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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창 죽돌이 블로그들

내 노트북의 주소창에는 언제나 남아있는 블로그 주소가 딱 세 개 있다.

내 진보넷은 애초에 도피처를 찾아 온 거니까 당당하게 띄워놓을 리가 없고;;

하나는 현재 부모님과의 전투에서 패배하여 각종 매체를 금지당해 급다운된 ㅊㅇㅅ 티스토리,

하나는 그저 만화가/만화작가 를 넘어서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를 느낀 네이버 웹툰작가 무적핑크 님 블로그,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언제부터 이어온 인연인지 애매하지만 볼 때마다 동경하게 되는 여러가지를 가진 사람의 블로그.

 

첫번째 dev. 는 그냥 봤을 때는 공통점이 그닥 없어보이기에 가끔 이 놈이 나와 어쩌다 이렇게 가까워지고 낄낄거리면서 어울려노는걸까-_- 머리굴리기도 하지만 어찌되었든 이제 와선 내가 그에게 나를, 그가 나에게 그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dev.의 여친님 ssue는 나와 남매의 맹약??을 맺은 사이니까 그러고보니 셋이서 이상하게 엮였네ㅋㅋㅋ 

무조건적 신뢰의 대상이라는 게 여간해선 찾아오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봤을 때 나는 정말 복 받은 것 같지만 이건 사족이고;;

아무튼 이 놈은 나와 묘하게도 엄청나게 친한 사이인 걸 제외하더라도 대단한 개념인이기 때문에 가끔 들어가서 새 글을 확인해보면 '역시 dev.' 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느 새 반복하며 읽게 된다. 근데 이유를 굳이 달자면 개념인이기 때문이고 사실은 그냥 절친한 애들 중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 얼마 없어서 그런 걸 텐데 또 친구 옹호하느라고 무의식 중에 쉴드 치고 있다 ㅋㅋ

 

두번째 무적핑크 님은..............할 말이 별로 없다 ㅋㅋ 내가 그 분을 개인적으로 아는 것도 아니고 하니 내 평가(평가당하는 게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지만 기실 우리 모두는 우리만의 잣대로 누군가를 평가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평가당하며 살지 않던가?)는 그 분의 만화와 블로그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 주어진 정보라곤 고등학교 때 서울시 영재교육프로그램 미술 분야 1회에서 수석 입학 하였고, 고려대 미대를 갔다가 그냥 맘에 안 들어서(솔직히 거품과 연기를 걷어내고 보면 이거다.) 약 100일 동안 실기를 준비한 후 흔치 않은 미대 독학반수를 통해 서울대 미대를 들어갔으며, 진솔한 성격에 한국어구사능력이 뛰어나고 실생활에선 소심한 면이 있는 듯 하며 사회를 왼쪽으로든 오른쪽으로든 치우치지 않은 인간 기준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자라는 것 밖에 없다.

근데 이거 다 뻘소리다. 난 이 사람을 모르거든. 얘기라도 한 번 해보면 분석이라도 할 텐데 reach out 하기도 귀찮고 뭐...

아무튼 위와 마찬가지로 가끔 들어가서 이 사람 뭐하나... 들춰보면 절대 내 기대치보다 낮은 무엇을 선사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저 블로그는 항상 주소창에 죽치고 산다.

 

세번째 C는... 아마 내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대전에서는 나름 영어영재 소리를 듣던 애들이 모인 학원에서 특강반을 들어가면서부터 알았던 것 같다. 당시에는 서로 이름도 모르는 서먹서먹한 사이였는데,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계속 같은 학원 같은 반을 다니면서 점점 익숙해지다가 대원 합격발표 나고 분당으로 학원 따라 자취하러 갔을 때부터 본격 친해졌다. 요즘도 그런지는 정말 의심스럽지만서도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엄마는 완벽한 자유방임주의자여서 아들을 보정역 5분거리 투룸에 휙 던져놓고 가버렸지만, C네 아주머니는 딸사랑이 지극하신지라 (근데 이게 왜 아직까지도 안 부러운지 모르겠다 ㅋㅋㅋ) 학원에 가까운 정자역 3분거리에 오피스텔을 잡아 방학 내내 C와 같이 사셨다. 대전에서 올라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건 둘의 공통점이 되었고, 둘 다 심각한 음덕후였기에 우리는 서로의 새벽을 심심하지 않게 지켜주는 조, 좋은 문자가디언이 되었다. 이 인연은 고등학교 진학 후에도,  내가 독일로 떠난 후에도 계속되었는데, 자칫 삐끗하면 훅 하고 끊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끈을 이어준 게 C의 블로그였다.

진심을 담아 쓰는 건데 C는 정말 글을 잘 쓴다. 기술이나 서사적 측면 등 객관적 잣대로 재어 보았을 때는 무슨 말이 나올 지 모르겠다. 하지만 C가 쓴 글을 읽고 있자면 그녀가 정말로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묘사하며('그대로'라는 말은 누군가가 글을 쓰면서 제일 실현하기 어려운 단어 중 하나라 생각한다.), 느낀 점과 들었던 생각을 머릿속에서 또 '그대로' 사진처럼 옮겨온 듯한 느낌이 든다. 글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그녀의 글쓰기가 그녀의 말투를 닮은 건 아니지만, 한 자 한 자 차분히 받아들이다 보면 자연스레 따뜻한, 편안한, 그러면서도 맺을 때는 단호한 저음의 목소리가 귓바퀴 주위를 메아리친다. 아직 그리 규정하기는 이른 단계다. 그래도 C의 글은 이미 그녀 자신의 색깔을 띄고 있으며, 쉽게 읽히면서도 읽는 사람을 한 번쯤은 더 생각하게 만든다. 아 졸려 점점 횡설수설이네ㅜㅜ

한 때 C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랑했다가 헤어졌다가 하면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C를 인간으로써, 글쟁이로써 동경했던 거였지 이성으로써 좋아한 건 아니었다. 그 동경은 아직 건재하다.

 

 

내 글도 C처럼 누군가에게 달갑게 읽혀지고 있을까?

내 싸이어리를 정기적으로 읽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도 왠지 마음이 턱-하니 뭔가 해낸 것처럼 뿌듯했다.

하지만 끝내 칭찬을 목구멍으로 넘기면서 혀 뒷부분으로 느끼던 씁쓸함을 잊지 못한 건

싸이어리에 쓴 글은 '나'의 일부만을 보여줄 뿐이지, 내 글을 보여주는 예시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었으리라.

내 블로그의 고정 독자의 여부라던지, 그런 걸 알 수 있다면 굉장히 흐뭇해질 것 같다.

진보넷 시작한 지 며칠 되도 않았는데 이런 망상이나 품다니 ㅋㅋㅋ

헛될 수도 있는 기대를 안고 오늘도 습작 단편이나 두드려야겠다.

그나저나 요즘 취침시간 왜 이러지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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