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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9
    내가 기르는 채소들(3)
    하얀저고리

내가 기르는 채소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는 것 같다.

먼저 터득하게 되는 것은 자연 속에 자신도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거다.

씨를 심고 기다리면 발아하여 솟아나서 자란다.

그 생명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오늘 아침 비가 콸콸 쏟아져 새싹들이 걱정되어 우비를 입고 우산을 받고 밭에 나갔다.

순식간에 한꺼번에 쏟아진 비가 폭포를 이룰 정도로 흙을 휩쓸고 쏟아져 흐른다.

아이들이 다 꼬꾸라졌겠구나 걱정했지만 연약한 뿌리와 줄기로 거뜬히 서서 건재해 있었다.

자연은 그래서 위대한 것을...

나는 삽으로 물길만 더 손질해 주고 들어 왔다.

비가 오고 난 다음 밭은 다시 햇빛을 받으며 생명을 뿜어낸다.

농사가 이토록 재미있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다. 나이탓일까?

아들은 같이 하자고 말해도 관심이 없다.

나도 젊은 때는 농활을 갔었지만 그 땐 그런 생각을 못했었다.  

그 땐 추곡수매가와 농민운동과의 상관관계에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농사의 참의미는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나는 나의 식물들의 자람을 통해서 우주의 이치를 배운다.

더불어 나의 생명에 대한 경외감도 함께 느끼게 해준다.

또한 더 이상 가게에서 채소를 구입하지 않는다.

그동안 내가 산 먹거리가 얼마나 가공된 인조식물이었음을 ...

마치 그동안은 비닐에 들어 있는 가짜 식물을 먹어왔던 것 같다.

상추 잎 한장을 뜯어 먹어도 죄송스럽다. 아깝고.

뜯어진 부분에서 하얀진이 뚝뚝 떨어진다.

태양빛을 충분히 받고 힘껏 자란 생명이다.

생명을 먹는 밥상을 차리고 식탁에서의 기도하는 의미를 이제 알 것 같다.

오늘 고기반찬이 필요 없는 밥상을 차리면서 충만한 행복감을 느꼈다. 

 

...............................................부엌살림(EM효소)이라는 환경살림 토착 미생물 액체가 있다.

이걸 희석해서 밭에 준다. 옆의 아저씨는 농약을 뿌린다.

아직 내 밭이 부러워할만큼은 아니기 때문에 이걸 권해드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난 농약 안뿌렸어도 병충해를 입고 있지는 않다.

물뿌리게로 물을 줄 때 이걸 조금씩 섞어서 주면 확실히 병충해도 없고 생육도 촉진되는 것 같다. (200배로 희석해서 준다.)

쌀뜨물을 모아서 흙설탕을 넣고 이걸 적당히 넣고 밀봉해두면 확대 발효된다.

그러니까 광합성미생물을 고밀도로 배양한 것이어서 쌀뜨물만 있으면 계속 만들어 쓸 수 있다.

음식물쓰레기도 땅구덩이를 파고 묻은 다음 이걸 뿌려두면 된다.

그 위에 호박씨를 박아 넣으면 빨리 발아 한다.

채소를 기르면서 집안에서 나온 쌀뜨물과 음식물쓰레기가 모두 밭으로 갔다.

 

 

비가 온 다음 날 병충해를 대비해 광합성미생물을 듬뿍 주었던 결과 식물들이 모두 건강하다.

우리 밭의 열무싹과 근대가 병도 안들고 잘 자랐다고 하시면서 비법을 물으시는 동네사람들에게 광합성미생물 원액 한병씩을 드렸다.

자신들도 되도록 농약을 안치고 키우고 싶다고 하시면서 집에서 날마다 버리는 것이 쌀뜨물인데....

확대발효방법도 가르쳐드리고 밭에도 직접 뿌려드렸더니 토종 쪽파씨를 주셨다.

그래서 그걸 받아 씨를 뿌렸다.

토종씨앗을 요즘 여성농민회에서 모으고 있다.

토종씨앗의 중요성을 그래서 알았다.

우리 토종 씨앗을 모으는 일에 나도 동참하고 차차 동네 사람들도 끌어들이려고 한다.

생태계 파괴로 인하여 우리나라에서 500여 종의 생물이 해마다 사라지고 있다.

생명의 처음이자 끝인 생명의 씨앗은 한 번 사라지면 다시 소생시킬 수 없다.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수입씨앗은 자손을 남기지 않는다.

우리는 매년 씨앗을 사기 위해 1년에 수백 억 원씩 외국에 로열티를 주고 있다.

자연에서 진화해온 생물을 보존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여성들이 보관해온 토종씨앗을 여성농민들이 모으고 있다.

어머니에서 어머니로 이어져온 토종씨앗은

다양하며, 맛좋고, 자손을 퍼트리는 생명력 있는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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