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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노동운동)] <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23호>살인의 물결 정리해고 끝은 어디인가?

 

지난 11월 10일, 한진중공업투쟁이 노사 간 합의를 하면서 일단 마무리 되었다. 합의이후, 미흡하지만 승리한 투쟁이라는 평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리해고 본질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그렇지만 정리해고제도의 문제를 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낸 점은 분명한 성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산업현장 곳곳에서는 정리해고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의 사례를 보자. 부산의 (주)피에스엠씨와 구미의 KEC에서 정리해고가 진행되고 있다. (주)피에스엠씨(옛 풍산마이크로텍,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는 반도체리드프레임을 생산하는 회사로 전체 노동자 250여 명 중 186명이 금속노조 조합원이다. 풍산그룹은 지난해 12월 29일 풍산마이크로텍 주식지분 57.2%를 2백 40억 원에 매각했다. 이때부터 회사는 “3년 째 적자이므로 유상증자를 통해 회사를 살려야한다. 이를 위해 임금 25%를 삭감하지 않으면 정리해고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정작 회사가 경영위기라면서 임원진들은 작년보다 임금이 23% 인상되었다. 2010년 등기이사 5명의 1년 평균보수액이 7천500만 원(6개월로 치면 3천750만 원)이었지만, 2011년 6월까지 6개월간 상근이사 3명의 평균보수액이 4천600만 원에 달했다. 지난 9월 초 단행된 유상증자는 101%의 계약을 달성해 10억에 가까운 자본금을 무리 없이 조달했다. 하지만 회사는 경영상의 이유 운운하며 11월 7일자로 58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통보하였다. 58명의 정리해고자 중, 노조임원 3명, 간부 14명 등, 전체 간부 24명 중에서 17명이 포함되어 있어 이는 민주노조 파괴를 겨냥한 명백한 탄압인 것이다.  
 
직장폐쇄, 부당징계 등 노조탄압으로 논란을 빚어온 KEC 또한 정리해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지난 10일자로 회사는 지회에 보낸 공문을 통해 229명의 인원감축을 논의하자고 밝히면서 “누적된 적자와 지속적인 경영위기로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며 임금 1백억 삭감과 정리해고 중 선택하라는 압박을 가해오고 있다. 더구나 지난 9월 27일 대구고용노동청 국정감사 당시 △파업자 전원 퇴직 원칙 △자발적 퇴직자 기준 미달일 경우 인력 구조조정 단행 △친 기업 성향의 노조 설립 등의 내용을 담은 회사 측 문건이 공개돼 물의를 빚은 바 있다. KEC는 이미 지난 1년 동안 235명의 노동자가 회사를 떠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KEC 또한 정리해고를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1998년 정리해고제가 도입되고 난 이후, 수많은 사업장에서 정리해고 철회투쟁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정작 정리해고제 자체에 대한 철폐투쟁으로 나가지 못한 체, 한 단위사업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머물고 마는 한계를 뛰어 넘지 못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기륭전자, 동희오토, GM대우의 사례에서 보여 지듯이 조건부 복귀, 또는 재입사의 형태로 투쟁이 마무리되고 있으며 정치권의 중재와 노사합의라는 그림자에 가려 자본이 행하고 있는 살인적인 정리해고에 대해서는 일정한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 사업장 차원에서 정리해고를 철회하는 수준에 머물거나 합의나 중재의 형태로 양보교섭으로 후퇴하는 양상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리해고제도 자체를 그대로 둔 체 정리해고라는 행위에 대해서만 일정정도 규제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정리해고제 자체가 살아 있는 한, 자본은 언제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합법적(?)인 정리해고를 자행할 수 있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생산수단을 소수의 자본가 독점하고 경영하는 체제를 바꿔야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의 철폐, 이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통제 투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으며, 아래로부터 이러한 투쟁을 적극 선동하고 조직해야 한다.
 
박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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