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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리엔테이션 가던날..

사실은 이미 사무실에 가있어야 할 상황이지만..

오늘은 오전에 일이 있어 일좀 보고 갈려고 하고 있다..

--; 사실 9시에 집에서 출발해야 했지만, 쓰던거 마자 쓴다고 앉아 있다가

시간이 이렇게 가버렸다.

 

엄마가 이제 대학생이 됐다..

그 살아온 세월도 있는데 05학번이 되었다.. ^^*

놀랍운 건 지원했던 대학에 다 붙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택해서, 보육학과에 가셨다..

하하.. 손자 손주 생기면 직접 볼려고 택했다고 한다..

전문가가 될 테니 믿고 맡기란다..물론 유료로..

어느세월에 그런 세월 올런지.. ^^;

 

오늘 오리엔테이션을 가셨다..

어제 입학식에 갔는데 여간 혼자가서 어색하기도 했었나 보다..

다들 교수인 줄 알고 인사들 해대며 같이 온 학부모들은 '잘 부탁한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고..학생인데요.. 라고답하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그랬단다..

"다른 가족들은 남편도 오고, 자식들도 꽃다발 들고 오고.." 했단다.. 물론 05 학번 새내기들 중에는 엄마 손 잡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고..

 

술한잔 걸치고 늦게 집에 들어가는데 마중나와 있던 엄마가 날  보자마자 또 봇물처럼 말을 늘어 놓는다..음.. 오전에 갔다 갈껄 그랬나?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음.. 졸업식때는 꼭 가서 사진도 찍고, 캠도 빌려서 영상도 찍어 드려야 겠다..

 

아침부터 나의 의견을 묻는 말들이 쏟아진다..

체육복 가져 오라는데 뭐가져 가지? 가방은 뭘 가져 가지? 필기도구 가져오라는데 많이 가져가야 해? 토요일도 수업이 있니? 화장품좀 담을 가방 없을까? T셔츠 준다는데 쫄티 되면 어떻하지? 과일좀 가져 가면 안될까? 그냥 밤에 올까 얘들이 나땜에 부담스러워 할 것 같은데..

 

가방은 배낭 가방 챙겨주고, 필기도구는 볼펜 쟁여주고, 강의시간표는 새내기니까 정해저 있을 테니 오늘 가서 잘 들으라는 설명 해 주고, 과일 같은 거 챙겨가면 아줌마 티나니까 그냥 가져가지 말고 주는 것만 잘 챙겨 먹으라 일러주고 얘들한테 술마시면 안된다고 잔소리만 안하면, 아들자랑 남편 자랑만 하지 않으면 되니까 부담갖지 말고 얘들이랑 잘 놀다가 내일 오라고 의견을 덧붙였다..

 

대학생이 되기 위해 엄마는 빤딱이 옷을 벗고, 분홍색 스웨터를 입고, 긴 패딩 잠바를 입고 '니 목도리 하고 가면 안되?' 응 돼.. 잽싸게 목도리를 둘둘 감고 나타나서는 오빠 방에서 모자까지 챙겨서 간다..엄마의 뒷모습은 "정말, 신나서 죽겠다"는 기분 그 자체였다..

 

신나서 나가는 모습을 보니.. 참..미안하기도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렇다..

나도 저렇게 신나서 학교가던 때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검정고시라도 봐서 공부하고 싶다던 옛날 엄마가 생각나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그때 엄마는 30대 후반 40대 초반 이었던 거 같다..나 같은 자식에게 남편에게 묻혔던 엄마의 꿈이 너무 늦게 시기를 맞은 거 같아서 참 미안하다..그리고 늦었지만 중학교 부터 다시 공부하고 공부하고 공부 해 온 욕심도 대단하다..

 

2년이란 대학 기간이 그리 길진 않겠지만..

엄마가 아닌 인생을 살아온 여성으로 그리고 자신의 삶으로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나도 많이 도와 드려야 할텐데.. 걱정이네..

밖으로 내도는 내 일상이 영 도움이 안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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