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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 백과에 참여해야 할 이유

결국은 '위키를 믿는 지식인들이여 단결하라'라는 식이어서 다소 허무하기는 하다.
왜 하필 한국어 위키는 잘 안되는 가에 대한 결론은 '믿음의 부족', '주체의 부족', '문화의 부족' 밖에는 없는 것일까?
필자가 말하는
진정한 지식은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믿음, 디지털 시대의 최대의 가치는 정보/지식에 대한 자유로운 액세스(access)라는 믿음, 결국 그 가치는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믿음을 가진 지식인들... 이런 완전 사회주의적인 인간형은 어떻게 생산될 수 있을까?

아무튼 좋은 글이다.
위키 백과에 참여해야 할 이유
- ZDNet Korea, 윤종수(서울 북부지원 판사)

특히 다음의 마지막 부분.


위키 프로그램이 오픈소스 특유의 친절하지 않은 인터페이스나 매뉴얼을 갖고 있고, 텍스트(Text) 기반으로서 위지위그(WYSIWYG)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그렇지만 일단은 대부분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이미 익숙해져있는 시스템과 전혀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대부분의 웹사이트, 특히 다수가 참여하는 게시판 사이트 등은 거의 예외 없이 작성자별로, 시간별로 구분되어 글이 게시되며 각자의 게시물은 그 작성자 외에는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특정 관리자만이 손을 댈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우리 인터넷 문화의 주류인데 그 이유는 우리의 인터넷 문화가 포탈 같은 영리목적의 웹사이트 또는 소수의 운영자에 의하여 개설되고 관리되는 사이트들에 의해 주도되었기 때문이다. 영리 목적으로 개설 운영되는 사이트는 애써 개설한 자신의 공간에 채워진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이를 공유물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그렇거니와 콘텐츠를 만들어 준 이들과의 입장에서도 함부로 그들의 배타적 권리를 빼앗기도 부담스럽다.

그러니 그들이 작성한 게시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구별을 해줄 필요가 있고 각 게시물에 대한 권리도 확실하게 할 수밖에 없다. 월드와이드웹을 탄생시킨 팀 버너스리 당초에는 위키 같은 모델을 전제로 하였는데 상업적 이용 때문에 지금의 모습이 대세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위키백과의 활성화를 막는 걸림돌
자, 그렇다면 위키 백과가 활성화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개방성, 자율성에 대한 의심이다. 이는 위키 커뮤니티가 소수로 구성된 소집단에서 더 확대되어 공개된 커뮤니티가 되어 갈수록 더욱더 커진다. 모든 이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상의 자율(대부분 자율규제 측면에서 많이 논의되어 왔다)에 대한 비관적인 경험을 한 사람들이라면 가장 극단적인 개방성과 익명성을 가진 위키백과에 대해서도 비관적이다. 그러나 위키피디어나 다른 대규모의 위키 사이트가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놀라운 성과를 살펴보면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위키에 의한 올바른 지식 생산이 가능한 이유는 모든 참여자들이 신뢰할 만하기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의 참여자들에 의하여 신뢰할 수 없는 일부 참여자들의 행위가 충분히 걸러질 수 있는 위키의 시스템 자체가 신뢰할 만하기 때문이다. 오류는 어느 시스템이든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그 오류의 수정인데, 오류에 대한 신속한 수정이 가능한 다른 시스템들이 생각보다 드물다는 것은 온라인상 또는 오프라인 상에서 잘못된 정보로 고통을 당해봤던 경험이 있으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확실한 커뮤니티만 구축된다면 위키 시스템은 의외로 안정적임을 보여준다.

