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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모든게 딱 적당하다고 느끼는 순간, 예컨대 깃털같은 바람결이나, 공기의 녹녹한 서늘함이나, 살결에 닿는 기체의 끈적함이나, 신은 신발이 딱딱하게 바닥에 닿는 느낌이나, 어깨에 멘 가방의 무게와 안에서 덜그덕거리는 소지품들,  무엇보다 눈앞에 있는 전봇대의 따뜻한 조도나, 이제 막 망울을 터뜨린 아기 볼따구 같은 봄꽃들이나, 배추 속같이 뽀얀 달빛이나, 느릿느릿 집으로 향하는 노인들이나, 지지배배대는 꼬마들이나, 컹컹거리며 산에서 짖는 강아지들이나, 쉰소리를 내면서 지나가는 자전거..이런 것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나타나고 저물어가는 풍경. 그런 풍경 안에 혼자 있자면, 행복하기도 하고, 새삼스럽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그렇다. 주머니 안에서 곰실거리며 손을 꺼내 누군가와 손잡고 걷고 싶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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