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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8

2013/11/8

2013년 11월 8일 오후 5:19
 

매우 '정세적'이지 않은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보위가 중요한 당면 과제라고 본다. 그러면서도 그 과정 속에서 어떤 '내재적 비판'이 논의되면 좋지 않겠나 하는 개인적인 희망을 갖는다.

 

민중적이고 민족적인 관점에서 보면, 80년대가 가져다준 모종의 '가상적 변화'가 너무 이른 '변혁적' 당 운동으로 연결된 것 같다. 내가 보기에 거기에는 '이론'의 역할이 컸는데, 그래서 이 역사적 전변이 '이론'적으로는 제대로 성찰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후과는 당 운동의 '보수화'(재생산에의 기여)에 그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기층의 변혁 역량의 소모로 인한 전체 사회의 진보적 에너지의 고갈로 나타나는 것 같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내재적 비판이자 극복의 관점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러한 내재적 비판의 대상이 되는 문제들은 상대적으로 '정의당'이나 '노동당'이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는데, 그런 만큼 그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이중적으로 '기생'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고(한편으로는 주류 정당운동에, 한편으로는 민중운동에), 사실상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세력이 되긴 어려울 것이며, 그들에 대한 '내재적' 비판의 의미도 크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과연 어떤 '민족적 관점'에서 '민중적 요구'를 받아 안고자 했는가 라는 문제인데, '민족적 관점'이 반보편주의적인 역사적 개별성을 담지하는 사상적 관점이고, 그에 따라 '변혁'적 전망이 주체적으로 세워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정의당'이나 '노동당' 및 기타 보편주의 좌익들은 '운동' 뒤에 추수적일 수 밖에 없는, 궁극적으로 민족적 전망을 앞서 제시하며 민중적 요구를 받아 안는 '당' 운동의 자격을 가질 수 없는 '이론'에 근거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러한 '이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하는 80년대에 대한 '질적' 전환의 분석은 지금도 '독재'와 '민주화'를 구분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그 안에서는 어찌됐든 '민주화 이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탈 민중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실 그런 '이론'의 효과는 상당수 그 '이론'의 세례를 직간접적으로 받았던 인텔리 계층들의 반응에서 드러난다. 그들은 '박근혜 정권'이 '비정상'적이라고 말하고, '기가 막힌 일'들이 반복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에 따라 박근혜에 대한 '포퓰리즘'적 비판과 냉소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이론'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박현채 선생과 같은 이가 90년대 초반에 '사상'적 입장에서 '이론'이 '정세'로부터 분리되는 문제를 지적했던 것이 그것이다. 이번에 《人間思想》에 쓴 글은 '광주 5.18'에 대해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12월에 이 글과 이에 대한 왕묵림 선생의 논평이 함께 실려 나온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이로부터 출발해서 할 이야기들이 많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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