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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년 2월 13일 재의 수요일 2013/02/13
**년 10월 교통사고
 
뇌 CT 촬영
 
대학병원 검사를 받으라는 소견이 나왔다.
 
사고와 무관한 다른 병증이 있을 수 있다는 2차병원 신경외과 과장의 진단.
 
마치 그날은 예전에 눈물을 훔치며, 가슴 아려하며 봤던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주인공
 
고복수가 된 듯한 심정이었다.
 
나한테 정말 왜 이러세요. 제 인생이 이렇게 드라마틱하지 않아도 됩니다.
 
무서웠고, 어이없었다.
 
의사는 내 CT사진보더니 뛰쳐나갔다가 십오분에서 이십여분 지난 후 진료실로 들어갔고,
 
의사가 진료실로 들어간 후 나를 호명해서 들어갔다.
 
사고에 후유증이 있을까봐 두려웠는데, 갑자기 놀라지 말란다.
 
그 말에 더 놀라고 무서웠지만.
 
의사는 뭐라뭐라 하며 3차 병원 소견서를 써줬다.
 
그리고 젊은 나이에 무서운 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어 불쌍했는지.
 
넉넉히 3주 진단을 끊어줬다.
 
그리고 링거를 맞고 가라고 했다.
 
응급실에 누워 수액을 맞고 있는데 참 서러워서 엉엉 울었다.
 
내 옆을 지키고 있는 내 어머니께 미안해서 더 눈물이 났다.
 
내 나이 이제 고작 30대 중반인데,
 
아직 이루어놓은 것도 없는데.
 
이럴려고 나왔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집에 와서 자려고 누웠더니 무서워서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잠이 오지 않는다.
 
죽음에 대해 너무나 먼 것으로 생각해왔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리고 그동안 증오하고 원한 삼았던 일들과 그 원인 제공자라며 원망했던 이들이 떠올랐다.
 
벌받았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내 인생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비난하고 증오하고 살다가 가면 그 인생이 얼마나 불쌍한가.
 
거기까지 닿으니 내가 불쌍해서라도 용서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매우 급히 전환했지만,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시라도 급했다.
 
안되더라도 사랑해야지. 감사해야지. 그렇게 노력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적인 이유였다. 남은 내 생이 불쌍해서 마음이 급히 바꼈다.
 
그렇게 5개월이 지났다.
 
아직 삼차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않았다.
 
6월로 미뤄놓은 상황이다.
 
그런데 때때로 두렵다.
 
눈 오른쪽 경련이 계속된다.
 
괜찮아졌다가도 반복된다.
 
좋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얼마전 읽은 와칭이란 책의 원리처럼
 
혹이 있는 곳을 향해 말을 건낸다.
 
창조질서를 회복하라고.
 
그리고 계속해서 되뇌인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이 사람을 불쌍히 여기소서.
 
학부때 같은 동아리 선배가 뇌하수체 암이라더라.
 
꽤 크기가 큰가보더라. 그를 위해서도 기도한다.
 
그리고 나는 일상적으로 머리가 개운치 못하다.
 
아프기도 하다.
 
오늘은 다른 이와 대화를 하는데,
 
그 사람 목소리가 울려 의식이 흐려지는 느낌이 잠깐 들었다.
 
요즘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른 나이에도 가는 것을 보니,
 
나는 아닐 거야. 라는 생각을 자신있게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 사람에게 무얼 맡기시려고 나게 하셨습니까.
 
그게 무엇입니까.
 
할 수 있도록 허락하실 겁니까. 라고 기도하고 있다.
 
그리고 부디 내가 사랑받고 있고, 사랑하고 있는 가운데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다.
 
앞으로 틈틈히 사랑의 기록들을 남겨야겠다.
 
내가 글을 쓸 수 있고, 글을 읽을 수 있고, 내 생각의 흐름을 정리 할 수 있는 한.
 
정말 그냥 혹이었으면 좋겠고, 저절로 없어지면 더 좋겠다.
 
8년 만에 재개하는 공부의 출발점에 서 있는 이 사람의 몸이 잘 버텨주기를 바랄 뿐이다.
 
너는 흙이므로 흙으로 네가 돌아갈 것이다.
 
재의 수요일.
 
이 사람도 흙에서 나왔음을 인정합니다.
 
흙이 되어 돌아갈 것임을 압니다.
 
부디 선한 그리스도 닮은 흔적을 남기게 도와주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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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3 20:41 2013/02/13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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