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뭥미

# 청소노동자 파업 지지 기자회견이 열리는 연대로 가던 중, 연대 근처의 한 공동주택의 난간에 플랭카드를 거는 사람들을 봤다. 내용인즉, 지하2층에서 영업하려던 고시원에 대한 영업정지 신청이 법원에 받아들여졌다는 축하 플랭카드. 신축한 지 얼마 안되는, 나름 번듯해보이는 건물이었는데, 고시원 영업에 반대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너무 많은 '뜨내기'들이 드나드는 것이, 점잖은 집주인들에게 내키지 않았던 것인지, 혹은 또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그건 그렇다치고 도대체 지하2층에 고시원을 열려고 했다니, 아무리 창 없는 고시원도 많다지만, 반지하도 아니고 이게 뭥미.

 

# 충정로 역세권 도시환경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주민 사전 설명회가 있었다. 사무실이 있는 동네의 개발에 대한 거라 다녀왔다. 처음 듣는 얘기는 아니지만, 오래 전부터 재개발을 요구하는 민원이 많았다는 공무원의 말. 작년 가을, 그동안 들어온 재개발 관련 민원의 내용과 빈도를 질의했더니 "구청장 중림동 주민인사회시 주민건의사항으로 접수된 사례 등이 있었음"을 알려드린다고 꼬리를 내리더니, 오늘 또 같은 얘기를 한다. 어쨌든 당시에는 노후도 요건 때문에 개발 추진이 어려웠는데 역세권시프트사업 제도가 생겨 냉큼 서울시에 신청했고 시에서 시범사업으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서울시에 문의전화를 했을 때는 모른 척하더니, 이런, 서울시가 같이 추진하는 거라니, 속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충분히 낡지 않아 개발을 못하다가 노후도 요건이 없는 사업으로 추진한다는 말을 그리도 자연스럽게 하다니, 이건 뭥미.

 

# 설명회에 참석한 시의원. 자신이 '마침' 서울시 도시관리 상임위에서 활동하고 있고 '마침' 도시계획심의위원이기도 하고, "제가 또 이 지역이니까" 최선을 다하겠다시니, 아무리 중림동 주민들이 모인 설명회라지만, 서울시의원이, 게다가 도시계획의 공익성을 책임져야 할 심의위원이, 이리도 자연스럽게 최선을 다하겠다시는 건 뭥미.

 

# 오늘 설명회는 충정로 역세권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인접한 아현동(마포구)과 함께 할 것인지, 따로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자리였다. 각각의 장단점을 프리젠테이션한 도시관리과장, 서울시에서 개발 관련 일만 20년 했고, 성북구-개발 사업이 가장 많았던 구라고 자랑-, 서초구, 광진구에서 일하다가 중구에 왔다고 한다. 중구는 상업지역이 1/3로 서울에서 제일 많단다. 그래서 광진구 있다가 중구 와서 일하니 36배 행복하단다. 광진구는 상업지역이 1%밖에 안됐는데 중구는 36%라. 도시계획에 뼈를 묻은 공무원들은 상업지역이 많아지면 행복해지기까지 하는 건지. 그래서 중림동을 멋대로 '낙후 불량 주거지역'이라고 낙인 찍고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주상복합 건물을 올리려는 건가. 심지어 주민들에게 "아파트 규모가 클수록 재산가치가 있잖아요."라고 호소! 중대형평형이 줄줄이 미분양으로 골치를 썩고 있는 마당에 여전히 이런 신념은 사라지지를 않는가 보다. 아파트 규모가 클수록 여기 거주하는 주민들의 재정착은 어려워질 테고, 개발 이익에 영향을 주는 일반분양도 어려워질 텐데 말이다. 이 밑도 끝도 없는 개발의 아우라는 도대체 뭥미.

 

#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대부분 집주인들이 궁금한 지분, 입주 등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 아주머니는 개발은 마포구와 함께 하지만 자신은 절대로 중구에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주위에서 어찌나 동의하시는지. 오래동안 중구에서 살았기 때문에 마포구로 가기는 싫다고 하신다. 하지만 이 동네는 마포구와 중구의 경계가 심지어 작은 도로도 아닌 주택의 담들일 정도로 지리적으로는 한 동네다. 다만 마포구와 중구는 충정로역에서의 거리가 확연히 차이난다. 그리고 당연히 개발이 되고 나면 중구 쪽에 있는 아파트들의 값이 더 나갈 것이다. 그러니 중구에서 살고 싶어하시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개발을 같이 하면 조합을 같이 꾸리게 될 테고 당연히 마포구에 거주하는 조합원들은 동의하지 않을 텐데, 아무리 중림동 주민들만 모였다지만 마냥 이렇게 다 뜻대로 될 것처럼 생각하시는 건 결국 본인들에게도 손해다. 그런데 구청 공무원, "네, 조합에서 관리처분규약을 그렇게 정하시면 물론 됩니다. 아파트는 행정 경계에 걸치지 않도록 지어야겠죠."란다. 이것도 뭥미지만. 유일하게 세입자 한 분이 질문 하셨다. 옥탑방 사는 독거노인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임대아파트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물어봤다. 그리고 이 지역에 지어지는 소형아파트에도 들어갈 수 있냐고 물어봤다. 구청 공무원의 대답, "네, 일반분양에 당첨되면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개발해서 지어지는 일반분양 아파트 들어갈 돈이 있는 분이 지금 옥탑방 사시겠니? 이런 식의 눈속임, 개발의 문제점을 아무리 잘 알더라도 속아넘어갈 수밖에 없는 이런 이야기들이 오늘도 문제적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니 이게 도대체 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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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8 21:33 2011/03/0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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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십자성 2011/03/08 21:5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마포구 아현동 주민입니다. 한숨 나오는 얘기들이군요.

    • 미류 2011/03/09 09:24 고유주소 고치기

      정말 한숨만 나와요.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공무원들은 또 어찌나 신념에 차있는지...

  2. 우주생물 2011/03/13 18:1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인꾼,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인간의 권리를 찾아내는 노동자

    천재지변에는 인권이 없을까?
    쓰나미인권에 대하여 새로운 우주생물학적 인권을 고민해 본다.

    1마리 양의 목숨도 소중하지만 99마리 양의 목숨도 소중하다.
    예수도 부처도 하느님도 1마리의 생명은 소중히 여기면서
    왜 대지진으로 인류의 생명을 앗아가는가?

    신과 과학이 지금 인류의 불행에 대하여 왜 침묵하는가?

  3. 2011/03/18 13:4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재개발을 합리화하는 논리 중 하나가 저층주택가의 노후도인데, 실질적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과는 차이가 많습니다. 구청이 가지고 있는 자료에 20년, 30년이상 되었다고 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꾸준히 고치며 살아온 것은 기록되어 있지 않거든요. 마치 너무 오래되서 사람이 살 곳이 아니다, 라고 단정 짓는 것 같아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나빠집니다.
    재개발이 되면 17%정도를 제외하고는 다 타지로 쫓겨 난다는데, 아무쪼록 세입자와 같은, 사정이 어려운 분들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군요.

    • 미류 2011/03/19 12:38 고유주소 고치기

      사람들이 꾸준히 고치며 살아온 것... 설명회 때 구청 한 간부는 이 동네를 단호하게 '달동네'라고 부르더군요. 달동네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요. 그런데, 당신이 뭔데 그런 이름을 붙이는지, 묻고 싶더군요. 에효. 심지어 이 동네는 노후도 요건 자체가 없답니다. 오래됐든 안됐든 개발한다니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