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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위 3년, 당건설은 여전히 핵심과제다
사노위는 2012년 10월 총회를 통해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함께 하기로 결의하고 대선투쟁을 거쳐 변혁모임의 2013년 11월 당추진위원회 출범에 합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3년이 조금 넘은 사노위 활동에 대한 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2010년 5월 사노위 출범이후 3년 동안 우리는 당 건설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을 벌였고, 사회주의 전면화·대중화를 위한 실천을 전개해왔다. 물론 논쟁과정에서 여러 아픔을 겪기도 했고, 실천상에서 오류와 한계도 드러냈다. 그렇기에 더더욱 사노위 활동에 대한 평가는 향후 노동자계급정당운동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신문에서는 총 4차례에 걸쳐 좌담 형식으로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직내 공식적인 평가가 이뤄지기도 전에 신문좌담을 기획한 것은 각 지역 회원들의 고민과 문제의식이 먼저 자유롭게 드러나고 조직적으로 수렴되는 과정을 거치면서‘문서로 남는 평가’가 아니라‘회원들에게 남겨지는 평가’를 해보자는 취지다.
[기획좌담 연재]
1. 사노위 출범, 당 건설운동의 교훈, 2. 사회주의 현장정치활동, 어떻게 뿌리내려야 하나
3. 강령건설 논쟁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4. 여성, 학생, 장애 등 부문운동에 대한 당 건설운동의 태도와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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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사노위 운동 평가를 위한 기획좌담 첫 번째다. 실제 지역에서 활동을 전개해왔던 회원들의 평가를 듣고 싶었다. 지난 활동에 대해 소회수준에서부터 시작해보자. 제 얘길 하면 사회주의 당운동을 한다고 하니 현장 동지들과 맺는 관계들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일단 교육부터 절반 이하로 떨어지더라. 투쟁할 때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정치적 관계로 전환하는 게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운동관계가 축소되는 걸로 나타났다. 현장동지들이 나를 부담스러워한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무조건 당을 만들어서 재조직하자 했다. 그런데 아직도 당을 못 만들었다.(웃음)
사노위 출범
“객관적인 정세와 사회주의 정치역량 사이에 간극을 좁히는 게 중요했다” |
정철 : 처음에 현장동지들에게 사회주의 당운동한다고 하니 불가능할 거라는 반응이었다. 지금은 그래도 현장동지들과 사회주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늘 현장파라고 불려졌다. 그런데 지금은 현장동지들 사이에서 사회주의 세력으로 회자된다. 사회주의 운동이 운동사회에서 운동세력으로 위치짓게 된 것도 있다.
사회 : 너무 좋게 얘기하는 거 아닌가.
장호 : 사노위 출범 초기에 우리는 약간 들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굉장히 무겁다. 좋게 말하면 고민도 깊어지고 성숙해졌다고 할까.
용현 : 사노위가 출범했던 당시나 지금이나 주체역량을 보면 사회주의운동은 당을 건설할 정도의 위력적인 부대를 구성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당시 정세적 조건에서는 사회주의 당운동의 필요성은 존재했다. 여기에 지긋지긋한 써클운동을 마감해야 한다는 비판적 평가가 있었다. 선배들은 무지 절박했던 거 같다. 그 절박함이 사노위 건설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절박함에 비해 사노위 활동과정은 냉정하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논쟁과 실천은 분리됐고 조직은 이완됐다.
영란 : 처음 사노위를 출발할 때는 3년이나 할 줄 몰랐다.(웃음) 여러 조직들이 모인 것이니까 시너지 효과도 클 것이라고 생각했고 강령을 포함해 토대를 빠르게 구축해나가면서 확대할 거라고 봤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시너지 효과보다는 오히려 활동 속에서 너무 진을 빼버렸다.