두번 째는 정보와 지식의 공유에 대한 회의이다. 위키 백과에의 참여는 일종의 익명에 의한 기부(寄附)이다. 사실 웹 2.0의 선도자인 팀 오라일리가 주창한 “참여의 아키텍처”라는 부분도 위키 백과에는 적용이 안 된다. 참여의 아키텍처는 참여 자체가 가치를 만들어 내는 구조로, 댄 프릭클린이 분류한 DB 구축방법 중 가장 진보한 형태이다. 즉 사람을 고용하거나, 자원봉사자에 의하여 DB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 자신의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활동의 부산물로 자연스럽게 DB가 구축되는 것으로, 자발적으로 UCC(User Created Contents)의 DB가 형성될 수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위키 백과는 Web 2.0의 좋은 실례로 항상 거론될지언정 구모델인 자원봉사자에 의한 DB 구축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힘든 것이 아닌가 하는 비관이 있다. 원론적인 공유정신에 호소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이라는 정보는 음악이나 미술 등 독창적인 예술적 표현물로서의 다른 저작물과는 다르다. 즉 표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아이디어(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다)가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의 세상은 지식 자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밑천이 아니라 그것을 종합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밑천이기 때문에 정보로서의 지식 자체를 나누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지식이 디지털화 되고 검색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모든 이에게 주어진 이상 지식 자체를 애써 부둥켜안고 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오히려 액세스(access)할 수 있는 지식의 양을 늘리는 게 서로에게 유리하다.

세 번째는 콘텐츠의 품질에 대한 실망이다. 이는 위키만의 문제가 아니고 UCC의 플랫폼에 해당하는 거의 대부분 웹사이트들의 공통적인 문제이지만 지식사이트로서의 위키 백과에서는 좀 더 심각하다. 다른 저작물과는 달리 지식의 가치는 그 객관적 품질에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껏 찾은 지식의 품질이 시원치 않으면 그 지식은 물론 전체 위키 백과의 활용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이른바 전문가 또는 질 좋은 자원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는 방법밖에 없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진정한 지식은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믿음, 디지털 시대의 최대의 가치는 정보/지식에 대한 자유로운 액세스(access)라는 믿음, 결국 그 가치는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믿음을 가진 지식인들이다. 이와 더불어 일반 대중에 의한 정보생산만을 높이 평가하고 전문가들을 불신하는 태도도 조심해야 한다. 전문가들에 대한 불신은 참여의 가능성, 즉 이념적인 부분에서의 회의였지 아마추어들이 함께 만들어 내면 전문가의 그것을 능가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위키 백과에 참여해야 할 이유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여러 포탈에서 지식검색이라는 형태로 이용자들의 참여에 의한 지식서비스를 해오고 있고 일부 위키와 비슷한 형식의 오픈지식 등도 있다. 그러나 Q&A 형식의 지식검색의 문제, 생산된 지식DB에 대한 폐쇄적 관리의 문제 등은 재껴두고라도, 이와는 별도로 위키 백과가 필요한 이유는 균형(balance)의 회복 때문이다.

상업적, 중앙집권적 웹사이트가 주도하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비판은 상업적, 중앙집권적 웹사이트 자체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현저하게 균형을 잃은 문화에 대한 비판이다. 엄청난 인터넷 이용자 및 세계 최고의 브로드밴드가입자 수에 비해 너무나도 빈약한 콘텐츠,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유수의 포탈에 비해 초라한 개방적, 자율적 커뮤니티의 현실, 강력한 저작권에 대한 격렬한 비난의 목소리에 비해 너무나도 초라한 공유문화, 엄청난 양의 UCC(User Copied Contents)에 비해 너무나도 드문 UCC(User Created Contents), 넘치는 콘텐츠 소비자에 비해 너무나도 귀한 콘텐츠 생산자들. 이것이 우리의 인터넷 문화 더 나아가 우리의 정보사회에 존재하는 심각한 불균형이다.

바로 그러한 불균형에 대한 반대편으로서의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위키 백과의 문화적 의미이다. 위키 백과는 균형을 향한 여러 첫걸음 중 하나라는 것. 그것이 오늘 당장 위키 백과로 달려가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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