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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3호>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 차베스의 어두운 승리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 차베스의 어두운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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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의 신승


10월 7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는 차베스(55.11%, 806만표)가 카프릴레스(44.27%, 647만 표)를 누르고 승리하였다. 대선의 투표율은 81%로 2006년 투표율 74% 보다 높다. 차베스는 지난 대선보다 50만 표를 더 얻었다. 그러나 차베스가 거의 두 배 가까운 표차로 승리하였던 2006년 선거 때보다 야당(MUD-민주연합원탁회의)은 이번 선거에서 200만 표나 더 얻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위기를 느낀 차베스 지지세력들(주로 도시와 농촌의 하층민)이 총결집하여 간신히 이룬 승리였다.
특권층과 제국주의의 후보인 카프릴레스가 이처럼 많은 표를 얻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친재벌 후보인 박근혜가 재벌규제와 경제민주화를 들먹이듯, 카프릴레스는 차베스가 시작한 빈민지원 프로그램 등을 없애지 않으면서 효율화하고, 시장의 개방을 주장하면서, 날로 높아지는 범죄율과 잦은 정전 등에서 보이듯 정권의 비효율과 무능력을 공격하였다.

 

 

‘21세기 민주적 사회주의 혁명’의 실상


1998년부터 14년에 걸친 집권 기간 동안 차베스는 정부수입으로 값싼 식료품 공급, 노령층 지원, 교육과 의료 그리고 빈곤층을 위한 주택 공급 등으로 빈곤율을 절반으로 줄였다. 그러나 사회적 불평등과 실업, 불안정은 그대로 남아있다. 2011년 인플레율은 27.6%에 달했고, 노동자 절반이 비공식 부문에 고용되어 있다.
차베스는 자본을 공격하지 않았다. 2002년 쿠데타 세력이 여전히 활보하고 있다. 국영석유기업의 사보타지를 획책했던 경영자들 역시 복귀하였다.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100대 가문도 그대로이고 사적 부문은 GNP의 71%로 오히려 1998년보다 늘어났다. 자본의 몫은 36.2%에서 48.8%로 증가한 반면 노동소득은 39.7%에서 32.8%로 줄어들었다. 석유 수입과 관련한 금융투기로 인한 은행 수익은 2011년 무려 30억 달러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것은 2010년과 비교하여 92%나 증가한 것이다.

 

 

늘어가는 노동자파업과 65명의 죽음


더구나 최근 볼리바르써클 내부에 관료주의와 출세주의자들(‘볼리 부르주아지’)이 만연하여 이들이 자본가들과 결탁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부정부패가 심각해지고 있다. PSUV(차베스가 이끄는 베네수엘라 사회주의연합당)는 거의 관료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운동세력을 억제하는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노동자계급과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차베스 정부는 파업과 시위를 범죄화하려고 시도해 왔고, 특히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를 반혁명이라고 낙인찍고 있다. 올해 8월에만 노동계급의 시위가 225건에 달했고, 갈수록 투쟁이 전투적으로 되어가는 가운데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투쟁 속에서 죽은 노동자의 수가 65명에 달한다.

 

 

단호한 반자본 투쟁만이 해법이다.


차베스는 ‘21세기 민주적 사회주의 혁명’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권력이 아니다. 즉 반제,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반자본의 지향은 없고, 노동과 좌파를 억압하는 포퓰리즘적 정권이다.
이번 선거는 신자유주의와 종속을 강요하는 낡은 집권세력과 민중세력 간의 대결이란 점에서 차베스를 비판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노동자민중의 고통은 심화되고 있다. 해법은 제국주의와 특권층뿐만 아니라 볼리 부르주아지를 타격하고 전면적인 반자본 계급투쟁을 전진시키는 과정에서만 발견될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미래는 어둡지만 좌파는 차베스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더욱 과감한 반자본 투쟁에 매진해야 한다.

 

박석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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