사회 : 정말 기를 다 뺏긴 건 맞다. 그런데 정세는 나름 설득력이 있지 않았나? 우리 공동토론회 첫 주제 기억나나? 정세와 당 건설이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오버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의 사회주의 정치활동에 대한 준비는 안팎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내부적으로는 조직 내 논쟁이다. 논쟁을 풀어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우리는 매우 성숙하지 못했다. 다른 한편으로 노동(조합)운동의 상태였다. 노동조합운동은 빠르게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극단적으로 보면 노동(조합)운동의 상태가 열린 정세를 진압해버리는 것 같았다.
정철 : 그런 노동운동의 상태 때문에 더더욱 당 건설운동은 사회주의 정치세력의 생존의 문제였다. 기존 상태로 있었으면 다들 토대 구축하겠다며 흩어졌을 수도 있다.
사회주의 전면화·대중화, 현장정치활동
“정치활동의 시작은 현장에서 우리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관념적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
사회 : 이제 활동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나는 사회주의 대중화·전면화하면 G20독자투쟁이 생각난다. 사노위 만들고 2010년에 처음으로 서울역에서 독자집회를 한거다. 그런데 발언자가 나와서 피티독재 이야기하고 그랬다. 좀 황당했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의 정치활동이 많이 거칠고 취약했던 거였다. G20 투쟁 이후로 우리가 사회주의 전면화·대중화에 대해 고민이 많이 됐다.
장호 : 사회주의 대중화를 참 많이 얘기했다. 이것저것 많이 하려고 했다. 특히 현장정치활동은 활동론을 마련해야 한다고 세미나도 하지 않았나. 회원들은 ‘현장정치활동론이 필요하다. 조직에서 안을 내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 그런데 막상 뭐다 말하려고 하니 막막한 거지. 신문을 열심히 배포하는 거, 현장에서 나 사노위라고 밝히는 것, 노조운동을 뛰어넘는 거 얘기하는데 회원들이 기대했던 답은 그게 아니었던 거야. 뭔가 다른 내용이 있다고 생각했던 거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장정치활동이 뭔가 다른 전형이 있는 게 아닌 거 같다.
용현 : 나도 그게 고민이었다. 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난 ‘경제주의적 노조활동을 벗어나는 것’이 현장정치활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연구할 문제가 아니라 현실에서 실천적인 전형을 만들어보는 작업이 필요했던 거다.
종성 : 내가 생각하는 사회주의 현장정치활동은 노조와 현장조직으로 해소되지 않는 현장에 대한 정치조직의 독자활동이다. 기존 활동에서는 현장사업을 할 때 영향력 있는 누군가를 만나서 그 사람을 통해 우리 주장을 관철시키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말자는 거다. 그러면 우리 현장동지들이 사노위라고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전국적 사안이든, 현장문제든 사노위 활동가로써 자기 발언을 해야 한다. 물론 이건 충돌이 생긴다. 조합원들이나 같은 현장조직원들에게 욕을 먹기도 한다. 외부세력이라는 생각이 있는 거다. 하지만 이걸 하지 못하면 우리의 정치활동은 대중조직과 현장조직 속에서 녹아버린다. 사람들 말대로 사회주의 정치가 현장밖에 있는 정치인 거다. 이런 극복하려는 시도가 없지 않았지만 우리는 아직 이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사회 : 조직 안에서 벌어졌던 논쟁 얘기를 해보자. 강령 문제는 별도로 기획하고 있으니 강령 내용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고 논쟁에 대한 평가들을 간략하게 해주면 좋겠다.
강령논쟁
“강령논쟁은 불가피하다.
정치적 통일성은 강령으로 표현된다”
“현장노동자들이 참여하는 강령논쟁은 이론으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실천문제와 연동될 때 가능” |
일자 : 우린 정말 상대 주장에 대한 이해보다는 차이를 강조하는 토론방식에 너무 익숙하다. 여기에 실천과 연동되지 못한 채 이론 중심으로 치우쳐진 것도 문제였다. 장장 1년에 걸쳐 진행된 강령논쟁을 보면서 현장 동지들이 질려했다. 우리는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이었는데 정작 논쟁 과정에서는 현장 동지들이 적극적으로 토론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강령을 통한 당건설이 과연 옳은 건가 하는 회의가 생기기도 했다.
