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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진보대통합은 노동자 계급정치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입장] 진보대통합은 노동자 계급정치의 대안이 될 수 없다.
- 진보대통합 연석회의 최종합의에 대해
 
1. 지난 5월 31일 진보진영 대표자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최종 합의문(이하 합의문)’을 발표했다. 형식적으로는 대표자연석회의가 발표한 것이지만 사실상 진보대통합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양당의 대표자간 합의다.
합의문 발표가 되자 합의절차에서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사회당은 최종 합의에서 빠졌고 진보신당 내에서는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연석회의가 아무리 노농빈 대중조직을 포괄하는 진보대통합 합의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이 합의가 각 당의 의결과정을 거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진보대통합당을 둘러싼 비판과 문제제기 및 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2. 진보대통합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외형상으로는 과거 민노당으로, 내용적으로는 민노당 운동보다 더욱 후퇴하는 진보정치의 퇴행을 보여주고 있다.
양당 간의 통합문제를 두고 제3의 세력들이 ‘된다. 안 된다’를 말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전적으로 양 당 간의 정치이고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상 진보 양당 간의 협상으로 귀결된 이번 진보대통합은 부르주아 정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노동자계급정치를 실현해야 할 당면 노동자정치운동의 방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제기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진보대통합은 사실상 민노당 분당 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양당 간의 핵심 쟁점이 문구상의 ‘권력승계냐 3대 세습이냐’, ‘패권주의를 넣는가, 마는가’의 문제였다는 것에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민족주의와 우경화된 사민주의 정치세력의 통합을 위한 정치협상일 뿐 지난 노동자정치세력화운동으로서의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진지한 성찰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민노당 분당의 원인을 여전히 ‘종북주의’와 ‘패권주의’에 찾는 진보신당의 대표단이나, 이를 방어하려는 민노당 대표단이나 핵심을 비켜간 채 통합의 정치명분만을 찾는 협상으로 귀결된 것이다. 결국 그들이 말하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운동은 양대 당 통합 문제로 전락해버렸다.
더욱 문제는 합의문에서 밝히고 있는 진보대통합당의 '정체성‘이다. 합의문에 기초한다면 진보대통합당은 ‘반신자유주의 정당’이자 동시에 ‘자본주의 폐해와 한계를 극복하는 정당’이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출범할 때 자신의 지향으로 제출했던 강령상의 ‘자본주의 극복’과 ‘사회주의적 이상과 가치’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이미 민노당의 ‘강령상의 사회주의 삭제’ 입장에서 예견된 일이기도 한데 결국 새로운 진보정당은 민노당의 강령 정신보다도 후퇴한 정치적 지향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진보대통합 논의 과정은 96~97년 노동자총파업을 통해 시작되고 발전해왔던 노동자정치운동의 길, '계급대중의 투쟁 속에서 전진하는‘ 노동자정치운동의 정신을 도외시한 채 오로지 상층 협상으로만 일관해왔다. 이것이 진보정치의 퇴행이 아니고 무엇인가!
 
3. 진보대통합은 민주대연합의 길을 사실상 열어놓음으로써 자본가정당과 연합해 제도정치에 안착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는 사실상 노동자계급정치의 독자성을 훼손하는 행위다.
이번 합의문에서는 ‘가치중심의 정책연대와 호혜존중을 기준으로 선거연대를 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총대선에서의 민주대연합의 길을 열어놓았다. 이로써 ‘대선에서 완주를 목표로 한다’는 문구는 공문구로 전락해 버렸다. FTA문제, 영리병원 도입문제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민주당 등 자본가정당과의 합의는 정치적 이해에 따라 얼마든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현실에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게다가 ‘2012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 목표’라는 선거주의(의회주의) 정치세력화 전략을 여전히 고수하면서 야권연대-민주대연합을 사실상 승인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대연합이 문제가 되는 것은 민주당 등 현 야당이 가진 정치적 노선과 계급적 성격 그 자체 때문이다. 민주당 등 자본가 정당들이 좌익적 언사와 정책을 내놓으면서도 현실에서 이를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그 당의 계급적 성격과 정체성 때문이다. 이러한 본질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반MB라는 계급대중의 정서를 앞세워 ‘가치연대, 호혜존중’ 등을 말하는 것은 대중기만의 정치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합의 발표 직후에 ‘합의문에 동의하면 국참당과도 논의할 수 있다’는 민노당의 입장 발표는 이후 만들어질 진보대통합당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진보대통합당에 자본의 일부 정치분파들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발상이 ‘진보’라는 이름으로 거침없이 벌어지는 것은 통합진보정당이 노동자계급정치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더욱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결국 진보대통합은 노동자정치의 열망을 ‘더욱 우경화된 진보’라는 협소한 전망에 가두면서 지난 진보정당운동의 오류와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총대선을 앞두고 개량주의-의회주의 전략을 더욱 노골화하면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를 훼손하는 길 일 뿐이다.
 
4. 사노위는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는 노동자민중의 자본과 정권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노동자계급의 정치로 모아내고 이끄는 투쟁하는 계급정당, 자본주의의 본질을 우회하지 않고 자본주의체제에 도전하며 새로운 대안사회-사회주의를 건설하는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위한 운동이 노동자계급정치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이미 곳곳에서 진보대통합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진보대통합당이 노동자정치의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 역시 협상의 과정을 통해, 합의문을 통해 드러났다. 더 이상 뒤돌아보거나 계급정치 실현을 뒤로 미룰 수 없다. 노동자민중의 자본가 정권에 대한 불만과 분노, 벌어지고 있는 투쟁들을 진보정치로 가둘 수 없다. 9월까지 대세론이라는 논리로 노동자민중을 대대적으로 동원하려는 진보대통합당에 맞서 새로운 노동자정치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이는 자본가(부르주아)정치에 맞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성을 분명히 세우는 운동, 노동자계급정치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밝히는 운동이다. 그리고 진보대통합당이 아닌 새로운 정당운동을 본격화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사회주의 노동자정당이다.
 
2011년 6월 3일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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