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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전자주민증을 원하는가?

[정보화시대에 적합한 주민등록증 발전모델 연구방향 설정을 위한 제2차 공청회]에 갔다왔다.

 

=뭐 어차피 공청회는 요식행위다. 그런데 좀 심했다. 1차 공청회는 하는지도 몰랐다. 행정자치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도 없었다. 2차 공청회는 당일 기사로 나왔다.(나는 어찌저찌해서 다른 경로를 통해서 며칠 전에 들었지만.)

 

=제목부터 웃긴다. '연구방향 설정'을 위한 거란다. 애초에 '방향'은 '설정'해 놓고, 그에 따라 컨소시엄 구성하고 '연구'해서, IC 칩이 내장된 스마트카드 시안에 추진 일정까지 다 만들어 놓고서 무슨 '연구방향 설정'이란 말인가.

 

=주최는 행정자치부와 '한국조폐공사컨소시엄'이다. '한국조폐공사컨소시엄'에 도대체 어떤 곳이 포함되어 있나 해서 검색해 봤더니만... 헐... 한국조폐공사+삼성에스원+삼성SDS 이란다. 결국 또 삼성이란 말인가?

 

=삼성SDS야 뭐 워낙에 굵직한 정부 프로젝트는 도맡아 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삼성에스원은 또 어떤 곳인가 하면.... 다음 기사를 읽어보라.

"주력사업인 시스템 경비 사업(세콤)의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스마트카드와 전자주민증, 전자태그(RFID) 등도 유망사업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내년에는 삼성그룹과 스마트카드 등 신규사업 매출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시범사업을 추진 중인 전자주민증과 전자투자 프로젝트도 장기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에스원은 오는 2010년 글로벌 경쟁력 확보로 매출 2조원과 경상이익률 20%를 달성한다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  파이낸셜타임즈 [포춘 라운지-에스원]RFID등 유망…“2010년 매출 2兆”

 

=공청회 중에서 구체적인 얘기를 한 사람은 군포시 민원처리과장이 유일했다. 공무원 생활만 한 듯한 중년의 아저씨였다. 짧은 발제문이었지만, 여러가지 민원에 대응하느라고 고생하고, 나름대로 대안을 고민했다는 흔적이 역력했다. 그런 그가 주된 '민원요구사항'이라고 여러가지를 열거했다. 증의 탈색과 변형. 주민번호와 지문 노출로 인한 불안, 위변조에 대한 불안, 운전면허증만 갖고 다니는 사람들의 불편. 즉 바꿔말하면 정보화시대에 적합한 IC칩을 달은 최첨단카드는 민원요구사항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당연한 일이다.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의 가장 큰 요구사항은 '아 씨바 귀찮게 또 왜 바꾼데'가 아닐까? 그럼 도대체 누가 그것을 원하는가? 답은 이미 위에 나왔다.

 

=주민등록증이 탈색, 변형된다는 건, 애초에 잘 못 만든 거니까 막대한 세금을 낭비한 행자부가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새로 만드는 건 더 좋은 재질로 만들면 된다. 끝.

 

=주민번호와 지문이 노출된다는 것 또한 애초에 행자부가 그따위로 만들어 놓았으니 행자부가 사과를 해야 한다. 그리고 주민번호는 폐기하거나 발급번호로 바꾸고(이 얘기는 행자부나 조폐공사 측에서도 한 얘기다) 지문은 빼버리면(사실은 수집 자체가 문제지만) 된다. 끝.

 

=운전면허증 등으로 인해서 주민등록증의 효용이 떨어진다는 문제는... 그게 왜 문제인가? 운전면허증을 비롯한 각종 신분증도 특정한 기준만 만족하면 공식적인 신분증으로 인정하면 된다. 끝.

 

=위조문제? 다음의 현란한 말을 들어보라.

"행자부에 따르면, 차세대 전자주민증은 먼저 인쇄방법에 있어 선화인쇄, 레인보우인쇄, 미세문자/DOVID, D, 레이저 엔그라빙(Laser Engrabing) 등의 다양한 기법을 적용하고, 또 잉크도 UV-형광잉크, 컬러 시프트(Shift)잉크, 광변색잉크 등을 채택함으로써 위변조 자체를 원천봉쇄할 방침. 이와함께 전자주민증 발급시 복굴절이미지, 화상암호화, 레이저 이미지천공, 레이저 엠보싱문자 등도 채택하겠다는 것이 행자부의 복안이다." - 디지털데일리, 2007년 전자주민증, 최첨단 보안기법 총동원

스마트카드가 아니어도 위조 방지할 수 있네. 그래, 그렇게 만들어라. 끝.

 

=근데 도대체 왜 IC칩을 넣은 스마트카드여야 하는 거냔 말이다. 씨바. 주민등록증은 주민등록증이면 된다. 그게 만능카드가 될 필요는 없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만능카드를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들만 별도로 만들어 주면 되는 거 아닌가? 만들어줄 때 그 위험성도 같이 좀 말해주면 고맙고.

 

 

원하지도 않는데, 원래 목적과 전혀 무관한 기능을, 굳이 넣어주겠다고...

쌈빡한 걸로 새로 만들어 주겠다고... 그래야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거라고...

서비스도 좋다고... 생색내고 협박하며 쌩 난리치고 나중에 뒤통수치는 사람들...

어디서 많이 봤다.

새 신용카드 나왔다고 떠드는 카드 삐끼들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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