정호 : 토론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있지만 강령을 통한 당 건설은 당연한 경로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다시 강령토론을 한다면 똑같이 하지는 않을 거같다. 좀 더 쿨하게 토론할 수 있을지 않을까. 차이에 대해 막 열 받고 그러지 않고 우리가 같이 못할 정도의 차이인가 아닌가를 우선 판단하면 된다.
혜연 : 강령은 현장노동자들이 같이 읽을 수 있어야 하니 몇 장으로 정리돼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추상적인 문구들도 너무 많았다. 강령이 나왔으면 현장에 친한 사람들한테 읽어보라고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안되더라.
영란 : 사실 사노위 출범 전에 각 조직들이 강령초안을 다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난 논쟁을 오래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서로 다 아는 거였다. 그래서 어느 수준에서 일치점을 찾을 것인지 판단하면 되는 문제라고 봤다. 그래서 합의하고 나면 같이 강령연구팀도 꾸리고 쟁점들 놓고 토론하면서 강령을 수정해나가는 거라고 본거다. 그런데 강령초안이 채택되고 나니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강령은 조직을 유지하는 매개였을 뿐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했다. 사노위 운동에서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정철 : 사노위에는 정치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일치되는 지점을 중심으로 강령을 만들고 토론과 실천을 통해 채워나가면 된다는 게 생각이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사회 : 강령논쟁은 분명 우회할 수 없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 논쟁은 너무나 거칠고 서툴렀다. 개인적으로 일련의 논쟁을 기억해보면 여전히 사회주의 정치운동이 여전히 써클적인 운동 잔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강령문제는 또 평가를 할 기회가 있다. 이젠 전체적으로 간략하게 평가를 해달라. 소회를 얘기해도 좋다.
일자 : 개인적으로 보면 이전까지는 활동이 투쟁에 대한 헌신적 결합에 집중돼 있었다면 지금은 정치적 재조직화에 집중하게 됐다. 활동방식이 바뀌고 있는 거다. 요즘 드는 고민은 당 건설운동에서 계급운동에서 새로운 의제를 던져내고 그것을 투쟁으로 기획해내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노위 과정에서 겪었던 많은 문제들은 당 건설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오류다. 사전 학습과 고민의 계기를 만들어줬다.
정철 : 투쟁에 헌신적으로 임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닌데 우리가 너무 6개월, 1년 단위로 활동계획을 세우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자기 기반에 근거한 활동을 펼치게 된다. 현실 투쟁에 결합하는 것을 넘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우리 기획이 필요하다.
종성 : 사회주의 정치활동은 당적을 가진 노동조합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당운동가를 조직해나가는 것이다. 그것을 해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사노위 운동은 그 교훈을 남겼다.
영란 : 건조하게 말하면 당 건설을 조직의 직접적인 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사노위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애초 의의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당 건설운동은 추진위 준비와 맞물려 중앙-지역-현장으로 이어지는 전국적인 활동체계를 빠르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용현 : 투쟁조직확대와 투쟁사업 만큼이나 내부를 향한 정치활동도 중요하다. 당으로 가면 더 그렇다. 회원들의 조직활동 편차는 당연하다. 문제는 조직활동을 통해 일체화시킬 수도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제공과 기반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정호 : 지금은 한발이라도 전진하는 게 중요하다. 당 건설은 여전이 우리의 핵심과제다.
사회 :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주제들마다 단상 수준에서 평가를 진행했다. 지면 조건 상 토론 내용을 다 담지 못했다. 두 번째 평가 좌담은 회원들 중에서도 현장동지들을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다른 이야기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후 다른 자리를 통해 더 토론을 심화시켜 내보자.
정리/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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