃는다. 누가 중국사람들을 무뚝뚝하다 했는가 

 

2위안 5마오(330원)짜리 맛있는 만두



만두먹었던 중국식당

 

3

식당을 나와 죽 걸었다.

길의 왼쪽은 옛 변두리 지역, 길의 오른쪽은 북경과학기술대학 신축건물, 아파드등 길의 좌우가 확연히 구분되어졌다. 계속되는 자전거 행렬들 식당들, 변두리 지역 중간중간에 골목길에는 작은 시장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70년대 재래시장과 같은 풍경들...

좀 더 걷다보니 중국 공안경찰들이 재래길쪽 가로정비를 한답시고 식당 밖으로 나온 튀김 솥 등을 식당안으로 넣으라고 한다. 40분정도 걸었을까

다시 되돌아가기로 했다.


변두리쪽 지역의 큰 골목길

 

4

오다가 한 골목끝에 아이들이 모여있는 광경이 보였다.

들어가보니 한 소학교의 아침국민의례 같은 거였다. 공산당가 일까 아이들모두가 손을 머리위에 들고 오성홍기 계양식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저 다섯개의 별중 어느별을 꿈꾸고 있을까? 소자산가를 아니 독점대자산가를 꿈꾸지는 않을까?

소학교에서 옆쪽길로 가다가 한 5살쯤 될까 장난감 플라스틱 칼을 가진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장난기 어린 얼굴로 나에게 칼을 겨누었다. 나도 팔을 죽 뻗으며 지나쳤다. 몇 초 뒤 다시 뒤돌아보니 아이는 나를 쫒아오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아쉬움이 밀려왔다.

가지고 있는 아몬드 초콜릿도 주고 눈을 더 마주치고 갈 걸...


돌아오던 길 한 골목 소학교가 보인다

 


오성홍기에 대한 경례

 

5

다시 큰 길가로 나왔다.

아까 그 공안들 내가 2원 5마오에 맛있게 사먹었던 그 집앞 근처까지 왔나 보다. 서둘러 밖에 내놓았던 책상을 들이는 당황하는 아줌마 얼굴이 보인다. 공안 3명이 봉고차에 내려 그 식당으로 향한다. 미처 치우지 못한 화로를 공안 하나가 걷어찬다. 일글어지는 아줌마의 얼굴. 나에게 환학게 미소지어주던 그 아줌마였다.

통제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 왼쪽 옛날 집들 그 집들을 부시고 아마 고층 빌딩을 짓겠지 몇 년안으로 분명히 일어날 일이겠지. 가로정비는 사전 훈련 정지작업 이겠지.

길 오른쪽 지역의 미래는 분명 흥해보인다.

길 왼쪽 지역의 미래는 어두워지고 있다.

 

 

이화원가는 736번 버스

 

6

다시 갈림길에서

왼쪽 방향으로 트니 중국상업은행이 보였다.

ATM 자동 인출기에서 돈을 뽑으러 들어갔다. 여기는 내국인용이라 안되었다.

계속 걸을까 하다. 일단 이화원까지 버스타고 가서 거기서 걸어오자.

여관 카운터에서 375번을 타라해서 탔다. 그래서 론리플레닛의 이화원 지도를 가리키니

안간단다. 이럴 수가. 나중에 알고보니 원명원까지만 가는 버스였다.

차장은 1원을 달라고 하면서 영수증에 726이라는 숫자를 써준다

청화대학 서문쪽 정류장에서 726번을 탓다. 차장에게 이화원이라 쓴 중국어 간체자를 쓴 수첩을 보여주고 5위안을 내미니 고개를 끄덕이며 영수증과 4원을 거슬러 준다.

이화원입구에 도착했다.

이화원의 길이가 728미터라는 장랑. 복도의 천장과 난간에는 각기다른 그림들이 그려져있다.

 

7

론리 플레닛 이화원설명에는 728미터의 장량이 최고의 볼거리라 한다. 일본의 사학자 진순신의 기행문에선 이런 표현이 나온다. 서태후라는 어리석은 여자 한명때문에 평범한 중국인들이 얼마나 어려움에 처했는지 그 긴 복도의 중심에서 느낄 수 있다라는 표현이었다. 예전 필리판 이멜다의 구두가 2천 켤레라는 소식이 갑자기 떠올랐다. 어리석은 여자는 손을 꼽지만 어리석은 남자는셀 수 없겠지. 시안의 진시황 병마총에서 확인해 보아야 겠다.

