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체크아웃을 하고 물레방아 쪽으로 걸어 한 식당에서 중국식 아침식사를 했다. 길다란 튀김 빵, 죽, 만두를 먹고 신용카드로 돈을 뽑기 위해 택시를 타고 중국은행으로 가자고 했다. 택시운전사는 여기가 맞다며 걸어가도 될 만한 거리에 내려준다. 은행으로 들어가보니 현금서비스는 안되고 환전은 된단다. 일단 홍콩달러 280원을 중국돈으로 환전했다. 바로 옆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한 40분 정도 기다려 11시 20분 중덴가는 버스에 올랐다.

 

2.

힐튼이라는 한 작가가 1933년에 잃어버린 지평선이란 베스트셀러를 썼단다. 난 읽어보지 못했다. 그 소설에서 어떤 이상향 유토피아를 말하는데 사람들이 그곳이 실제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단다. 1997년에 중국정부가 이를 받아 이 곳 중덴지역이 소설속의 상그릴라와 일치한다며 중덴의 이름을 상그릴라로 바꾸어 버렸단다. 내가 쿤밍에서 중덴가는 표를 달라하자 상그릴라가 표에 찍여나왔었다. 상그릴라는 중국 장족의 뜻으로 마음속의 해와 달이란다. 이 마음속의 해와 달을 중국정부가 밖으로 끄집어냈다. 

 

3.

중국 버스는 좌석이 지켜지기도 하지만 안 지켜지는 경우가 더 많다. 나도 대충 좋은 자리에 앉았다. 한 여자가 올가서더니 한 아줌마에게 내 자리라며 신경질을 낸다. 난 좀 뜨끔했지만 그냥 앉았다. 차는 출발한다. 차는 게곡길로 올라간다. 차 두대가 지나기 힘든 아주 좁은 길이다. 그래 뭔가 험한 곳으로 가는구나. 이거야. 웬걸 길이 점점 좋아진다. 번듯한 2차선 아스팔트 산 도로로 바뀐다. 한 할아버지가 염소를 몰고 가는데 이 아스팔트 색깔과 안 어울린다. 차는 어느덧 넓은 고지대를 지난다.

 

4.

프린트한 정보에서는 3000미터가 넘어가면 고산증이 시작된다고 한다. 두통 어지러움 현기증이 동반된다고 한다. 사실 약간 걱정을 했었다. 난 약한 심장을 가지고 태어났었다. 국민학교 2학년 때 한 학기를 병원에 입원했었다. 시험날만 가서 시험시고. 그렇다 해서 심장병은 아니고 의사는 크면 낮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 아픈 페니실린 주사를 한달에 한 번씩 맞았었다. 내가 차분하고 젊잖은 스타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간혹있는데 그건 인간성 때문이 아니라 폐활량이 낮기 때문에 그런것이다. 여하튼 아직까지 별 이상이 없다. 이곳에서도... .

 

5.

길이 더 넓어졌다. 4차선이다. 저멀리 설산들이 보인다. 중국에서 제일 높은 공가산은 무려 7556미터란다. 히말라야만 산이 아니다. 이길로 계속 올라가면 공가산 부근으로 갈수 있다.

뿔이 그대로 달려있는 소들이 길 양쪽에서 한가롭게 풀을 띁고 있다. 어 저앞에서 소들이 무더기로 지난다. 버스가 서거나 피해야 한다. 이런 일이 여러번 있었다. 소들도 안다. 버스가 빵빵거리자 한 소가 눈을 껌벅이며 기다린다. 이 길은 인위적인 도로다. 이 소들의 아버지 소나 엄마 소들은 아마 이 길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풀을 뜯었을 것이다.

 

6.

저 앞에 중국 공안 몇 명이 서 있다. 한 공안이 손을 펼치며 서란다. 버스가 서고 한 공안이 올라온다. 운전사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이건 괜한 트집잡기 식이다. 앞쪽에 있는 가방을 열어보란다. 그리고 뒤쪽으로 가서 만만한 할아버지 가방을 열어보란다. 소뼈인지가 몇 개 나온다. 하나를 집어 가지고 내린다. 할아버지들 다 내려 먼가 항의한다. 소뼈를 돌려받는다.

베이징에서 난로를 걷어차던 공안이 생각난다. 비슷한 실력행사다. 이유없이 복종해야한다.

 

7.

공안들을 뒤로 하고 버스는 달린다. 얼마안가 도로에 한 문이 세워져있다. 저게 티벳 글씨인가보다. 중국어도 함께 쓰여져 있다. 드디어 원래 티벳마을이었던 중덴이 가까워 오나 보다.

상점들이 보인다. 대부분 티벳글씨와 중국어를 함께 표기한다. 티벳 복장의 사람들과 붉은 수도승들이 많이 눈에 띈다. 한족에게 점점 점령당하는 티벳족들의 터전인 중덴에 도착했다.

 

8.

택시를 타고 가장 유명하다는 티벳호텔로 갔다. ㅁ자구조의 아주 큰 호텔이다. 그런데 사람이 없고 황량해 보인다. 안쪽 레스토랑도 문을 닫았다. 한 남자가 나온다. 도미토리 달라해서 돈을 내가 방으로 들어갔다. 이건 좀 잘 분위기가 아니다. 2층 방이 있냐고 물으니 트윈이라 하면서 30원에 해주겠다 한다. 방 창문을 여니 한 가정집 앞 마당이 나온다. 그래 여기서 하루보내자. 앞뒤 창문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 다행이 전기 장판은 있다.

 

9.

시계는 5시가 가까워온다. 밥도 먹고 내일 숙소도 미리 알아보자. 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큰 길에 있는 숙소들을 알아보았다. 방에 난방이 되는 곳은 80에서 100원, 난방은 없지만 이중창이고 온수가 가능한 곳이 50원이다. 내일 아침에 결정하자. 숙소로 돌아와 씻을려고 세면장에가니 수도는 얼어있고 샤워기에서는 찬물만 나온다. 그 직원이 한 실내의 샤워실로 안내안다. 다 쓰고 문 잠그고 나가란다. 이 큰 호텔에 불빛이 단 두개다. 이쪽의 나와 저쪽의 불빛하나. 이곳은 지금 공포영화의 세트장같다. 물론 사람없는 겨울에만 그럴 것이다. 어제 꾸었던 꿈이 생각난다. 계속 문이 조금씩 열린다. 나가보니 한 어린 괴물이 움크리고 있다. 그리 위협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괴물은 괴물이다. 내가 길다란 싸리 빗자루로 괴물을 때린다. 그 괴물은 피투성이가 되어 날라가버린다. 성장해가는 나의 자아를 보여주는 좋은 꿈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오늘은 이런 꿈은 꾸지말자.

 

 

* 050112 (수) 여행 48일차

 

(잠) 중덴 티벳 호텔 욕실없는 트윈 3900원 (30원)

(식사) 아침 죽 1원 만두 0.6원 긴도너츠 0.6원  290원 (2.2원)

          저녁 마파두부,감자볶음 밥 1560원 (12원)

(이동) 리장-중덴 4940원 (38원)

         리장 택시 910원 (7원)

          중덴 택시 780원 (6원)

 

............................................총 12,38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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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5 21:12 2005/01/1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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