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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for free

프랑스 Dieppe-Paris 구간, 8월 31일 점심 식사 꺼리

Dieppe에서 출발하기 전에 장을 봤어야 했는데... 가다보면 있겠거니 하고 방심했다가 굶을 뻔했습니다.
이 구간에는 큰 도시가 없어서 별다른 시장이나 슈퍼가 없었거든요.
그러나... 그래도 먹을 건 많았습니다.

1. 케일


쌈밥집에 가면 볼 수 있는 케일.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이 케일이 길가에 종종 보이더군요.
자생하는 것인지, 주변 밭에서 탈출한 녀석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파는 것처럼 잎이 크고 둥그렇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 집에서 키우던 걸 많이 봤던지라, 줄기와 꽃 그리고 강한 향으로 보아 분명한 케일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2. 질경이


우리나라에서도 말그대로 길가다 밟히는 녀석이죠.
오래된 잎은 너무 질겨서 여러 개 묶어서 제기차기할 때 쓰이는 녀석이지만... 연한 잎은 시금치 못지 않은 맛이 납니다.
유럽에서도 어디에서나 밟힙니다. 밟히면서도 결코 쉽게 죽지 않죠. 기특하게도.

3. 네틀(Nettle)


이 녀석에 대해서는 Earth First 캠프에서 배웠습니다.
거기에서 열린 수십가지 워크샵 중에서 'Food for Free'라는 워크샵이 있었는데...
말그대로 자유롭게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잡초' 중에 하나인데요... 정말 어디에서나 군락을 이루며 무한정 자랍니다. 강인한 생명력!
게다가 줄기에는 억센 털이 있어서 맨살에 닿으면 따갑고 가렵기 때문에 영 비호감에 골치거리입니다.
그러나 의외로 먹을 수 있고 독특한 맛이 괜찮습니다. 심지어 철분 등의 미네랄이 엄청 많다고 합니다.
기후행동캠프에서도 비슷한 주제의 워크샵이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어떤 분이 이 네틀의 잎과 열매로 Nettle beer를 만들어서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4. 컴프리


컴프리 또한 가끔 쌈밥집에 나오기도 합니다.
유럽에서 자생 하더군요. 케일보다 훨씬 많습니다.
저도 먹어본지가 오래되서 긴가민가했는데... 앞서 말했던 워크샵 진행자에게 확인을 했죠. 컴프리 맞답니다.
근데... 저는 컴프리가 거의 약처럼 먹을 정도로 건강식품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친구는 너무 많이 먹지는 말라고 하더군요. 이유는 잘 모르지만 어디선가 들었다고.

5. 블랙베리, 사과 등.


유럽에 블랙베리는 널렸습니다.
기후행동캠프에서 마지막 행진 때는 사람들이 길가에서 블랙베리를 엄청 따다가 서로 나눠먹고(씻지도 않아요) 그래도 남으니까 으깨서 페이스페인팅 재료로 쓰더군요.
뭐 가끔 사과나무도 있고... 길가에 그냥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따먹지는 않는 것 같더군요.

6.
여기에 굴러다니는 감자.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데... 길가에 자꾸 감자가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구멍난 감자 포대를 싣고 달렸나 싶더군요.
성한 녀석들로만 챙겼는데도 무게 때문에 더 들고 못 갈만큼 주웠답니다.

그리고 물을 얻으러 어떤 시골 마을 집에 들렀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이 사시는 집이었는데... 영어가 전혀 안통했지만 물을 얻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고맙다고 크게 인사를 하고 돌아나오는 길에...
집 앞 정원에 꾸민 텃밭이 너무 이쁘길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더니만... 글쎄...



저렇게 잘 익은 토마토를 글쎄 3개나 따주셨습니다.


그리하여...
블랙베리는 간식으로 먹고,
감자와 질경이, 네틀로 된장찌게를 끓이고,
케일과 컴프리로 쌈싸먹으면서,
맛있는 밥을 먹고,
토마토로 후식까지...
완전 자연 건강 유기농 채식 free로 해결했다는.... 뿌듯한 이야기였습니다. ^^
(아... 쌀은 free가 아니었군요. 암튼,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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