황제의 오페라 극장 안의 한적한 곳을 지나는데 한 중국 여성이 자기 카메라를 주면서 사진 좀 찍어달란다. 찍어주고 나도 찍어달라고 했다. 내가 한국사람이라 하자 놀라는 눈치다. 거의 나는 중국인에 가깝게 생겼나보다. 그거보다는 인민군 모자의 덕인가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750원(5위엔)짜리 닭다리 튀김 하나 사먹었다. 먹을 만 했다.

 

 


이화원

 

8

한 3시간쯤 보았을까. 청화대학을 가려고 726번을 다시탔다

한 세정거장 쯤 가다가 보니 저기에 시장이 보였다. 바로 내렸다.

중국은 철망으로 쳐 놓은 곳이 많다. 여기도 그랬는데 철망을 문을 열고 들어가서 한 바뀌 죽 돌았다. 완전 재래시장이었다. 호두파는 곳에서 1300원(10위안)어치 호두 한 봉지를 샀다.

좀 손해 본 느낌이다.

다시 나와 원명원 쪽으로 걸었다. 청나라시절 이화원보다 먼저 생긴 황제 여름 휴양지가 원명원이다. 영불연합군이 중국을 공격했을때 약탈해가서 지금은 터와 건물기둥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버스에서 중간에 내린 재래시장입구


원명원 입구


청화대학입구.

 

9

원명원 바로 옆이 청화대학 서문입구였다. 일군의 자전거 무리와 사람들이 빨간 불인데도 태연히

길을 횡단한다. 나도 따라했다. 어제 만난 유학생의 말로는 엉망인데도 이상할 정도로 사고가 안난다고 한다. 길에는 사람이 중심이라 차들이 알아서 비켜준다고 한다.

청화대학 얘기는 여행을 준비하며 읽었던 책중 뉴욕타임즈의 모스크바 특파원이 70년대초 문화혁명직후에 중국을 방문했던 기행문에서 문화혁명의 격전지로 다루어지는 곳이다. 인상적인 대목은 홍위병이 전국을 휩쓸고 다닐때 청화대학에서도 홍위병이 위세를 떨쳤는데 말기에 들어 청화대학 홍위병이 두패로 갈라서 한패는 대학 본관에 또 한패는 과학관 건물에 진을 쳤다고 한다. 과학관 쪽이 화학재료로 폭탄을 제조하기에 유리한 지형이라 폭탄 만들고 서로 총을 겨눠 쏘아 몇 명이 죽고 이 상황을 말리려 노동자 3만이 왔는데 이 대오를 돌파하려다 노동자 5명이 죽고 이런 일들이 청화대에서 있었다는 취재내용이었다.

문화혁명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더해진다. 하지만 어떻게 물어보나

캠퍼스 안은 정말 공부 할 만하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용했다. 학생 하나에 자건거 하나일거 같은 엄청난 자전거가 인상적이었다. 알고 보니 청화대학은 내가 묵던 숙소와 가까운 거리였다.

 

 10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양배추 요리와 닭과 땅콩을 조린 요리 두가지 시키고 밥과 맥주 한병을 시켰다. 가격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2600원(20위안)이었다.

 

041129일 쓴 돈

 

(잠)

북림빈관 26000원(200위안)

 

(식사)

아침 만두 330원(2위안 5마오)

점심 닭다리 650원(5위안)

저녁 2600원(20위안)

 

(이동, 입장)

이화원 5200원(40위안)

버스 3번 390원(3위안)

 

(간식)

크랙커 350원(2위안 7마오)

사과 3개 260원(2위안)

 

(기타)

주머니칼 520원(4위안)

볼팬 250원(2위안)

..............................총 36550원

 

 

041129일 사진

 


이화원 입구 버스정류장

 


장량 위의 그림


언덕에서 바라본 호수

 

 


중국에는 엄청난 숫자의 청소부가 있나보다. 그렇게 내 버리지만 길은 깨끗하다. 호수의 오물을 걷어내는 청소부


용의 미끈한 허리놀림을 보라


내 집 창문 밖이 이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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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2 18:37 2004/12/0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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