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정도 쉬기 위해 들어왔다. 만날 친구, 선배들이 있을 것이고, 대만 쪽 선생님을 도와 약간의 자료를 수집할 것이고, 적당히 들고 갈만한 분량의 책을 구입할 것이다. 그리고, 틈틈히 2월-4월동안 핵심 교재로 쓰일 왕휘 선생님의 2010년 신간을 정독해보려고 한다.
2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왕휘 선생님 수업에 조교로 들어가게 되었다. 동시에 노신을 전공한 새로 부임한 선생님과 노신읽기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편, 4월 말부터 7월 말까지는 상해대학 문화연구학과에 머무르게 될 예정이다. 중국 내부의 노신, 모택동 및 현당대사 연구상황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戴錦華의 강연은 뜻밖이었다. 한국에 이미 번역되어있는 책을 읽어보지 않았던 나는 그를 페미니즘의 시각에 기반한 문화연구(영화연구)자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매우 '서구'적인 좌파 프레임(일부 네그리를 원용하는 부분도 보인다)으로 중국문제를 보고 있었고, '신좌파'와 자유주의가 국가에 의해 선택적으로 수용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錢理群선생이 지나가듯 언급했던 말이 있는데, 그는 만약 그가 아버지를 따라 대만에 왔거나 중국을 떠나 공부를 했다면 戴錦華처럼 되었을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흥미로운 지적인데, 그 차이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고민이다.
왕휘(왕후이), 진광흥(천꽝씽) 등이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에 대해 점점 무감해지는 것도 나오키 등의 논의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어쩌면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 처럼 보이는 나오키가 오히려 존재론적 질문의 수렁에 빠지는 진광흥, 왕휘 등에 비해 현실적 비판성의 가능성에 열려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흥미로운 현상이지요. 동아시아에서 대만에게 중국은 '적' 또는/그리고 '동포'로, 한국은 '경쟁상대'이자 '적'으로, 일본은 유일한 '동지'로 표상되는 상황인데, 일정한 진실을 표현하는 듯 합니다. 대만의 정치적/사회적 '위기'라는 진실의 표현이겠지요. 중국에 대해서는 역시 역사적이고/현실적인 요인으로 인한 양가적인 감정이 존재한다면, 한국은 오히려 비교적 순수하게 '적대화'할 수 있는 대상이 된 듯 합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대만사회에 지극히 주관적인 '피해의식'을 심어주면서 오히려 내부와 외부의 객관적 사태(위기)에 대한 인식을 방해하는 탈정치화의 경향을 낳는다는 점인 것 같아요. 여기에 전통적인 쓰레기 저질 미디어가 한 몫을 하고 있구요.
분위기는 많이 안 좋은 것 같은데, 혼자 다니다 보니 한국말 할 일이 없어서 다들 한국인인줄도 모르고, 또 외모도 갈 수록 한국인 같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듣다보니 아직 별다른 경험은 없네요. 왕휘 선생님 수업은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를 하고 있어요. 논문 주제와 관련해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구요.
논문은 '포스트 마오 시기의 중국 비판사상'으로 일단 범위를 좁혔고, 거기에서 대안적 시좌로서의 아시아를 매개로 '현대성'의 논의를 둘러싼 두 가지 기존 비판사상의 노선(한축은 왕휘 등의 노선/다른 한 축은 나오키 등의 노선)을 대립시키고, 상호비판의 유효성과 공통의 한계를 지적하고 대안적 비판사상의 관점을 제시하면서 첸리췬의 작업을 비판사상의 역사적 궤적에 위치시키고 평가하는 작업을 해보려고 하는 중입니다. 1월 중순에 들어가니 그때 시간이 되면 더 얘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